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기계발 에세이

꿈은 궁뎅이가 만들어줍니다.

by 북노마드 2019. 9. 28.
728x90
반응형

매일 그 짓거리를 하라.

 

짓거리라 하니까 이상한 상상을 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그거 아닙니다. 모든 성공학 서적에 공통적으로 나오는 말입니다. 성공학 서적 무지 야하다구요? 그거 아니라니까요…… 그럼 무슨 말이냐구요? 예를 들어 작가로 성공하고 싶으면 매일 글을 쓰라는 것이다.

 

상실의 시대, 1Q84로 모르긴 몰라도 한국인의 최애 일본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도 그의 자서전적 에세이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장편소설을 쓸 경우, 하루에 200자 원고지 20매를 쓰는 것을 규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내 맥 화면으로 말하자면 대략 두 화면 반이지만, 옛날부터의 습관으로 200자 원고지로 계산합니다. 좀 더 쓰고 싶더라도 20매 정도에서 딱 멈추고, 오늘은 뭔가 좀 잘 안 된다 싶어도 어떻든 노력해서 20매까지는 씁니다. 왜냐하면 장기적인 일을 할 때는 그 기세를 몰아 많이 써버린다. 써지지 않을 때는 쉰다 라는 것으로는 규칙성은 생기지 않습니다. 그래서 타임카드를 찍듯이 하루에 거의 정확하게 20매를 씁니다.” P. 150

 

쇼생크 탈출, 그것, 미저리, 그린 마일, 샤이닝, 캐리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영화들의 원작자인 스티븐 킹도 그의 책,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육체적인 운동을 할 때처럼 글쓰기에서도 처음에는 목표를 낮게 잡아야 실망하는 일이 없다. 하루에 1천 단어 정도가 좋겠다. 그리고 (기왕 너그러운 자세를 보였으니) 적어도 처음에는 하루에서 일주일쯤은 쉬어도 좋겠다. 그 이상은 안 된다. 더 쉬게 되면 이야기의 긴박감이 사라지기 땐이다. 일단 목표량을 정했으면 그 분량을 끝내기 전에는 절대로 문을 열지 않겠다고 다짐하라. 종이 또는 플로피디스크에 그 1천 단어를 옮겨놓는 데 열중하라.” P. 189~190

 

우리가 보기에 타고난 글쟁이들도 매일 그 짓거리를 한다는 것입니다. 짓거리는 일이나 노동의 폄하된 표현이며, 굳이 정의하자면 쓰잘데기 없는 일을 뜻합니다. 그만큼 가치가 없고 귀찮고 당장 아무런 개이득도 없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거장은 바로 그 쓰잘데기 없는 일에 하루 네 다섯 시간을, 그것도 매일 할애하는 것입니다. , 꿈은 궁뎅이가 만들어줍니다.

 

그 꿈을 위해 얼마나 진뜩하게 매일매일 궁뎅이를 의자에 붙이고 시간을 할애했느냐에 따라 그 꿈이 당신을 찾아오느냐 떠냐느냐 결정된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꿈을 이룬 사람이 적은지도 모릅니다. 누군들 멋진 소설가, 가만히 있어도 하루에 저작권료로 수백 수천 만원이 쏟아져 들어오는 작곡가, 멋진 연주로 이성의 마음을 홀리는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지 않겠습니까?

 

저는 우리의 꿈을 가로막는 것은 두 가지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내가 무슨 재주가 있다고 안 돼 안 될 거야 라고 먼저 포기하는 스타일. 둘째는 도전하다가 중간에 그만두는 스타일. 어찌됐든 두 가지 유형 모두 장담하는데 고놈의 궁뎅이는 술집이라든지 클럽이라든지 피씨방이라든지 만화카페라든지에 가 있을 겁니다. 재능 있는 사람들조차도 네 다섯 시간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궁뎅이에 욕창 생길 정돈데 앉아 있는데 말입니다.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의 저자 김민식 PD는 그의 신작, "매일 아침 써봤니?"에서 책을 낸 계기가 우연찮게 블로그를 시작했다가 어느 출판사의 제안을 받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 자신의 존재 목적에 대해 매일 고민하는 일방형 글쓰기에서 소통형 글쓰기가 된 셈이죠. 지금도 책을 쉽게 낼 수 있는 비결은 매일 아침 30분이라도 블로그에 글을 쓴 습관의 누적이라고 합니다.

