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같은 제목이다. 시체라 함은 너무 많이 들어서, 이제는 쳐다도 안 볼 정도로 죽은 말에 가깝다는 뜻이다. 무기여 잘 있거라,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는 시쳇말이다. 무기여 잘 있거라는 심지어 대중가요의 제목으로까지 등장해서 더 죽어 버렸다.
노인과 바다와 함께 헤밍웨이의 대표작이다. 노인과 바다는 읽어보지 않았어도 축약된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어 원본을 본다는 것이 시간낭비처럼 느껴지는 작품이다. 무기여 잘 있거라,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는 어떤 내용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무기여 잘 있거라, 는 전쟁에 대한 경종 정도 되지 않을까 애써 추측해본다.
누구나 헤밍웨이와 같은 대문호는 언젠가 도전해 보고 싶은 생각이 있을테다. 평생의 소망을 왜 불현듯 선택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막상 펼쳐든 소설은 뜻밖이었다. 노벨문학상을 탄 작품들은 - 범인의 눈으로는 헤아리기 어려운 - 숭고한 사상과 철학이 담겨있고, 턱없이 어려운 어휘로 점철되어 있어 범접하기 어려울리라는 편견을 가뿐히 깨 준 작품이었다. 쉬이 읽힌다. 게다가 재미있다.
소설은 스페인 내전을 배경으로 한다. 민음사 기준으로 총 2권으로 엮어진 소설은 채 나흘이 되지 않는 시간으로 구성된다.
프랑코 장군이 장악한 파시스트 진영에 대항하는 공화국 사령부 소속의 로베르토(영국인이며 로버트가 영어식 이름이며, 로베르토는 스페인식 이름이다)가 주인공이다. 로베르토는 다리를 폭파하라는 공화국 사령부의 지시로 산 속에 매복하여 게릴라 작전을 수행하는 무리와 만나게 된다. 그렇게 이야기가 시작된다.
소설은 로베르토의 생각이 약 삼분의 이를 차지할 정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생각은 실재다. 헤밍웨이가 직접 생각한 그대로, 심지어 내 생각을 들여다보고 있는 착각이 들 정도로 적나라하게 로베르토의 머릿속을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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