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리뷰/안 보면 10000% 후회할 영화

재밌는 영화 추천? 이것 보시라! 영화 시동!(감동은 원플러스원!)

by 북노마드 2020. 1. 25.
728x90
반응형

간만에 배꼽 빠졌다. 현실 웃음, 이라고 해야 하나? 정말 빵빵 터졌다.

영화 시동 이야기다. 개봉 때부터 볼까말까 고민을 했다. 생각보다 재미있다는 평들이 많아서 보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상영관 수가 많지 않아서 그냥 지나갔다가, 최근에 VOD로 나와서 보게 되었다.

2017, 18년도는 나왔다 하면 죄다 다 마동석이었다. 마동석이 안 나오는 영화가 없을 정도였다. 메뚜기도 한철이라지만, 이건 해도 해도 너무 하다 싶을 정도로 나와대니, 어떤 사람들은 마동석 나오면 안 보겠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우람한 근육질부터 반전매력 마요미까지. 근데 반전매력 마요미까지 식상해질 판이었으니.

실은 그래서 나도 마동석이 또 나온다니 슬쩍 지겨운 판이었다. 그래서 또 비슷하겠거니, 별 기대감도 없이 보기 시작했다. 사실 고백컨대, 요새는 영화관 아니고서는 1시간 조금 넘으면 가만히 앉아서 보지를 못한다. 유튜브도 5분 넘으면 벌써 온몸이 근질근질 거리는 판인데 말이다. 그래서 영화 시동도 초반 5~10분까지 견디기가 쉽지 않았다. 편모 밑에서 자란 자퇴생 - 검정고시 준비생 - 박정민. 그를 키우는 염정아. 그런데 10분을 넘기고 마동석이 나오는데, 정말 숨 넘어갈 뻔 했다.

이 모습 보고 숨 안 넘어갈 사람 있으면 나와보시라. 게다가 잘 때 눈 뜨고 잔다.(*그냥 눈뜨고 있다) 아놔! 미치겠다. 정말. 게다가 박정민과 마요미가 처음 만나서 주고 받는 대사가 압권이다.

말이 짧은 박정민에게, 넌 학생이면 존댓말을 하라고 하니, 자퇴해서 학생 아니라고 하자,

"존댓말은 못 배우고 자퇴?"

"배울게 없어서 자퇴."

"그런 넌 천재?"

라고 받아치는 장면에서 배꼽 빠질 뻔 했다. 아놔, 아니 이거 각본 쓴 사람 누구야, 라는 생각에 작가를 찾아봤다. 실은 일상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소재에서 이런 소소한 재미를 이끌어낼 수 있는 재능이 궁금했다. 작금에는 소재가 아주 흥미롭거나, 아니면 아주 만화보다 더 만화 같은 영화 같은 것들이 인기를 끌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일상의 소재를 다룬 영화들은 우리네 관심 밖으로 밀려난지가 오래되어서 되레 영화 시동은 더욱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찾아, 찾아보니, 이게 웹툰 시동이 원작이란다.

일상의 소재를 아릅답게 그려냈다는데 점수를 일단 주고 시작했지만, 볼수록 참 아픈 영화다. 아니, 참 사람사는 냄새가 풀풀 나는 영화다. 사실 양아치 같은 삶, 가출 소녀의 삶. 이제는 너무나 식상해져 버려 일일 드라마의 소재로도 쓰이지 않을 것만 같은 소재들인데, 어찌나 이리 내 마음을 뒤흔드는 것일까? 익히 알고 있지만, 당하는 것은 역시 그 안의 아픔을 우리가 200% 공감하기 때문이 아닐까.

아픈 사람을 보고 있으면 도와주고 싶은 마음. 그리고 겉으로 보기에는 완벽무결해 보이는 사람도 실은 다 아픔이 있다는 사실을 영화 시동은 적나라하게 다시 한번 보여준다.

그래서 박정민이 맨발로 뛰쳐나온 최성은(빨간머리 신예)에게 슬리퍼를 던져 주었을 때, 그 퉁명스러움에서 우리는 그의 따스한 마음을 공.감.한다. 별로 슬프지도 않은 장면인데도 우리는 울컥하고 만다. 왜냐면, 그 마음을 잘 알기 때문이다.

박정민은 영화 변산, 그것만이 내세상에서 눈에 들었던 배우다. 역시나 양아치 연기는 지존급이다. 개인적으로는 제 2의 조승우급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해 본다. 그의 연기는 항상 진심이 가득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영화속 신예 최성은도 상당히 매력적인 캐릭터다. 처음에는 설리를 닮았길래, 그녀의 유작인가 의심했을 정도였다. 영화에서 그녀는 항상 눈 주위가 부어 있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권투를 배운 모양이다. 박정민을 처음 만났을 때, 자신을 쳐다보는 박정민의 시선, 즉 남자의 시선을 곱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먼저 시비를 걸고는 박정민에게 어퍼컷을 날린다. 그런 최성은도 영화 후반부는 검은 머리의 정상적인 여고생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주위에 어떤 사람이 있느냐에 따라 우리의 상처가 더 벌어지기도, 금세 아물기도 하는 법이다.

영화는 사실 90년대 느낌을 물씬 풍긴다. 개인적으로 영화적 연출이 많은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예를 들자면 뺨을 맞는 장면에서 정신을 잃으면서 무인에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상상으로 넘어가는 장면이라든지, 대학시절 배구선수였던 염정아(박정민 엄마역)가 붕 뛰어올라 사채업자의 뺨을 강스파이크로 스매싱하는 장면을 작위적으로 연출하는 장면, 이런 식의 연출은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편이다. 극 사실주의를 선호하는 것은 아닌데, 왠지 나는 영화요, 라고 외쳐대는 영화는 영화 속에 몰입을 방해한다고 믿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에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역시 영화든 드라마든 만화든 웹툰이든 모든 것은 스토리의 힘이다. 터미네이터의 1탄이 허섭한  CG기술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최고의 명작 중의 하나로 꼽히는 이유는 - 그 이후에 더 많은 기술이 발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후속탄이 다 욕을 먹는 이유도 - 결국 스토리의 힘이다.

내가 약간 신파적인 스토리를 좋아하는 면이 있다는 것은 이 영화를 보면서도 다분히 느꼈다. 하지만 나는 굳이 변명을 하고 싶다. 나는 인간적인 공감이 있는 훈훈한 사람 사는 우리네 이웃 이야기를 좋아한다. 만약 신이 있다면, 나에게 이런 훈훈하고 공감가는, 그래서 사람들도 내가 영화 시동에서 느끼는 유쾌함과 행복함을 느낄 수 있는 그런 글을 쓸 수 있도록 달란트를 허하여 주시옵소서, 라고 빌고 싶다.

아, 역시 다시 봐도 배꼽 빠진다. 진짜 ㅋㅋㅋㅋㅋㅋ 아놔!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