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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리뷰/톨스토이

톨스토이 최고의 명작, 안나 카레니나 제대로 번역한 출판사는? #2

by 북노마드 2021. 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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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erhaps," he said, pressing her arm with his elbow. "But it is better to do good so that, ask whom you will, no one knows anything about it."

Kitty was silent, not because she had nothing to say but because she did not want to reveal her secret thoughts even to her father. Yet - strange to say - thought she had made up her mind not to submit to her father's opinion and not to let him enter her sanctuary, she felt that the divine image of Madame Stahl which she had carried in her bosom for a whole month had irrevocably vanished, as the figure formed by a cast-off garmnet vanishes when one realizes how the garment is lying. There remained only a short-legged woman who was always lying down because she had a bad figure, and who tormented poor unresisting Varenka for not tucking her plaid the right way. And by no efforts of imagination could the former Madame Stahl be recalled. - Anna Karenina(Worldworth Classics)

# "그럴지도 모르지." 그는 그녀의 팔을 팔꿈치로 누르면서 말했다. "그러나 그런 일은 누구에게 물어보아도 아는 사람이 없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아."

키티는 입을 다물어버렸다. 대답할 말이 없었기 때문이 아니라 아버지에게도 자신의 비밀스러운 생각을 알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괴이쩍게도 그녀가 아버지의 견해에는 따르지 않아야겠다, 아버지도 자신의 성지에는 발을 들여놓지 못하게 해야겠다고 그토록 단단히 마음먹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꼬박 한 달 동안 마음속 깊이 받들어왔던 마담 시탈의 숭엄한 모습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음을 느꼈다. 벗어던져진 옷으로 이루어져 있던 형체가 그것이 그저 옷뿐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사라져버리고 마는 것처럼. 그후에는 그저 몸이 볼품없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누워만 있고, 담요를 발에 잘 감지 못했다고 해서 죄도 없는 바렌카를 괴롭히는 다리가 짧은 한 부인의 모습만이 남았다. 그리고 아무리 상상력을 동원해봐도 이제 이전의 마담 시탈로는 되돌아갈 수 없었다. - 안나 카레니나 1권 (문학동네) p.435~436

# "그럴 수도 있겠지." 그가 팔꿈치로 딸의 팔을 꼭 누르며 말했다. "하지만 그런 일을 할 때는 아무도 모르게 하는 게 더 낫지 않겠니?"

키티는 말이 없었다. 할 말이 없어서는 아니었다. 그녀는 아버지에게조차 자신의 은밀한 생각을 열어 보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아버지의 견해에 예속되지 않을 것이며 자신의 성소에 아버지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겠노라고 마음을 다잡으면서도, 한 달 내내 가슴속에 품고 다녔던 마담 슈탈의 성스러운 형상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바닥에 내던져진 옷의 모양새를 사람의 형상인 양 착각하다가, 거기 놓인게 옷이라는 걸 깨닫게 되자 그 형상이 그만 사라져 버리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남은 것은 단지 몸매가 흉한 탓에 누워만 지내면서, 무릎 담요를 덮는 게 서투르다며 온순한 바렌까를 구박하는 다리 짧은 여자일 뿐이었다. 아무리 안간힘을 써서 상상해 보아도, 전과 같은 마담 슈탈의 모습으로는 이미 되돌릴 수 없었다. - 안나 카레니나 상권 (열린책들)

개인적으로 보기에는 "as the figure formed by a cast-off garmnet vanishes when one realizes how the garment is lying" 이 부분의 해석에서도 온도차가 확연히 드러난다.

문학동네는 "벗어던져진 옷으로 이루어져 있던 형체가 그것이 그저 옷뿐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사라져버리고 마는 것처럼."이라고, 

열린책들은 "바닥에 내던져진 옷의 모양새를 사람의 형상인 양 착각하다가, 거기 놓인게 옷이라는 걸 깨닫게 되자 그 형상이 그만 사라져 버리는 것과 마찬가지였다."이라고 번역하였다.

문학동네의 번역은 무슨 말인가 싶어서 되돌아가서 다시 읽어도 뜻이 잘 잡히지 않았지만, 열린책들의 번역은 - 이 또한 그렇게 직관적으로 와닿지는 않지만 - 논리적으로 앞뒤가 어색하지 않게 연결된다. 읽다보면, 이런 부분들이 꽤 많이 발견된다.

그 뒤의 연결도 마찬가지다. 영어 번역을 보면 "because she had a bad figure" 이 부분을, 문학동네는 "그후에는 그저 몸이 볼품없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누워만 있고"라고 옮겼고, 열린책들은 "남은 것은 단지 몸매가 흉한 탓에 누워만 지내면서"이라고 번역했다. 영어 번역에 더 가깝고, 논리적으로 더 무난하게 읽히는 것은 열린책들이다. 영어 번역에 따르면, 마담 시탈(슈탈)의 몸매가 엉망이라는 말인데, 문학동네는 - 신이나 어떤 조물주가 몸을 만든 뉘앙스로 - 수동체로 "몸이 볼품없게 만들어졌기 때문에"로 표현하여, 주어가 불분명하다. 그녀의 몸인지, 인간 전체의 몸을 뜻하는지 의미가 모호해진다. 열린책들은 명확하게 " 단지 몸매가 흉한 탓에"라고 그 몸뚱어리의 주체가 그녀임을 명시한다.

개인적으로 소설이라함은 문장도 중요하지만, 저자가 풀어내는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 문장에서 걸리지 않고 - 읽어내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에, "열린책들"의 번역을 추천하는 바이다.

 

▶ 톨스토이 최고의 명작, 안나 카레니나 제대로 번역한 출판사는? 1편

 

톨스토이 최고의 명작, 안나 카레니나 제대로 번역한 출판사는? 1편

톨스토이를 떠올리면 자동적으로 안나 카레니나 를 떠올릴 것이다. 그의 수작은 많지만, 수작 중에서도 수작!!! 그의 책을 출판사별로 읽어 봤습니다. 번역은 반역이라는 우스개소리가 있다. 예

booknomad.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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