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정말 인상 깊게 읽었고, 읽고 있는(인상 깊게 읽어서 수 차례 다시 들여다 보고 있기에) 책이 있습니다. 바로 팀 페리스의 “나는 4시간만 일한다”라는 책입니다. 이 책 제목 듣자마자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하루에 4시간만 일한다고? 대단하네. 그게 가능해? 이런 생각 드시죠? 가뜩이나 주 52시간이라고 해서 회사 PC도 꺼지고 일하지 말라고 퇴근하라고 하는 판에. 뭐 이런 사회현상이 선진국을 따라가는 거니 무척이나 마음에 드시는 분들 계시겠지만요(물론 저도 그중 한 명이기는 합니다). 어찌됐든 하루 4시간은 좀 심했다라는 생각이 들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이 책을 들여다보면, 1주에 4시간만 일한다는 걸 뜻합니다. 영어 원제가 “The 4 Hour Workweek”인데 Workweek가 주당 근로시간이라는 뜻입니다. 직역하면 “주당 4시간 근로”라는 뜻입니다. 아까 말씀 드렸지만 저는 수 차례 읽었음에도 정말 놀라운 숫자입니다. 또한 저희 같이 성실함과 책임감이라는 가치관을 중시하는 문화권 내에서는 사실 더 받아들이기 힘든 숫자이죠. 극단적으로 얘기하면 놀고 먹으려고 하는 거야? 라는 언사도 나올 수가 있겠습니다.
역시 서양사람들은 다르네 라는 생각도 들겠지만, 근대 자본주의의 발전이 바로 막스 베버의 소명의식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지 않습니까? 막스 베버는 그의 책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서 부의 축적은 바로 프로테스탄트 윤리(청교도 전통)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합니다.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오는 시대적 정황 속에서 중세의 수도승이나 사제계층에만 한정되어 있던 금욕주의적 성향은 종교 개혁으로 인해 타파되었고, 신의 은총은 인간 모두에게 보편적으로 주어졌다는 「개인적 성령」의 개념이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개인의 삶 속에서 신의 은총을 증명하고자 (단지 사제계층이 아닌 성도들이) 금욕을 행하고자 했습니다. 이러한 성도들의 금욕적 성향은 직업의 소명의식으로 이어져 성실, 근면하게는 일하되, 무절제하게 쓰지 않는 습관을 낳게 되어 점차 부가 축적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모르긴 몰라도 그런 서양 문화에서도 주 4시간이라는 숫자는 상당히 충격적인 숫자일 겁니다.
아무튼 팀 페리스는 그의 책에서 이렇게 얘기합니다.
“우선순위를 분명히 하지 않고는 일하러 가지도, 책상 앞에 앉지도 마라. 하루 종일 관련도 없는 이메일이나 읽고 머리만 뒤죽박죽 될 테니 말이다. 오늘 저녁이 가기 전에 내일 해야 할 일 목록을 작성해 놓도록 하라. 나는 컴퓨터의 일정 관리 프로그램을 이용해 해야 할 일 목록을 작성하는 건 추천하고 싶지 않다. 왜? 수많은 일들을 추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가로 5센티미터, 세로 9센티미터 정도의 메모지를 사용하는데, 이것은 주머니에 딱 들어가는 데다 몇 가지 일만 적도록 제한해 준다.
