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아파트, 완독했습니다. 제가 읽은 기욤뮈소의 12번째 소설입니다.
그후에
7년후
내일
천사의 부름
종이여자
센트럴 파크
인생은 소설이다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사랑을 찾아 돌아오다
당신 없는 나는
브루클린의 소녀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기욤 뮈소의 작품 중에서 가장 실망한 작품이었습니다.
바로 직전에 "브루클린의 소녀"라는 작품을 읽었는데, 이야기가 머릿속에 거의 남아 있지 않습니다. 이게 참 신기하죠? 분명 재밌게 읽었는데, 머릿속에 그 이야기가 이렇게 빨리 날아가버리니 말입니다.
브루클린의 소녀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 보면, 결혼 직전에 연인에게 비밀을 털어놓으라고 남자 주인공이 따집니다. 연인은 시꺼멓게 타 버린 시체 3구의 사진을 보여주고, 자신의 비밀이라고 말합니다. 잔뜩 화가 난 남자 주인공이 같이 휴가를 보내고 있던 별장을 떠나버리지만, 지나치게 감정에 휘둘렀던 행동이 아닌가 싶어 다시 돌아오지만, 연인은 사라져 버립니다. 거기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굳이 떠올릴려고 하니 생각이 나기는 하지만, 그 이전 작품들은 이게 7년후인지, 내일이었는지, 천사의 부름이었는지 헛갈리는 작품들이 많이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렇기 때문에 대중소설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반면 페이지 터너는 아니지만 - 분명 톨스토이의 "부활", "안나 카레니나",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같은 고전 작품들은 민음사의 고딕스러운 책 표지와는 다르게 비록 페이지 터너 수준은 아니지만, 상당히 재미 있습니다 - 고전 작품들이 기억에 남는 이유는 천천히 씹어 가면서 읽으면서 그 주인공들을 머릿속에 꾹꾹 담아두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꼭꼭 씹어 먹는 작품들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지만, 몰입감이 대단하지만 서둘러 읽은 작품들은 그만큼 빨리 기억에서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사실 기욤 뮈소의 작품들 중에 스토리가 너무 궁금해서 배경 묘사 같은 경우는 스킵해서 본 적도 꽤나 많습니다. 말 그대로 후루루루룩~ 다음 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지게 만드는 것은 대중 소설가로서의 필수 자질 같습니다.
오랫동안 소설이라는 것에 대한 저의 고정관념은 - 아마도 학창시절 국어시간에 인용된 대다수의 작품들 때문에 굳혀졌을 거라 생각합니다 - 모든 소설들이 딱딱하고 기승전결도 별로 없고 상황 묘사나 사람의 심리묘사에 시간을 많이 할애하는 줄로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읽기 시작했던 고전작품들, 그리고 올해 상반기부터 접한 대중 소설들 - 거의 대다수가 기욤 뮈소 작품들이지만요 - 을 읽어내면서 대중 소설은 재미있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대중 소설은 노벨 문학상을 받으려고 쓰는 게 아니고, 긴 비행시간을 견디기 위해서, 주말의 따분한 시간을 달래기 위해서 읽는 것입니다.
대중 소설은 넷플릭스와 같아야 한다.
이게 제가 톨스토이, 헤밍웨이, 알베르 카뮈와 같은 대문호들이 쓴 작품들과, 기욤 뮈소, 매트 헤이그와 같은 대중 소설가들이 쓴 작품들을 읽으면서 내린 결론입니다.
역시나 소설가를 지망하는 사람들도 그 둘을 구분하는 눈이 있어야겠죠?^^
그런 면에서 "파리의 아파트"는 대중 소설로서는 그다지 성공하지 못한 작품이 아닌가, 싶은 게 개인적인 감상평입니다.
소설의 절반은 우연찮게 파리의 한 아파트에서 크리스마스 휴가 기간을 같이 보내게 된 두 남녀가 숀 로렌츠라는 유명 화가가 남긴 유작을 찾는 이야기입니다. 다소 지루합니다. 왜 찾는지에 대한 유인도 부족합니다. 기욤 뮈소의 다른 작품들에서는 아마 그 동인에 대해 강력하게 독자들에게 호소를 했을텐데 말입니다. 그래서인지 빠르게 읽히지가 않습니다. 뭐니뭐니 해도 대중 소설의 묘미는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잠을 이룰 수가 없다, 일텐데 말입니다.
절반이 지나면서 숀 로렌츠가 죽기 직전에 완성한 세 개의 작품들이 발견이 된 이후에 과정에서 반전이 나오기는 하지만, 뮈소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서는 다소 느린 전개와, 다소 평탄한 반전에 적잖이 실망하게 된 작품입니다.
아무래도 남녀간의 사랑요소가 많이 빠지고, 아버지와 자식 간의 사랑을 중심으로 그려서 그런지, 미혼인 저에게는 아직 공감대가 부족해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책 말미의 역자 후기를 보면, 기욤 뮈소가 이 소설을 집필할 당시에 아버지가 되었다고 합니다. 아마도 육아를 하면서 이 소설의 기본 플롯을 떠올렸고, 핵심 주제를 부정으로 설정한 것 같습니다.
만약 제가 결혼을 했고, 자식이 있었다면 아마도 이 소설이 베스트가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남자 주인공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남의 아들을 찾기 위해 혼신의 힘을 바치는 이야기. 그 과정에서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은 감동을 받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당신이 이제 아버지가 되었고, 어린 자식에게 조금씩 실망해 가고 있을 무렵이라면, "파리의 아파트"가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13번째 기욤 뮈소의 소설은 "지금 이순간"입니다. 다음 작품 리뷰도 기대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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