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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 나는 장미

나는 장미 #2

by 북노마드 2020. 1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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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 항상 기분이 안 좋지. 뭐 언제 좋은 적 있었냐?”

벌이 장미를 놀려댔어요.

! 오늘은 진짜 기분이 별로거든! 저리 가!”

그래도 벌은 장미 곁을 떠나지 않고 계속 윙윙 거렸어요. 그때 어미 벌이 날아왔어요.

아들아. 여기서 뭐하니? 또 장미한테 시비 거는 거니?”

시비 거는 게 아니에요. 엄마!”

시비지 뭐가 시비가 아냐!”

장미가 울면서 어미 벌과 아들 벌이 있는 곳을 뛰쳐 나갔어요.

저거 봐라. 저거 봐.”

장미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어미 벌이 혀를 차며 아들 벌을 나무라는 표정을 짓더니 이내 날아가 버렸어요. 아들 벌은 어미 벌이 나무라는 표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사라져가는 장미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어요.

어느새 밤이 되었어요. 귀뚜라미 친구들의 합창도, 뻐꾸기 친구의 솔로곡도 때론 애잔하게, 때론쾌활하게 들려왔어요. 하늘은 한없이 높았고, 머리 위로 별들이 쏟아질 듯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어요. 장미는 혼자서 밤하늘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울고 있었어요. 장미 안에 있는 모든 물방울들이 눈물로 다 나와버릴 정도로 펑펑 울고 있었어요.

난 왜 태어난 걸까? 남에게 상처만 주는 존재로 왜?’

그런데 귀뚜라미, 뻐꾸기 친구들의 노래소리를 뚫고 이상한 소리가 들렸어요. 무슨 소리지, 장미는 울음을 그치고 처음 듣는 소리에 끌려 자기도 모르게 발걸음을 옮겼어요.

이것도 못해서 어떻게 살 수 있겠냐! 다시!”

오늘은 그만 하면 안 될까요?”

그런 정신으로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나!”

나무 뒤에 보이지 않게 숨어서 소리를 들었어요. 한 목소리는 처음 듣는 목소리였고, 한 목소리는 분명 어디선가 들어본 듯 친숙한 목소리였어요. 거기에는 두 명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어요. 한 명은 무엇인가를 들고 있고, 한 명은 그걸 향해 계속해서 뛰고 있었어요. 한 명이 든 물체를 이리저리 움직여서 다른 한 명은 여러 번 그 물체를 놓쳤어요.

이거 하나 못 맞히나?”

한 명은 계속해서 혼을 냈고, 한 명은 계속해서 헉헉 거리고 있었어요. 그 물체를 뛰어서 맞히는 것이 아마 목표인 것 같았어요. 어둡고 멀어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구름에 가린 달이 드러나면서 점차 그 모습이 또렷해졌어요. 달빛과 별빛이 쏟아져 내리면서 그 두 명의 모습이 장미의 눈에 또렷하게 보였어요. 그건 바로 아까 자기를 계속 비아냥거렸던 아가 벌이었어요. 옆에 서 있는 한 명은 처음 봐서 모르겠지만요. 항상 고고하게 하늘에 날면서 자기를 놀리기만 했던 아가 벌이 온 몸이 땀과 땅의 먼지로 범벅이 되어 있었어요. 그 도도함은 온데간데 없는 모습에 장미는 적잖이 놀라지 놀랐어요.

아버지. 이제 그만 하면 안 돼요?”

아들아. 포기하고 싶을 때 하나라도 더 해야 한단다. 너보다 강인하고 센 벌들, 새들이 세상에는 아주 많단다.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은 딱 두 가지밖에 없단다.”

뭔데요?”

포기하는 것과 포기하지 않는 것.”

오늘은 쉬고 싶어요.”

니 형이 어떻게 되었는지 내가 몇 번이나 말해주지 않았느냐?”

이제 그 얘기는 그만 하세요. 저도 알만큼 아니까요.”

장미는 갑작스레 시작된 아가 벌의 가족 이야기를 듣고는 조심스러워졌어요. 그래서 조용히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가시가 숨어 있던 나무에 어느새 박혀서 몸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어요. 가시를 빼 내려고 온갖 힘을 다 쓰다가 이내 가시가 빠졌지만 그 반동으로 장미가 앞으로 철푸덕 넘어지고 말았어요. 그 소리에 두 명이 이 쪽을 쳐다봤어요.

거기 뉘시오?”

장미는 창피함에 온갖 힘을 다해 도망치기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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