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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안 보면 10000% 후회할 영화

재밌는 영화 추천? 겨울왕국보다 100배 재미진 중국 애니??

by 북노마드 2020. 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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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인데, 뭐 재밌는거 없나, 빈둥빈둥하다가 우연찮게 다운받아 본 중국 애니메이션. 실은 쭉 둘러보다가 어? 중국 애니메이션이 꽤나 있구나, 싶어서 몇 개를 다운 받았다. 실은 몇년전에 "나의 붉은 고래"이라는 중국 애니를 영화관에서 보고 나서 - 실은 내용이 괜찮으면 그걸로 중국어 공부나 해 볼까 싶었는데, 흥행을 별로 안 해서, 대사를 잘 번역해 놓은 책이 안 나오고 있다;; - 중국 애니에 대한 나쁘지 않은 기억이 생겼다고 할까?

"나의 붉은 고래"는 캐릭터나, 그 몽환적인 분위기를 보면, 다분히 일본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떠올리게 하지만, 모든 창작물은 좋은 작품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또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생각하기에 개인적으로는 나.쁘.지. 않.게. 봤던 애니메이션이다.

그래서 중국 애니메이션을 보다가 어? 이거 그림이 이쁜데, 그리고 백사? 흰뱀 이야기인가 보구나, 하고 무의식중에 다운을 받았다.

실은 제목이 정확히 "백사연기"인 것도 영화가 시작되고서야 알았다. 원래 나는 중국의 요괴 이야기를 꽤나 좋아한다. 내 또래의 한국 남성 중에 "천녀유혼"에 빠지지 않은 남자는 불구이다라고 표현해도 좋을 정도로 파괴적인 "천녀유혼". 당시 왕조현의 인기란, 정말.

이런 류의 소재를 워낙 좋아해서, 작금에도 리메이크되어 나오는 천녀, 서유기 시리즈를 다 보고 있지만, 역시 예전 고전을 뛰어넘는 작품은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이 '백사연기'도 일단 다운은 받아놨는데, 천천히 볼까 고민을 하던 중에 그냥 보자, 딱히 할 일도 없는데 - 실은 영화 '히트맨'을 막 보고 나온 찰나라, 또 영화? 하고 조금은 지쳐 있었다고 하는게 맞겠다 - 시작했다.

 

그런데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이게 뭐야, 이건 동양화 - 중국 애니니 굳이 분류를 하자면 동양화가 맞지만 - 아니야? 미친, 이건 너무 아름다운거 아냐? 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이 장면.

아니, 중국에서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 애니를 만들수가 있지? 라는 생각에 너무 놀래서 영상을 멈추고 백사연기를 네이버에서 찾아봤다. 어라? 알고보니 중국의 엘사라 불리울 정도로 꽤나 유명한 애니였다. 게다가 겨울왕국2와 함께 오스카상 후보에 올라다니... 시작장면만 보고도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조금 더 찾아보니, 2000년대 초반부터 중국에서는 정부차원에서 애니메이션 산업을 키우기 위해 엄청난 투자를 했다고 한다. 농담반으로 곧 디즈니를 위협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인터넷 댓글들이 있던데, 다 보고 나니, 진심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앞서 밝혔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소재라서 그런지 몰라서 나는 겨울왕국2보다 1000배 더 재미있게 봤다. 그리고 솔직히 디즈니의 애니 하청은 한국이 도맡아서 한다고 하지만, 중국의 이런 놀라운 발전을 보니, 한국의 애니 시장이 걱정이 - 뭐 내가 할 걱정은 아니지만 - 되었다.

 

그림이 아름다워서 나는 그냥 내용과 상관없이 소백(여주)과 사랑에 빠져버렸지만, 이미 수차례 리메이크 되어서 닳고 닳은 소재이지만, 흥행의 요소를 분석해 보겠다.

1.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역시 사랑에 있어서는 일등 소재이다. 백사연기는 인간과 요괴의 사랑이야기이다. 원수집안 간의 사랑을 그린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 선생님과 제자간의 사랑, 다른 종족간의 사랑(ex. 호모 사피엔스와 네안데드탈인의 사랑) 등 우리 인간은 국경과 우주를 초월하는, 말그대로 초.월.적. 사.랑.에 대해 신봉하고 또 응원한다. 

