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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o the Book: "늦깎이 천재들의 비밀", 내 나이가 어때서?

by 북노마드 2020.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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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야야~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

근자에 나름 인기가 있는 노래였던 것으로 압니다. 처음 회사 회의 중에 임원분이 흥얼거려서, 뭐야, 라는 거부감이 들었지만 이상하게 귀에 맴돌더군요. 복잡하고 기교가 가득한 노래가 히트하기도 하지만, 역으로 나도 만들겠는데? 라는 쉬운 노래가 히트하는 것을 보면 - 근데 정작 만들기 어려운 거 아시죠?^^ - 역시 히트송의 기본요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을 해 봤습니다. 쉬운 멜로디, 귀에 쉽게 박히는 가사. 특히 시대를 훔치는 감성을 담고 있는 가사야말로 히트송의 기본일 겁니다. 만약 같은 멜로디에 가사가 이랬다면 절대 히트를 못했겠죠?

"야야야~ 내 패션이 어때서~ 외출하기 딱 좋은 때깔인데~"

이 책을 읽으면서 이 노래가 생각나더군요. 바로 "늦깎이 천재들의 비밀"입니다.

나이가 조금(?) 있으신 분들에게는 참 매혹적인 책일 겁니다. 또는 나이는 어릴지라도 사회에 나를 맞춰가야겠다는 생각으로 좀더 어릴 적 꿈을 포기한 사람들에게 아마도 희망적인 책일 겁니다.

책의 영어원제를 보면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Range", 다양성, 범위라는 뜻입니다. 부제는 "Why generalists triumph in a specialized world"입니다. 즉, 전문화 시대에 제너럴리스트가 어떻게 큰 성공을 이루는가를 밝혀놓는 책입니다. (*triumph = to win a great victory, or to have a great success)

먼저 문제를 내겠습니다.

Q1. 생후 6개월째 아빠 손바닥 위에서 균형을 잡고, 7개월째 퍼터를 끌고 다니고, 10개월째 골프채를 잡고, 두살때 골프대회(10세 이하부문)에서 우승했다.

Q2. 일요일마다 아빠와 스쿼시를 쳤고, 스키, 레스링, 수영, 스케이트보드도 잠깐 해 보았고, 부모는 아이를 운동선수로 키울 생각이 없었고, 엄마가 아들에게 테니스를 가르치다가 포기를 하기도 했고, 10대에 들어설 무렵 아이는 테니스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전설적인 테니스 선수조차도 은퇴할 나이인 30대 중반에 그는 여전히 세계 1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누구일까요? 1번은 타이거 우즈, 2번은 로저 페더러입니다. 책에서는 실제로 타이거의 길(=조기 전문화)보다 로저의 길(=늦은 전문화)을 통해서 스포츠 스타가 되는 이들이 훨씬 더 많다고 밝힙니다.

책에서는 재미있는 문제를 하나 냅니다.

당신이 의사인데 위장에 악성 종양이 생긴 환자가 있는데 수술은 불가능합니다. 그대로 두면 환자는 죽는데, 수술 외 유일한 치료법인 종양 제거 광선이 있습니다. 광선을 강하게 집중시켜서 종양에 닿도록 하면 종양이 제거됩니다. 안타깝게도 광선이 지나는 길에 있는 건강한 조직이 큰 손상을 입게 된다고 합니다. 광선 강도가 약하면 건강한 조직도 무사하지만 종양이 제거되지 않습니다. 당신의 선택은 무엇입니까?

실제 연구를 해 보면 바로 답을 맞춘 사람의 비율을 그다지 높지 않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래 이야기를 들려주면 정답율(?)은 괄목할만큼 높아진다고 합니다.

옛날 어느 장군이 요새를 탈환해야 하는데, 모든 군사들을 한꺼번에 요새 앞까지 부르면 요새 탈환이 쉽습니다. 그런데 요새는 여러 좁은 길이 바큇살처럼 뻗어 있고 곳곳에 지뢰가 있어서 어떤 길이든 소수의 군인만 지나갈 수 있습니다. 고민을 하던 장군은 부대를 소규모로 나누고, 각기 다른 길로 이동하여 요새 앞에서 합류하여 요새를 탈환합니다.

여기까지 읽고 답을 못 맞추신 분들은 스스로를 원망하시면 됩니다. 농담이구, 실험에서는 한 가지 사례를 더 들려주는데 그러면 거의 대다수가 정답을 맞춘다고 합니다.

답은 360도에서 광선을 쏘는 겁니다. 여러방향에서 광선을 쏘게 되면 지나가는 길의 조직은 약한 광선을 맞게 되지만, 위장의 종양은 여러 방향에서 오는 광선이 합쳐져서 집중되어 종양이 제거되는 원리입니다.

