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욤 뮈소의 17권의 소설을 모두 읽었습니다. 개중에 가장 감동적으로 기억에 남아 있는 소설은 바로 "천사의 부름"입니다. 반전도 기가 막혔고, 재미가 기가 막혔습니다.
오늘부터는 천사의 부름 1권을 통째로 모사하고, 분석하고(플롯구조), 제 나름 방식대로 써 보는 연습을 시작해 볼까 합니다.
'모방'이 창작의 첫걸음입니다.
* 이전에 1편에서 초반부 모사를 해 봤습니다^^
자,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원문]
1. 뒤바뀐 전화기
만날 수밖에 없는 운명인 사람들이 있다. 어디에 있든 어디에 가든 그들은 언젠가는 만난다. - 클로디 걀레
뉴욕
JFK 공항
크리스마스 일주일 전
여자
"그 다음엔?"
"그 다음엔 라파엘이 날 티파니에 데리고 가 다이아몬드 반지를 사줬어. 그리고 청혼했지."
매들린이 휴대폰을 귀에 대고 공항계류장이 내려다보이는 키 높은 통유리 앞을 거닐고 있었다. 거기서 5천 킬로미터쯤 떨어진 런던 북부의 작은 아파트, 그곳에서는 그녀의 단짝 친구 줄리앤이 애인과 뉴욕으로 밀월여행을 떠난 매들린이 시시콜콜 전하는 이야기를 열심히 듣고 있었다.
"그 사람, 아주 큰 맘 먹었네. 주말을 보내러 맨해튼까지 널 데리고 가더니 왈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에 묵질 않나, 마차를 타고 뉴욕 시내를 구경시켜주질 않나, 다이아몬드 반지에 멋진 청혼까지......"
"맞아, 정말이지 그 모든 게 한편의 영화처럼 완벽했다니까."
매들린은 한껏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내 식으로 다시 쓰기]
"그 다음엔?"
"그 다음엔 티파니에 가서 라파엘이 다이아몬드 반지를 사주면서 나에게 청혼했어."
매들린이 통화를 하며 공항대합실이 내려다 보이는 투명한 통유리 앞을 걷고 있었다. 매드린의 단짝 친구 줄리앤은 런던 북구의 작은 아파트에서 매들린과 통화를 하고 있었다. 애인과 뉴욕으로 여행을 떠나 한껏 들떠 있는 매들린의 이야기를 시시콜콜한 내용까지 빠짐없이 전해 들으면서.
>> 밀월여행이라는 용어는 틀렸다. 밀월여행은 신혼여행과 동의어로 쓰인다. 매들린과 그녀의 애인은 아직 결혼 전이므로 밀월여행 대신 "달콤한 여행" 정도로 바꿔 써야 옳을 것이다.
"그 남자, 큰 맘 먹었네. 주말에 맨해튼까지 가질 않나, 그 비싼 오성급 호텔에 묵질 안나, 뉴욕 시내를 마차까지 타고 보질 않나, 게다가 다이아몬드 반지에 멋진 프로포즈라니......"
"그니까, 정말 이게 현실이라니 믿을 수가 없어."
매들린은 들뜬 목소리로 답했다.
>> 나 같은 경우에는 화자의 심정 상태를 대변하는 문장을 대화문 사이에 많이 넣는 편이다. 이를테면 줄리앤의 대사 다음에 이런 걸 넣는 식이다.
~ 멋진 프로포즈라니......"
줄리앤은 부러운 듯 말했다. 하지만 말끝 마무리는 석연찮았다. 매들린이 잘 되는 게 좋기도 하면서도 한편으로 부럽기도 한 게 사실이었지만 배가 아프다고 단순히 형언하기에는 무언가 너무 완벽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묘사를 넣다 보면 주인공과 보조 등장인물의 무게감이 희석되고, 무엇보다 스토리의 긴박감이 사라진다. 흔히 루즈해진다, 라고 표현되어지는 묘사이다. 이런 부분들을 과감하게 삭제하는 방법을 기욤 뮈소에게 배워야겠다.