2. 희생

서로에 대한 마음을 확인한 날, 뜨거운 키스와 사랑을 나누고 소백은 헤어지자고 말을 한다. 인간과 요괴의 세상은 달라서 함께 하기 어렵다고 말이다. 하지만 아선(남주)은 본인이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기다려 달라고 말한다. 아선은 인간이기를 희생하고 요괴가 되는 것을 선택한다. 그녀와 함께라면 인간이 되든, 요괴가 되는 상관이 없었다. 인어공주는 인간이 되기 위해 자신의 목소리를 희생한다. 영화 중간에도 이런 말이 나온다.

"하늘의 이치는 무엇인가를 얻으면 또 무엇인가를 잃는 법"

맞다. 세상의 공짜는 없다. 개인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자기연마라는 희생이 있어야한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큰 희생은 자신의 마음을 모두 쏟아내어 그, 그녀를 지켜내는 것이다. 사실 이런 것을 진정한 사랑이라고 부르지, 희생이라는 카테고리로 분류하고 싶지는 않아, 말을 아끼겠다.

3. 악당

기본적으로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영화에서도 요괴를 나쁜 놈, 즉 악당으로 설정한다. 아선(남주)를 그렇게 따르던 아이들도 단지 아선이 꼬리가 달린 요괴가 되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돌.팔.매.질.을 하고 쫓아내려고 한다. 아선의 마음은 하나도 변하지 않고 그대로인데 말이다.

우리는 겉으로 보이는 그 사람의 외모, 인종, 종교, 직책에 따라 그 사람을 쉬이 판단해 버린다. 사실 영화에서는 진정한 요괴는 불로장생하기 위해 요괴의 법력을 몽땅 흡수해 버리려는 국사일지도 모른다. 그 국사를 보고 깨달은(?) 요괴의 최고스승도 자신의 제자의 요기를 모두 흡수해 버린다. 인간이든 요괴이든 욕.망.이라는 것에 사로 잡혀 버리면 누구든 요괴 - 나쁜 의미로서 - 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4. 인연

실은 이 애니는 신선이 되기 위해 문턱에서 번번히 실패하는 소청(여주)이 500년 전의 자신의 이야기를 기억해내면서 시작한다. 자신의 과거 기억을 떠올린 소청은 환생한 아선(남주)를 찾아 인간 세상을 내려온다. 진정한 사랑은 종을 초월하지만, 또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연이라는 것이 그렇게 무서운 것이다. 다분히 운명주의적 세계관을 가지게 된 것도, 아마 이런 이야기를 너무 좋아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조금 멀리 돌아가는 것 같지만, 그래서인지 나는 너 하나만 사랑하지 않는 이야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무슨 얘기냐면, 여러 사람들을 만나왔는데, 결국에 너한테 정착하는 이야기는 처음부터 왠지 거부감이 들었다 - 굳이 과거형을 쓴 것은, 그런 이야기를 처음 접했을 때는 정말 싫었는데, 이게 사실 더 현.실.적.인 우리네 인간사를 투영하고 있다는 사실은 인.정.하고 나서는 편해졌다고 하는 편이 맞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You are the only one"이라고 주장하는 이런 영화가 너무 좋다.

 영화는 다시 그네들이 만나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비녀를 떨어뜨린 소백에게 비녀를 건네주는 (환생한) 아선.

그리고 그를 돌아보며 500년간 서로의 기억 속에 아픔으로만 남아 있던 운명의 실타래가 풀어지며 다시 매듭이 이어짐을 알리는 소백.

# 두두

법력(*겨울왕국으로 따지면 마술(Magic)이다)으로 두두(*아선이 기르는 개)에게 말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하는 소백. 이건 겨울왕국의 울라프와 100% 같은 캐릭터로 보면 된다. 딱 봐도 울라프 해적판이지만, 그래도 너무나 아름다고 귀엽게 그려져서 정말 없어서는 안 될 캐릭터다.

백사연기는 너무나 아름다운 동양화를 보여주면서 막을 내린다.

디즈니가 어린이 동화를 리메이크하면서 그 성을 공고히 했다. 백사연기는 중국이 그들만의 풍부한 민담설화, 차별화된 동양화적 색채, 그리고 인생무상을 노래하는 듯한 그들만의 정체성이 담긴 노래로 승부한다면, 장담컨대 5년 이내에 디즈니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한 영화였다. 아니, 이미 충분한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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