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이 있습니다.
하품이 계속 나오기도 하고, 별다른 생활의 변화도 없었는데 유독 피곤한 날.
축 처지는 날.
제 경우에는 비가 유독 많이 내려 체온이 떨어진 날도 그런 날 중 하나입니다.
그런 날들에는 어김없이 목표를 향해 늘 하고 있었던 일들이 귀찮고, 심드렁하게 느껴집니다.
매일 자기 전 목표 3번씩 쓰기, 신께 기도하기 같은 행위들이 과연 기적(*목표의 성취, 소원 실현)으로 이어질까 하는 회의감.
그리고 그 목표를 향해 매일 하는 일상의 루틴들(*저로서는 글쓰기, 그림 그리기, 피아노 연습)이 과연 효과가 있을까 하는 의심들.
이런 것들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날들입니다.
최근에는 노카페인을 한 2주간 실천해 보고 있습니다.
카페인 금단현상 때문인지 낮 시간에 유독 피곤함을 느낍니다. 저녁시간에는 더 피곤함이 밀려오고요. 그래서 퇴근후에 일상으로 해 왔던 피아노 연습도 하기 싫고, 1일 1그림이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매일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것마저도 귀찮기 그지 없습니다.
어제가 딱 그랬습니다.
인스타그램에 매일 그림을 올리기로 스스로 맹약(?)을 했는데 너무 그리기가 싫었습니다. 솔직히 좋아요, 수가 많지 않아 재미가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내가 생산한 콘텐츠가 대중의 호응을 별로 받지 못하는데도 꾸준하게 올리는 게 의미가 있을까.
그냥 내 스스로 매일 그리면 될 것을 굳이 올리는 게 의미가 있을까.
오늘은 그냥 예전에 그렸던 걸 마치 오늘 그린 것처럼 슬쩍 올려버릴까. 아냐. 그건 못할 짓이야.
내가 이쁘다, 라고 생각하는 사진들을 그리면 변태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의도적으로 별로 그리고 싶지 않은 사진들을 그리게 되어서 더 재미가 없을까요? 그냥 내가 막 그리고 싶은 사진을 그리면 재미있게 그릴 수 있을까.
이런 생각들이 숱하게 쏟아집니다.
귀찮다.
그럼에도 스스로의 맹약 때문인지 어쩔 수 없이 오늘도 적당한 사진을 골라서 따라 그린 그림을 마지못해(?) 올렸습니다.
그리고 누워서 드라마나 보면서 하루동안 쌓인 피로를 풀고 있었습니다.
하루라도 피아노를 만지지 않으면 실력이 퇴보하는 것을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또 꾸역꾸역 몸을 일으켜 약 20분간 피아노를 연주했습니다.
몸이 도저히 버텨내질 못합니다.
도로 침대 위에 몸을 던졌습니다.
그리고 그냥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를 하나 클릭했습니다. 꽤 재미지더군요. 제가 좋아하는 로맨스 드라마. 아직도 남녀 주인공들이 알콩달콩 사랑에 빠지는 스토리는 저를 사로 잡습니다. 기욤 뮈소의 소설이 그랬던 것처럼.
10시가 되었습니다. 평상시에는 자는, 아니 자야 하는 의무의 시간입니다.
뭐, 어때? 이렇게까지 아침형 인간 지킨다고 내 삶이 드라마틱하게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오늘은 좀 놀자.
하는 마음에 12시까지 역주행을 하면서 드라마를 봤습니다.
더 보고 싶은 마음을, 회사에 가야 한다는 이성으로 겨우 억누르고 잠을 청했습니다.
예전으로 돌아간 기분이었습니다.
원래 그다지 생산적이지 않던 시절.
퇴근하고 그냥 드라마나 예능이나 보던 시절.
퇴근하고 지인들하고 술독에 빠져 있던 시절.
말 그대로 시간을 흥청망청 쓰던 시절.
그 시절과 지금의 나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구나.
조금이라도 발을 헛딛으면 금세라도 예전의 나로 돌아가 버리고 마는구나.
그런데 예전의 나, 지금의 나는 무엇이 달라졌을까.
나의 성정과 근본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저 시간 쓰는 법이 달라졌을 뿐입니다.
그런데 이 시간 쓰는 법마저 예전과 같아지면 난 예전에 비해서 뭐가 달라졌을까.
그리고 과연 달라져야만 하는 것일까.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나는 누구이고, 그걸 온전히 사랑해 주는 사람은 있을까.
어쩌면 나는 시간을 생산적이고, 효율적이고, 스스로를 제대로 통제할 수 있는 이상적인 나를 그리고, 거기에 맞춰가고 있었고, 그래야먄 다른 사람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고 믿어왔습니다.
사실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스스로 사랑할 수 있어야먄 사랑받을 수 있다는 말은 숱하게 들어왔습니다.
알지만, 잘 알지만 내 일상으로 가져오기는 쉽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심리치료를 받는 것일까요?(웃음)
오늘 아침에는 노카페인을 포기하고 커피를 두잔 마셨습니다.
정신이 번쩍 듭니다. 역시 약물의 효과가 대단하네요.
카페인의 각성효과.
돌아보니 어제 그래도 1일 1그림을 했던 것이, 단 20분만이라도 피아노를 매만졌던 제 자신이 자랑스러웠습니다.
어제는 순수하게 제 의지를 사용했습니다.
아, 어제 내 컨디션이 다운되는 그 순간에도" 내 의지로 매일의 루틴을 더 해 나갔다면 - 피아노를 평상시처럼 40~50분 연주하고, 그림도 더 기쁜 마음으로 그랬으면 -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일전에 "백만장자 습관"이라는 책을 리뷰해 드렸던 기억이 납니다.
성공하는 사람들은 가장 컨디션이 안 좋은 날에도 그들 매일의 루틴을 해 나가는 사람들이다. 너무 피곤하고, 너무 스트레스를 받은 날에 대다수의 사람들은 어제의 저처럼 그냥 쉬거나, 술을 마셔 버리는데, 성공하는 사람들은 그런 날에도 자신의 루틴을 실행하는 사람들이다.
맞는 말 같습니다.
앞으로 저의 저녁 루틴을 한가지 더 추가하고자 합니다.
글을 30분 쓰는 것!
어떤 글이든 괜찮습니다. 인스타그램에 1일1그림과 함께 1일1글, 1일 1일기라는 형태가 지속성을 유지하기에는 가장 좋은 형태가 아닐까 일단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아마 일기나 에세이의 모양을 띌 확률이 높습니다.
좋아요의 숫자보다는 스스로 정해놓은 규칙을 술을 마시는 날이라도, 상사에게 엄청 깨진 날이라도, 몸이 아픈 날이라도 지켜나가볼까 합니다.
제 의지가 카페인 같은 약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제 의지가 각성의 약물을 오롯이 대체하는 그날까지 달려보겠습니다.
여러분도 함께 가시겠습니까?
정상에서 만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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