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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 나는 장미

나는 장미 #3

by 북노마드 2020. 10.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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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벌과 아가 벌은 소리가 난 곳으로 뛰어갔어요. 주위를 두리번 거렸지만 달이 구름에 가려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어요. 아가벌이 주위를 살피다 나무에 박힌 가시를 발견했어요.
"아들아. 뭐라도 발견한 게 있니?"
움직이는 형체를 잡아내기 위해서 공중에 높이 올라 있는 아빠 벌이 말했어요.
"아무래도 족제비가 지나간 것 같아요. 바닥에 발자국 모양이 있어요."
아가벌은 거짓말을 했어요. 본능적으로 장미인 줄 눈치를 챘고, 가뜩이나 상처가 많은 장미를 또 창피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어요.
얼마나 뛰었을까 숨이 턱 막혀 장미는 멈춰 섰어요. 겨우 숨을 돌리고 나서야 아까 그 장면을 다시 떠올려봤어요. 아가벌은 애초부터 강력한 날개를 가지고 태어나서 저렇게 하늘 높이 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늦은 저녁에 저렇게까지 연습을 할 줄이야, 장미는 생각했어요. 장미에게 왜 늘 기분이 안 좋냐고, 기분은 자기 자신이 만드는 거라고 말했단 아가 벌의 말들이 스쳐 지나갔어요.
"기분이 안 좋은데, 어떻게 내가 기분을 만드냐?"
한번은 하도 화가 나서 장미가 거센 목소리로 대꾸했어요. "자신이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기분이 나쁜 상태에 대해서 슬퍼하고 한탄만 한다면, 뭐가 바뀔까?"
아가 벌의 그 말들이 당시에는 교회 설교말씀처럼 훈계조로만 들렸었다. 그런데 오늘 밤은 이상하게 그 말들이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어요. 무릎을 두 팔로 감싸안고 바닥을 바라보며 있던 장미는 갑자기 바닥이 환해짐을 느꼈어요. 뭐지 하고 하늘을 올려다 봤더니 밤하늘에서 수많은 별들이 일제히 반짝이고 있었어요. 태어나서 이렇게 많은 별들을 본 적도 없었고, 이렇게 밝게 빛나는 것을 본 것도 처음이었어요. 그 별들 사이로 아가 벌이 힘차게 날아오르는 모습이 그려졌어요.
다음날 아침이 밝았어요. 장미는 새벽 일찍부터 어디론가 갔어요. 바로 어제 아가 벌이 있던 그 장소였어요. 아가 벌이 비행 연습을 하고 있었어요. 장미는 예상은 했지만 직접 아가 벌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또다시 몹시 놀랐어요. 장미의 기척을 알아차리고는 아가 벌이 뒤를 돌아보았어요.
"어? 니가 무슨 일이야?"
아가 벌의 단도직입적인 질문에 장미는 잠시 머뭇거렸어요.
"나도 너처럼 연습하면 날 수 있을까?"
"뭐? 날아? 니가?"
"왜? 안 될 것도 없지 않아?"
아가 벌이 이번에는 대꾸하지 않고 박장대소했어요.
"왜 웃어?"
"아니 넌 날개도 없는데 어떻게 난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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