[원문]
"그런데 좀 지나치게 완벽한 건 아니니?"
줄리앤이 괜한 시비를 걸었다.
"먼저 '지나치게' 완벽하다는 건 무슨 뜻인지 설명 좀 해 줄래?"
줄리앤이 어설픈 분위기 반전을 시도했다.
"그러니까 내 말은, '오우, 서프라이즈', 뭐 그런 게 살짝 부족했던 것 같다는 뜻이야. 뉴욕, 티파니, 눈 내리는 맨해튼 거리, 센트럴파크 스케이트장. 조금은 진부해 보인다고 할까. 한 마디로 좀 식상하다는 뜻이야."
[내 식으로 다시 쓰기]
"그런데 너무 완벽한 거 아니니?"
"무슨 소리야?" 줄리앤의 괜한 시비에 매들린은 발끈했다.
"너무 완벽하다는 말은 어쩐지 반어법으로 들리네."
줄리앤이 생각없이 던진 말을 애써 수습하려고 했다.
"기분 나쁘게는 듣지 않았으면 좋겠어. 음... 내 말은 그러니까 '서프라이즈', 워 이런 게 살짝 아쉬웠다는 말이야. 뉴욕, 티파니, 맨해튼 거리를 마차로 거닐기, 센트럴파크 스케이트장. 네 말처럼 영화처럼 완벽해서 오히려 현실에서는 다소 식상하다고 할까?"
>> 원문의 "줄리앤이 어설픈 분위기 반전을 시도했다"라는 부분은 몇 번을 읽어봐도 앞뒤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는다. 내가 고쳐 쓴 "줄리앤이 생각없이 던진 말을 애써 수습하려고 했다"이라는 부분도 완벽하지는 않지만 원문보다는 더 자연스러운 듯싶다.
[원문]
매들린이 짓궂게 반격에 나섰다.
"내 기억이 맞다면 웨인은 아마도 펍에서 곤죽이 되도록 퍼마시고 와 너에게 청혼하지 않았니? 코가 삐뚤어지게 마시고 들어와서는 '우리 결혼하자' 겨우 그 한 마디만 내뱉고는 냅다 화장실로 달려가 왝왝 토했다며? 아니야?"
"그래, 알았어. 내가 졌으니까 이제 그만하자."
줄리앤이 순순히 백기를 들었다.
매들린이 피식 웃으며 쏟아져 들어오는 사람들 틈에 라파엘이 있는지 눈으로 찾아보며 출국장 입구로 걸어갔다. - 천사의 부름 中
[내 식으로 다시 쓰기]
매들린이 짓궂게 줄리앤에데 대꾸했다.
"내 기억엔 웨인이 아마 펍에서 인사불성이 되도록 퍼마시고 와서 너에게 청혼하지 않았어? 얼굴을 뻘겋게 된데다 혀는 완전히 꼬여서는 '우리 결혼하자' 이 한 마디 하고는 화장실로 달려가 니 변기에 토했다며? 결정적으로 다음 날 기억도 못하였고, 아니야?"
"알았어, 알었어. 그만 하자. 내가 졌다."
줄리앤은 말로는 못 당한다, 생각하면 순순히 항복하였다. 다시는 말로 매들린에게 덤비지 말자는 생각을 굳히면서.
매들린이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공항 대합실 안으로 물밀듯 들어오는 사람들 사이에 라파엘이 있는지 살피며 출국장 입구 쪽으로 걸어갔다.
>> 확실히 내가 소설을 쓰는 스타일은 화자의 생각을 너무 많이 보여주는 식인 듯 싶다. 특히나 주요하지 않은 인물들에 대한 - 스쳐 지나가는 1회성 출연자에 대한 - 묘사 수준은 수위를 조절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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