하루에 끝마칠 중요한 일은 절대로 두 가지를 넘어서는 안 된다. 절대로 말이다!” p. 92
이 말에 감명을 받은 저는 실제로 직장에서 그렇게 해 봤습니다. 팀 페리스는 가로 5센티미터, 세로 9센티미터 정도의 메모지를 사용한다고 했는데, 저는 손바닥만한 누런 포스트잇을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거기에 오늘 할 일을 세 네 가지 적습니다. 그가 주장한대로 딱 두 가지만 적기에는 아직 제가 한국사람인지라 쉽지는 않았습니다. 천천히 하나씩 해보자는 심산으로 세 네 가지 일에 집중해 봤습니다. 출근하자마자 점심 전까지의 세 네 시간을 오롯이 그 일에만 집중했습니다(운 좋게도 그 주에 팀장님이 휴가로 부재중이라 더 가능했던 갔습니다). 정말 효과적이었습니다. 저는 온전히 몰입하여 하나의 기획서를 만들어 낼 수 있었습니다. 오후에는 중요도가 떨어지는 이메일을 몰아서 일괄 처리했고, 쉬었습니다. 그 시간에 사실 영어공부라도 하고 싶었습니다. 가능하다면 앞으로는 그렇게 해 볼까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휴가를 복귀한 팀장님께 업무 진척도가 우수하고, 기획서가 감탄할 정도라는 칭찬을 받았습니다. 저는 더 여유롭게 놀았는데 말입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많은 성공한 사람들이 꿈을 명확히 하라고 얘기하는데, 명확히 라는 말은 정확히 무엇일까? 숫자가 들어가는 것? 네, 이것도 맞습니다. 막연히 다이어트가 꿈인 사람보다는 1달내에 2kg을 빼는 것이 꿈인 사람이 그 꿈을 이룰 확률이 더 높습니다. 하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명확함인 것 같습니다.
손바닥만한 포스트잇에 자신의 꿈을 지금 즉시 적을 수 있는 사람만이 그 꿈을 이룰 수 있습니다. 근데 왜 손바닥만 한 포스트잇이냐구요? 제 꿈은 원대하여 그 포스트잇에 담을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 분들은 절대 그 꿈을 이룰 수 없습니다. 그건 원대한 게 아니라, 꿈이 너무 많은 겁니다. 너무 많은 꿈은 절대 이룰 수 없습니다.
팀 페리스는 동명의 책에서 또 이렇게 말합니다.
“일찍이 헨리 포드는 전 시대 최고의 베스트셀러 자동차인 T모델에 대해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고객은 자신이 원하는 어떤 색의 차든 가질 수 있다. 그게 검정색이기만 하면 말이다.” 고객서비스란 훌륭한 제품을 적정가격에 제공하는 것이고, (배송 중 분실, 교환, 환불과 같은) 원칙적인 문제들을 되도록 빠른 속도로 해결해 주는 것이다. 이것으로 끝이다. 당신이 고객들에게 선택사항을 많이 제공할수록 고객은 점점 더 결정을 내리지 못하게 되고, 결국 주문은 떨어지게 된다. 결국 양쪽 모두에게 손해이다.” P. 213
선택의 역설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뷔페에 가면 선뜻 선택을 하지 못한다.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다가 정말 맛있는 것은 나중에 먹어야지 라는 생각으로 싫어하고 맛없는 것으로 이미 우리의 배를 채워버리는 최악의 선택을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꿈이 많다는 꿈이 없다와 동의어입니다.
예전에 옹알이 영어학습법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한국 사람들이 왜 영어를 못하냐? 회화를 눈으로, 머리로 외워서 그렇다는 겁니다. 툭 치면 “Can you tell me the way to the nearest station?” 이렇게 자동으로 나올 정도로 입으로 소리 내어 외우라는 겁니다. 그게 아이들이 언어를 자연스럽게 습득하는 방식이고, 그게 옹알이라는 겁니다.
영어학습법을 논하는 자리가 아니기에, 그 학습법의 타당성을 논하지는 않겠지만, 사실 꿈을 이루는 방법으로는 딱 맞는 것 같습니다. 양희은이 물어보듯이
“얘, 넌 꿈이 모니?”
라는 질문에 반사적으로 튀어날 수 있을 정도의 명확한 꿈이 있어야 합니다.
√ 지금 손바닥만한 포스트잇을 꺼내라. 손마디만한 포스트잇밖에 없다고? 그럼 더욱 좋다. 그것도 없다면 A4지 두 번 접어서 네 분할로 자르라. 거기에 당신의 꿈을 (적지 말고) 새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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