코로나가 터지고 나서, 소개팅을 처음 해 봤습니다.
전에 사귀었던 친구와 헤어지고 나서 얼마 안 되어서 보란 듯이 나 잘 살고, 잘 연애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나 봐요.
그런 이기적인 마음 안 좋다는 거 알고 있지만요. 사람 마음이 이성적으로만 되는 것이 아닌지라.
코로나 이후 소개팅은 진짜로 처음이었는데, 웃긴 게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예전에는 저기 멀리서 그, 그녀가 걸어오면 서로 한 눈에 전체가 들어와서(스캔 끝!!!) 그냥 오늘은 망했다, 오늘은 운이 좋네, 라는 첫인상 판단이 다 끝났었죠?
그런데 이건 왠걸?
식당에서 이건.. 메뉴가 나올 때까지.. 그 뜨거운 시선들. 그, 그녀의 뜨거운 시간. 그리고 나의 뜨거운 시건.
메뉴가 나오기 전에 물을 마실 때 슬쩍 보이는 코와 입매를 또 티내지 않게 훔쳐보는 시선.
드디어 메뉴가 나왔습니다.
그건 마치.. 그 옛날 게릴라 콘서트에서
"안대를 벗어주세요!"
와 비슷한 기분이었습니다.
"마스크를 벗어주세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때의 실망스런 눈빛이란...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상대의 카톡 프사를 먼저 보고 가서 이미 실망한 상태였습니다.
그래도 혹시나 안대를 벗기 전에 프사가 잘못 됐기를 기대했었는데...
프사 그대로였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잔인한 코로나... 떼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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