 

꿈은 저기 은하계 수십 광년 떨어져 밤하늘에서 빛나는 별처럼 높고 아름답게 잡되, 그 꿈을 향한 발걸음은 매일 한 발자국씩 떼야 하는 법입니다.

 

고백할게 있습니다. 갑자기 사랑에 빠졌냐구요? 아닙니다. 여기까지가 제 다른 블로그에 과거에 제가 남긴 글입니다. 새로운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처음에는 주제 없이 각각 흩어져 있는 글들을 짜깁기라고 그러죠? 이리저리 짜 맞추고, 기존에 썼던 글들을 그대로 가져오기만 해도 꽤 그럴 듯한 새로운 블로그가 되겠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글을 쓰는 게 참 곤혹이더군요. 참 재미없다 라는 생각도 들면서 왜 이렇게 힘들지? 라는 생각들가끔 과거의 글들을 그대로 옮겨오면서, 이때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지? 싶더군요. 지금의 나는 분명 그때보다 훨씬 연륜도 쌓이고, 글쓰기 내공도 깊어졌는데, 왜 더 좋은 생각들, 더 좋은 글들이 떠오르지 않는 걸까?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인용문을 뒤적이다 우연히 그 답을 찾았습니다.

 

“나는 일단 어떤 작품을 시작하면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도중에 멈추거나 속도를 늦추는 일이 없다. 날마다 꼬박꼬박 쓰지 않으면 마음 속에서 등장 인물들이 생기를 잃기 시작한다. 진짜 사람들이 아니라 등장 인물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서술도 예리함을 잃어 둔해지고 이야기의 플롯이나 전개 속도에 대한 감각도 점점 흐려진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뭔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낼 때의 흥분이 사라진다는 사실이다. 그러면 집필 작업이 ‘노동’처럼 느껴지는데, 대부분의 작가들에게 그것은 죽음의 입맞춤과도 같다. 가장 바람직한 글쓰기는 영감이 가득한 일종의 놀이이다. 어쩔 수 없는 경우에는 나도 냉정한 태도로 글을 쓰는 것이 가능하기는 하다. 그러나 내가 좋아하는 방법은 도저히 손댈 수 없을 만큼 뜨겁고 싱싱할 때 얼른 써버리는 것이다.”   P. 186

 

바로 이거였습니다. 제가 쓴 글이지만, 과거에 그 글을 쓸 때의 흥분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과거의 글들을 재편집하면 손쉽게 새 블로그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이성적으로 꽤 그럴싸해 보이지만, 실은 노동의 길로 스스로 이끈 것입니다. 스스로 죽음과 입맞춤한 것입니다. 바람직한 글쓰기는 지금 이순간, 오늘의 내가 흥분하는 이야기, 오늘의 내가 영감을 받은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토해내는 것이었는데 말입니다.

 

앞으로 여러분에게 전개할 이야기는 순수한 영감의 상태에서 흥분하면서 새로 쓰는 이야기로 채우도록 하겠습니다. 비록 그것이 과거의 제가 다른 블로그에 남긴 글과 유사할지라도(그것도 제가 쓴 것이기에), 베껴 쓰지 않고 지금의 내가 느끼는 순수한 감정에 젖어 쓰도록 하겠습니다.

 

꿈은 궁뎅이가 만들어낸다는 말은 맞는 말이지만, 노동을 하라는 얘기로 곡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꿈은 도저히 손댈 수 없을 만큼 뜨겁고 싱싱한 이야기를 바로 쓸 수 있도록 항상 궁뎅이를 준비해야 한다는 말로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뮤즈는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뮤즈(=기회)를 만나기 위해서는 항상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당신의 꿈을 이루어 줄 뮤즈는 바로 당신의 궁뎅이가 만나게 해 줄 것이다.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