듣고 보니 별거 아니죠? 책에서는 이것을 "유추"의 힘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유추가 어디서 올까요? 네, 맞습니다. 여러분의 과거 경험에서 옵니다. 더 다양한 유추를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맞습니다. 더 다양한 경험을 해 본 사람입니다. 편의점 알바도 해 보고, 노가다(?)도 해 보고, 컴퓨터 프로그래밍도 해 보고, 영업도 해 보고, 시민단체 활동도 해 본 사람이 더 다양한 유추를 할 수 있다는 겁니다.

"GRIT(그릿)형 인간"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낼 정도로 인기가 있었던 GRIT의 연구결과도 책에서는 경계합니다.(*6장 제목이 "그럿이 너무 많아서 문제"입니다^^) 그릿의 저자 앤절라 더크워스는 어느 신입 생도가 미국 육군 사관학교의 (혹된) 6주간의 기초훈련과정을 견뎌내게 하는 요인은 무엇인가를 분석해내고자 합니다. 결과는 SAT점수, 고등학교 석차, 리더십 경험, 운동실력이 아니라, 바로 GRIT이라는 것입니다. 재능보다 노력, 노력보다 끈기(GRIT)가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책에서는 그만두는 사관생도들은 직무적합도의 탄력성이 높은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아, 이건 나하고 맞지 않아, 라고 빨리 선택을 하는 겁니다. 그런 사람들이 향후에 자신에게 더 맞는 직업을 선택할 확률이 높다는 말입니다. 역시 결론적으로 책에서는 그릿을 폄하하기보다는 그릿의 만들어낸 또 하나의 끈기신화를 경계하는 겁니다. 그러면서 처칠의 이 말을 인용합니다. 늘 생략되는가장 중요한 마지막 문장을 꼭 기억하시길!

"결코 포기하지 마라. 결코, 결코, 결코, 결코. 명예와 양심에 따라 확신이 들 때를 제외하고."

그러면서 책에서는 닌텐도의 사례를 하나 제시합니다. 닌텐도는 화투로 시작한 기업이라고 합니다. (*1889년에 창업을 했으며 뜻이 "운을 하늘에 맡기자()"이지만, "화투 판매허가 - 일본에서는 당시 화투를 금지시킴 - 를 받은 기업"이라는 말을 시적으로 표현한 것 같다고 책에서는 우스꽝스럽게 말합니다). 지금은 잘 나가지만, 당시에는 교토의 소기업에 불과했던 닌텐도에 1965년 전기공학을 전공한, 다른 모든 전자회사에 낙방한 요코이 군페이라는 젊은이가 입사합니다. 화투 제작 기계 유지관리부서에 배치된 요코이. 모형기차 수집. 자동차수리개조 등 대다수 만드는 취미활동에 관심이 많았던 요코이는 는 딱히 할일이 없어서 이런저런 장비를 만지작 거리면서 어느날 나뭇조각을 이리저리 잘라 붙여서 그냥 쭉 뻗을 수 있는 팔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런 요코이를 회장이 사무실로 부릅니다. 욕을 왕창 먹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요코이에게 회장은 그걸 게임용 장난감으로 만들어보라고 합니다. 닌텐도 최초의 장난감 "울트라 핸드"(아래 사진)의 탄생입니다. 그건 120만개 팔려 회장은 빚의 상당액을 갚을 수가 있었습니다.

요코이는 자신의 기술적 한계를 잘 알았고, 새로운 현란한 기술 개발에 분투하는 전자 회사들과 경쟁하려는 욕망(또는 능력)이 전혀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는 <시든(낡은) 기술을 활용하는 수평적 사고>라는 접근법을 창안합니다. 이 접근법의 핵심은 누구나 아는 기술을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방식으로 활용하자는 것입니다.  그는 트랜지스터에 값싼 기성품 검류계를 연결했는데, 그것으로 사람들 사이에 흐르는 전류르 측정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는 연인사이의 사랑을 측정하는 러브 테스터를 만들어서 또 대박을 터트립니다. 남들이 다 최첨단 기술, 게임 개발에 혈안이 되어 있던 시기에 말입니다.

분명히 밝히지만, 이 책은 한 분야(최첨단 기술개발)에 올인하는 스페셜리스트를 평가절하하는 책이 아닙니다. 오히려 요코이 같은 사람이 스페셜리스트와 협업하면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즉 우리 사회에 제너럴리스트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설파하고 있는 책에 가깝습니다.

책에서는 조기 교육이 나쁘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고, 조기 교육(전문화)를 신화화하고 과대평가하는 현 사회를 경계하는 균형잡힌 시선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저자 자신도 밝히고 있습니다. 이미 늦깎이이신 분들에게는 상당히 고무적인 메시지이지요? 물론 지인 중 한 분은 로저는 원래 모든 운동을 잘하는 타고난 천재였다고 하셔서 다소 움츠려 들었지만, 그래도 어느 쪽을 선택하시겠습니까?

꿈이 없는 현실에 사시겠습니까? 늦더라도 어릴적 꿈을 실현해 보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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