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개그맨이 바로 장동민입니다.
박명수가 지금은 한물갔지만 호통개그로 한 시대(?)를 풍미했었죠. 그의 인기의 비결을 분석해 놓은 한 대중 문화가의 평론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잘은 기억이 안 나지만, 한국사회가 피로사회라서 그렇다고 합니다. 치열한 경쟁으로 지치고, 냄비근성이라고 하여 쉬이 불붙는 세상. 촛불집회로 대통령마저 갈아치우는 나라. 요새 꼰대 꼰대 하는데, 사실 이게 동방예의지국이라 너무 예의를 따지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결국 지킬 것을 너무 강요하는 사회, 즉 의무만을 너무 강요하는 사회라서 되레 젊은 세대들은 자기네의 권리를 더욱 찾으려고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래저래 피곤한 세상입니다. 그래서인지 박명수의 호통개그를 보면 속이 시원했었습니다. 그 전에는 깐죽댄다, 주접이다 정도의 너스레에 그쳤다면, 방송에서 대놓고 화를 내고 소리를 질러댔으니 기존 방송의 공식을 깨뜨린 셈입니다.
호통개그의 궤를 같이 한다고 해야 할까요? 사실 저는 박명수의 개그보다는 장동민이 더 좋습니다. 뭐랄까요? 가만 보면, 박명수는 호통이 다분히 계산적입니다. 근데 장동민은 현실적으로 화나보여요. 무슨 말이냐면, 우리가 정말 화나면 드라마나 영화처럼 작위적으로 화내지 않을 거란 말입니다. 근데 장동민은 오늘 아침에 내가 집에서 화냈던 그대로를 카메라 앞에서 해버려요. 그래서 공감하는 됩니다. 게다가 하고 싶은데 못하는 그 오묘한 경계가 사람들에게는 있거든요. 그걸 예의? 배려? 체면? 영어로 하면 Social Contract? 뭐 이런 것 때문에 꾹 참고 있다가 뒷담화로 이어지는 곳인데, 그걸 장동민은 여지없이 깨버립니다. 대놓고 깐다고 해야 할까요? 그것도 걸쭉한 욕과 함께. 그래서 장담하는데 저 같은 A형에게 인기 많을 겁니다. 해장국 같은 개그맨이랄까요? 그의 직설적인 표현 때문에 호불호가 있으시겠지만, 저는 호에 가깝습니다.
새해가 되면 누구나 새로운 희망에 부풉니다. 그러면서 꼭 하는 의례가 있습니다. 바로 새해계획입니다. 올해는 영어를, 중국어를 마스터해야지, 다이어트를 해야지, 금연을 해 봐야지, 금주를 해 봐야지. 많이들 해 보셨죠? 사실 돌아보면 새해계획만큼 거창하게 없습니다. 혹자는 목표는 크게 세우라고 하는데, 저는 반대합니다. 만약 여러분이 새해 계획으로 100억 부자가 되자 라는 목표를 세웠다고 한다면, 과연 달성할 수 있을까요? 많은 성공학 서적에서 냉장고에 람보르기니, 페라리 사진을 붙여 놓고 그걸 소유한 자신을 상상해 보라고 합니다. 많은 여성분들이 냉장고에 몸매 좋은 여자연예인 사진을 붙여놓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그래서 성공했나요?
장동민 얘기하다가 갑자기 무슨 새해계획 얘기냐구요? 장동민의 개그스타일도 좋아하지만, 그의 초창기 유행어(기억하시나요?)도 무지하게 좋아합니다.
“그까이거…… 뭐 대충!”
혹자는 충청도 특유의 능청스럽고 여유 넘치는(요샛말로 스웨그 넘치는) 사투리를 통해 우리에게 웃음을 준다고 분석하지만, 전 이 말에서 청량함까지 느낍니다. 표면적 의미는 얼렁뚱땅 대충하자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내재적 의미는 느려빠진 관료주의를 까고(너무 거창하죠?;;) 아니 말만 많고 행동하지 못하는 제 자신의 모습, 우유부단한 우리네 모습을 까고 있는 듯합니다. 어찌 보면 혜민스님 같은 멘토가 이렇게 말해주고 있는 것 같지 않나요?
“뭘 그리 우물주물 하고 있어요? 언제까지 생각만 하고 웅크리고 계실 건가요? 실패가 두렵다구요? 막상 실패해보면 생각보다 괜찮습니다. 그리고 그 실패가 많이 쌓일수록 당신은 성공에 한발한발 더 다가가고 있는 거에요. 그러니까 그까이거 대~충~ 해버리세요.”
중국어를 정복하고 싶으신가요? 정복이라는 말 자체가 벌써 거창하죠? 그냥 중국어를 하세요. 몇 해전 중국어 바람이 불었을 때, 마침 저희 누나가 대학에서 중국어를 전공했습니다. 그래서 중국어 좀 가르쳐 줄 수 있냐고 물었더니, 흔쾌히 승낙하더군요. 책을 두 권 알려주더니 사 오라는 겁니다. 책까지 구비했겠다. 본격적으로 수업을 하자고 했더니, 옷만 정리하고 하자는 겁니다. 제가 공짜로 배우는 입장이니 묵묵히 기다렸습니다. 한 30분이 지나서야 책상으로 오더군요. 그리고는 뭐 먹을 거 없어? 라고 묻더군요. 바로 책을 덮었습니다. 그리곤 중국어 학원을 알아보다가 지쳤습니다.
그렇게 몇 해가 흘렀습니다. 너무 거창하게 하려다가 안되겠다 싶어서, 중국어 첫걸음 무작정 따라하기라는 책을 샀습니다. 지금은 아침마다 중국어 딱 한 문장씩만 외우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에 외운 표현입니다.
워 예 헌 하오 (저희도 잘 지냅니다)
√ 새해는 거창하게가 아니고, 대충 맞이해야 합니다. 목표를 너무 거창하게 세우지 마세요. 너무 거창하면 아무 것도 못 해요! 그냥 대충 해 버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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