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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리뷰/김훈

창과 칼이 부딪히는 판타지 소설 - 김훈의 "달너머로 달리는 말"

by 북노마드 2021.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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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작가가 20년 6월에 낸 그의 신작이다. 그가 처음 쓴 판타지 소설이고, 말이 이야기의 주인이다. 미국 여행 중에 말을 본 적이 있단다. 가슴팍은 튼튼하고, 네 다리에는 힘이 넘친 말을 보며 언젠가 말(馬)에 대해 말(言)하고 싶었다고 한다.

출처 : https://blog.naver.com/gohangaram/222020985522

 

# 창과 칼이 부딪힌다.

칼끝에 부딪힌 창목은 나무로 되어 연약하다.

 

부러질 법도 한데, 제 주인이 평생 다뤄 왔던지라 쉬이 물러서지 않는다.

용호상박. 마징가 Z와 태권 브이가 싸우면 누가 이기겠는가.

어릴 적부터 수없이 했던 내기지만 답은 없다.

 

창과 칼. 어느 쪽이 이길까. 쇠울림이 귓전을 맴돈다.

 

소란이 요란해 지나가는 길에 들렀다. 집을 나설 때는 노란 개나리가 만개한 봄이었는데, 머리 위에 하얀 꽃이 앉는다. 첫눈. 겨울이다.

 

창과 칼은 여전히 부딪혀 그 소리가 요설하다. 꽉 차 있던 구경꾼들도 온데간데 없다. 손이 시리다. 손등을 비비며 자리를 떴다.

 

한참을 걷다 돌아봤다. 여전히 창과 칼은 챙챙하다.

 

책의 마지막 문장을 품에 안으며 떠오른 장면이다. 그제서야 책 뒷편 안쪽 날개에 있는 문장을 발견했다.

 

# 문장은 전투와 같고, 표현은 양보할 수 없다. - 김훈

 

그의 글은 문장을 음미하는 기분으로 읽는다는 사람들이 있다. 그가 문장 쓰기를 저어하는 것은 전하고자 하는 뜻이 굽어지지 않을까 싶기 때문이다.

 

에필로그에 그의 진의가 담겨 있다.

 

# 세상을 지워버리고 싶은 충동이 내 마음 깊은 곳에 서식하고 있었던 모양인데, 이 책은 그 답답함의 소산이다. p.271

 

그 답답함을 표현하기 위해 그는 연필을 쥐고 매일 전투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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