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도 연습입니다. 원래 저란 인간은 당최 칭찬을 잘 못합니다. 그래서 조직내 승승장구의 영순위인 아부라는 것도 절.대. 안 하는 아니 못 하는 인간이었습니다. 그냥 뭐랄까 온 몸이 오글거린다고 할까요?
그래서 어떻게 사회생활하고 인간관계 가지냐구요? 네, 그래서인지 친구가 별로 없습니다. 뭐 그래도 정말 제가 인정할 때는 칭찬을 합니다. 그거야말로 진정성 있는 진짜 칭찬이라는게 오랜 제 신념이었습니다. 사실 그건 칭찬이라기보다는 상대가 저보다 후배일 때는 진심어린 인정이고, 저보다 선배일 때는 진심어린 존경이자 시기질투의 표현입니다. (*사실 시기질투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지만, 속에 감추어놓고, 아, 질투나 보다는 정말로 멋있다, 존경한다 라고 인정할 때 건설적으로 경쟁할 수 있더라구요. 뭐, 사실 질투심은 건전한 감정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질투심이 있어야 인간은 더 성장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선의의 라이벌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러다가 나이도 먹고 하다보니, 가끔 아부라는 것을 할 때가 있더라구요. 저도 모르게. 저는 아부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아부라고. 사실 사람은 누구에게나 배울 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배우지 않아야 할 점도 있죠. 타인의 눈에 제 행동이 아부라고 보인 것은 아마도 제가 느낀 그 배울 점을 부각해서 말로 표현하고, 배우지 않아야 할 점은 철저히 감추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뭐, 사실 저는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니, 나름 진정성 넘치는 칭찬을 한 셈입니다.
무튼 나이가 있다 보니, 회사에서도 중간자리에 있는데, 제가 인정할 때만 칭찬이라는 것을 하는데, 의도적으로 칭찬하는 법을 좀 연습해봐야겠다라는 생각도 듭니다. 좀더 어렸을 때 시도해 봤는데, 영 낯 간지러워서, 저는 체질에 안 맞구나 하고 포기해 버렸습니다. 그런데, 제가 주니어 시절을 돌아보면, 별거 아닌 상사, 선배의 칭찬에 밤을 새울 정도의 열의를 가진 적이 몇 번 있었습니다. 제 이메일을 보고는
'너, 글 좀 쓴다.'
라는 한 마디. 모르겠습니다. 제가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욕망이 있어서였는지, 그 선배는 그저 지나가는 말로 했는지 몰라도 저는 그 말 한마디에 엄청난 동기부여가 됐습니다. 이래서 말 한마디가 천냥 빚을 갚는다고들 하나 봅니다.
조금은 어긋나지만 그래서 아이들을 기를 때도 칭찬이 참 중요한 것 같습니다.
어련히 생각이 나네요. 초등학교 4학년 때 제 짝궁 녀석이 있었는데, 그 녀석 정말 그림을 잘 그렸습니다. 당시 최고의 히트작인 '드래곤볼'의 모든 캐릭터를 안 보고, 똑같이 그려내는 거였습니다. 항상 제 짝궁 옆에는 친구들이 바글바글했습니다. 야! 나는 손오공 그려줘! 나는 원숭이! 요청하는 족족 그려내는 그 녀석의 실력에 저는 내심 질투가 났습니다. 그 때부터 저는 집에 돌아오면 미친 듯이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러기를 3년.
중학교에 올라갔습니다. 그림을 잘 그리던 제 짝궁 녀석은 다른 중학교를 갔고, 그 때 이후로 연락이 끊겼습니다. 이름이 아직도 또렷이 기억이 납니다. 박용*. 제가 한번 찾아봤는데요. 그런 작가(만화가, 일러스트레이터 등)는 없더라구요. 동명은 있는데, 나이까지 똑같은 사람은 없었습니다. 커서 반드시 이런 쪽 일을 할 재능있는 친구였는데, 나중에 나이가 더 들어서라도 정말 다시 한번 만나보고 싶습니다.
무튼 중학교 1학년 첫 미술시간. 미술 선생님께서는 반 친구 한 녀석을 불러내더니, 크로키라는 걸 시켰습니다. 동작을 바꾸게 하고, 20초 주겠다. 그려! 하고 한 10가지 동작을 그리게 하셨습니다. 그리고는 돌아다니면서 한 명씩 피드백을 해 주셨습니다. 제 앞에서 멈칫 하시더니, 첫 마디가 이거였습니다.
"너, 미대 갈래?"
저는 아직도 이 순간을 잊지 못합니다. 그때부터 제 주위는 친구들로 바글거렸고, 미술 선생님의 한 마디에 저는 더 열심히 그림을 그렸습니다.
'나는 그림에 소질이 있고, 뛰어난 재능이 있는 사람이야.'
이런 생각을 무의식중에 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미술 선생님의 그 한 마디가 없었다면, 저는 그림을 잘 그리는지도 몰랐을테고, 그림을 더 열심히 그리지도 않았을 겁니다. 이렇게 말 한마디가 무서운 겁니다. 자녀를 키우시는 여러분이 계신다면, 언제든 자녀의 솜씨를 칭찬해 주십시오. 또 압니까? 그 한 마디에 여러분의 자녀가 제 2의 김연아, 박지성이 될련지.
지금 생각해보면 저는 재능이 있던 게 아니더군요. 그저 3년의 숨은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저는 다른 아이들보다 그림을 잘 그렸던 것 뿐입니다.
다시 돌아가서, 그래서 마음에서 진정으로 우러나오지는 않지만, 이성적으로 봤을 때 수고했을 법한 상황, 예를 들어 며칠 밤낮을 새며 해내는 프로젝트라면 저도 진정으로 고생했다고 치하할 테지만, 일상의 프로젝트를 해냈을 때, 이 때가 상당히 애매합니다. 분명 담당자는 마음을 써가며 했지만, 감정적으로 정말 고생했다는 마음은 우러나오지 않는데, 이성적으로는 이 친구가 그래도 열심히 했다는 것은 알겠어요. 이럴 경우, 닭살을 무릅쓰고, 칭찬이라는 걸 해 보는 연습을 해 봐야겠구나 라는 생각이 오늘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냉혈한은 아니니 손톱만큼의 진심은 있지만, 젊은 시절의 저의 가치관에 따르면 절대 하지 않았을 법한 칭찬. 이걸 한번 해 보자, 해서 해 봤는데, 모르겠네요. 그 친구는 어떻게 느꼈을지. 가식 덩어리로 느꼈을 수도 있고, 전혀 인지를 못했을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선배의 지나간 한 마디가 저에게 한때 열정을 심어주었듯이 저의 지나간 한 마디에 제 주변의 사람들도 문득 힘을 얻을 수 있도록 '칭찬'이라는 습관, 한번 연습해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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