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처음에는 더뎠다. 두 권짜리임에도 불구하고 후루룩 읽어냈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와 달리 한 권짜리인데도 "무기여 잘 있거라"는 쉬이 읽히지 않았다. 처음 도전해본 전자책에 익숙하지 않는 탓인지, 번역의 탓인지, 아니면 시점의 차이인지(*'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는 3인칭 시점으로 쓰여졌지만, '무기여 잘 있거라'는 1인칭 시점임) 이유를 찾기에 머리가 바빴다.
역시나 전쟁이야기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가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 사이에 일어난 스페인 내전이 배경이었다면, "무기여 잘 있거라"는 1차세계대전의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시작한다.
주인공인 '나'(이하 프레더릭)는 소설 초반부에 간호사인 캐서린과 사랑에 빠진다. 아이러니하게도 둘이 사랑을 시작하는 장면은 클럽에서 - 원나잇을 위해 - 이성을 유혹하는 것처럼 가볍게 시작한다.
# "전 지금까지 기이한 생활을 해왔어요. 영어로 말할 기회조차 전혀 없었죠. 그런데 당신이 너무 아름다워서 그만." 나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무 말이나 막 할 필요 없어요. 미안하다고 했잖아요. 우리 화해한 거에요."
"그래요," 내가 말했다. "그리고 전쟁 얘기도 잊어버렸고요."
그녀는 웃었다. 웃음소리를 듣기는 처음이었다. 나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다정한 사람이군요." 그녀가 말했다.
"아니요, 안 그렇습니다."
"아니에요. 당신은 좋은 사람이에요. 당신이 괜찮다면 키스하고 싶어요."
나는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아까처럼 안고 키스했다. 꼭 안고 힘껏 키스하며 입술을 열려고 했지만 굳게 닫혀 있었다. 나는 여전히 화가 났는데, 안겨 있던 그녀의 몸이 갑자기 떨렸다." 힘주어 끌어안자 심장박동이 느껴지면서 그녀가 입술을 열고 내 손에 기대어 머리를 젖혔다. 다음 순간 그녀는 내 어걔에 기대어 울고 있었다.
"아, 당신은," 그녀가 말했다. "내게 잘해줄 거죠?"
그들은 사랑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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