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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리뷰/김훈8

창과 칼이 부딪히는 판타지 소설 - 김훈의 "달너머로 달리는 말" 김훈 작가가 20년 6월에 낸 그의 신작이다. 그가 처음 쓴 판타지 소설이고, 말이 이야기의 주인이다. 미국 여행 중에 말을 본 적이 있단다. 가슴팍은 튼튼하고, 네 다리에는 힘이 넘친 말을 보며 언젠가 말(馬)에 대해 말(言)하고 싶었다고 한다. # 창과 칼이 부딪힌다. 칼끝에 부딪힌 창목은 나무로 되어 연약하다. 부러질 법도 한데, 제 주인이 평생 다뤄 왔던지라 쉬이 물러서지 않는다. 용호상박. 마징가 Z와 태권 브이가 싸우면 누가 이기겠는가. 어릴 적부터 수없이 했던 내기지만 답은 없다. 창과 칼. 어느 쪽이 이길까. 쇠울림이 귓전을 맴돈다. 소란이 요란해 지나가는 길에 들렀다. 집을 나설 때는 노란 개나리가 만개한 봄이었는데, 머리 위에 하얀 꽃이 앉는다. 첫눈. 겨울이다. 창과 칼은 여전히 부딪.. 2021. 5. 2.
감흥 없는 글들만 읽고 있는 당신이라면? - 김훈의 "남한산성" 남한산성. ​사놓은지 오래 되었다. 역사 소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 원래 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다, 깊이는 없지만 기초교육과 TV 드라마 덕분에 얕게나마 내용을 아는 역사 소설은 더 싫어한다 - 책만큼은 충동구매를 하는 버릇 탓에 - 아마도 곁다리로 - 사들였던 책이다. 비슷한 시기에 김훈 작가의 "연필로 쓰기", "자전거 여행" 등을 같이 사들였던 듯싶다. ​ 어린 조카가 그림연습을 한다고 볼펜으로 표지를 헤집어 놓아서 김훈 작가의 얼굴에 여러 날선 자욱이 져 - 송구스러운 탓인지, 낡은 책내음을 좋아했던 어린 시절과 달리 새 책이 아니면 손이 잘 가지 않는 (책에만 있는 듯한) 결벽증 탓인지 - 왠지 더욱 손이 가지 않았던 찰나에, ​ 김훈 작가의 판타지 소설 - 그가 태어나 처음으로 낸 .. 2021. 5. 2.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 현실을 그리다 - 김훈의 "공터에서" 김훈 작가의 - 내가 읽은 - 네번째 작품이다. ​ 달 너머로 달리는 달, 남한산성, 흑산, 그리고 이 작품.(*맨처음 접한 작품은 "남한산성"이었는데, 읽다가 말았고, "연필로 쓰기"는 김훈의 산문집인데 얘도 읽다가 말았으니, 완독기준으로 정렬해 보면 이와 같다) ​ 공터에서. ​ 흔히 김훈 작가의 필체를 남성적이고 거칠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기자 출신의 건조하고 간결한 문체 탓인가 싶었다. 확실히 김훈 작가의 글은 간결하지만 그래서인지 단어 하나하나가 - 그가 그의 소설 후기에 에필로그식으로 자주 집필 소감을 남기는데, 매번 하는 말이 "겨우 쓴다"는 말이다 - 압축적이라서 그런지 쉬이 읽히지 않는다. 아이러니하지 않는가? 편하게 읽히라고 짧게 쓰라고 가르치는게 대중적인 글쓰기이고, 특히 기자와 같은.. 2021. 5. 2.
Into the Book : 배웅 #1 (김훈의 "강산무진" 中 단편) [Into the Book] 윤애를 트럭 옆자리에 태우고 오지의 비포장 산길을 달릴 때, 김장수는 윤애의 반팔 블라우스 아래로 뻗은 흰 팔이 때때로 힘에 겨웠다. 김장수는 여름이 빨리 가기를 바랐으나 말을 할 수는 없었다. (중략) 자갈길에서 차가 흔들릴 때 윤애의 가슴이 흔들렸다. p.18 [My feeling] 인간은 이성적이기 전에 생물학적이고, 동물적이고 그래서 욕정적이다. 여성에게는 달마다 찾아오는 달거리가 있듯이 남성 또한 분출하지 못한 욕정이 폭발하듯 찾아오는 때가 있다. 윤애의 하이얀 팔과 가슴은 김장수에게 견디기 힘든 동물적인 충동이었을 것이다. [Into the Book] 여인숙 방에는 누워서 팔을 뻗쳐 닿을 수 있는 벽에 씹던 껌이 말라붙어 있었다. 오지의 여인숙에서 윤애는 무덤덤하게.. 2021. 4.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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