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욤 뮈소의 17권의 소설을 모두 읽었습니다. 개중에 가장 감동적으로 기억에 남아 있는 소설은 바로 "천사의 부름"입니다. 반전도 기가 막혔고, 재미가 기가 막혔습니다.
오늘부터는 천사의 부름 1권을 통째로 모사하고, 분석하고(플롯구조), 제 나름 방식대로 써 보는 연습을 시작해 볼까 합니다.
'모방'이 창작의 첫걸음입니다.
자,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원문]
"넌 무슨 애가 쉴 줄을 모르니?"
"내가 이래봬도 명색이 플로리스트거든. 크리스마스 시즌이 연중 제일 바쁜 때란 말이지."
"비행기에서 눈 좀 붙여라. 그러다 쓰러지겠다."
"알았어. 내일 통화하지."
매들린은 친구에게 약속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내식으로 다시 쓰기]
"야, 사람이 쉬면서 살아야지. 다 쉬기 위해서 일하는 건데."
"언니가 이래 봬도 명색이 플로리스트란 말야. 크리스마스가 피크야. 피크! 남들 다 놀 때 일하는 게 아쉽기는 하지만 말야."
"그래. 먹고 살아야지. 비행기에서 좀 자라. 그러다 일 나겠다."
"알았어. 고마워. 도착해서 내일 전화할게."
매들린은 전화를 끊었다.
>>> 처음 문장을 읽을 때 '친구에게 약속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라는 부분이 상당히 어색했습니다. 하지만 그 부분을 빼고 문장을 썼더니 어쩐지 다소 부족한 기분이 듭니다. 그렇다고 그걸 대체할 수식어도 찾기가 힘들었습니다. 일단 이 정도 수준에 만족을......
[원문]
남자
"억지 부리지 마, 프란체스카. 우린 다시는 얼굴을 볼 일이 없는 사람들이야."
"바로 코앞 에스컬레이터 아래까지 와 있는 사람한테 너무 심한 거 아냐?"
조나단이 휴대폰을 귀에 대고 미간을 찌푸리며 에스컬레이터 옆 난간으로 다가갔다. 체구에 걸맞지 않게 커다란 파카를 입고 뒤뚱거리며 서 있는 꼬마의 손을 잡고 통화에 열중하고 있는 갈색머리 미녀가 보였다. 생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그녀는 로라이즈 진과 몸에 꼭 끼는 오리털패딩점퍼 차림에 브랜드 로고가 선명한 명품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있었다. 큰 선글라스가 마치 가면처럼 그녀의 얼굴 대부분을 덮고 있었다.
조나단이 아이를 향해 팔을 흔들어 보이며 소리를 버럭 질렀다.
"찰리는 위로 올려 보내고, 당신은 이제 가봐."
[내식으로 다시 쓰기]
"그만 억지 부려, 프란체스카. 우리 사이는 이미 끝났어. 그러니까 다시 얼굴 보지 말자."
"바로 아래 층 에스컬레이터에 와 있는데 너무 심한 거 아니야?"
조나단이 휴대폰을 어깨와 귀에 낀 채 낑낑거리며 통화하며 에스컬레이터 옆으로 다가갔다. 몸보다 훨씬 큰 파카를 말 그대로 뒤집어 입은 남자 아이의 손을 잡고 통화를 하고 있는 갈색머리 여자가 보였다. 긴 생머리를 늘어뜨린 그녀는 골반바지와 오리털파카 차림으로 밝은 공항 대합실 안에서도 - 뽐내듯이 - 명품 선글라스을 쓰고 있었다. 얼굴 반을 뒤덮는 듯한 커다란 선글라스가 그녀에게 호기심 어린 시선을 꽂히게 하는 것 같았다.
조나단이 아이에게 팔을 크게 흔들어 보이며 동시에 여자에게 소리를 버럭 질렀다.
"찰리는 여기로 올려 보내고, 당신은 이제 가봐."
>>> 기욤 뮈소는 소설에게 옷이나 자동차를 묘사할 때 실제 브랜드를 언급할 경우가 많습니다. 다분히 현실적인 느낌을 주는 경우도 많지만 그래서인지 - 특정 이미지로 고정시켜 독자의 열린 상상력을 제한한다는 의미에서 - 그렇게 상세한 묘사를 경계하는 작가들도 있습니다. 기욤 뮈소는 영상적 글쓰기를 선호하기 때문에 되레 더 디테일하게 작가 본인이 생각한 이미지를 최대한 잘 전달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다만 제 자신이 옷이나 자동차에 관심이 그렇게 많지 않은 탓에 기욤 뮈소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머릿속에 이미지가 잘 떠오르지 않아 아쉬웠는데, 모사를 하는 김에 찾아보니 '로라이즈 진'은 low rise Jean으로 rise가 밑위길이를 뜻하므로 즉 청바지의 시작지점과 가랑이 사이의 간격이 짧은 골반 바지를 의미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원문]
조나단은 전처를 대할 때마다 억하심정이 들어 자신도 모르게 예민하고 공격적으로 돌변했다.
"당신 언제까지 나를 이런 식으로 대할 거야?"
가볍게 따지고 드는 그녀의 말투에서 이탈리아 억양이 묻어났다.
"나한테 감히 훈계할 생각은 하지 마. 당신이 선택한 일이니까 결과도 마땅히 책임져야지. 당신은 가족을 배신했어, 프란체스카. 찰리와 나를 배신했단 말이야."
[내식으로 다시 쓰기]
조나단은 이혼한 아내를 볼 때마다 예민해져 자기도 모르게 공격적으로 대했다.
"언제까지 나를 이렇게 대할 거야?"
전처가 가볍게 따졌다. 말투에는 이탈리아 억양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훈계할 생각 하지 마. 당신 때문에 결혼생활이 끝이 났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영원히 져야 해. 당신은 가족을 배신했어. 나, 그리고 아이들 모두를."
>>> 억한 심정과 억하심정은 엄밀히 다른 말이라고 합니다. 이제까지 억한 심정이라고만 알고 있었습니다.
# '억하심정(抑何心情)’을 ‘억한심정’으로 쓴다면, 이는 틀린 것이지만, ‘감정이 북받쳐서 가슴이 막히는 듯하다’를 뜻하는 ‘억하다’가 있으므로, ‘감정이 북받쳐서 가슴이 막히는 듯한 마음’의 뜻으로, ‘억하다’의 활용형 ‘억한’을 써서, ‘억한 마음/억한 심정’과 같이 표현할 수 있다. 그리고 ‘몹시 많은 원한’을 뜻하는 ‘억한(億恨)’이라는 단어도 있다.
억하심정(抑何心情, 抑누를 억, 何어찌 하, 心마음 심, 情뜻 정)은 '도대체 어떤 마음인가'라는 뜻으로, 상대방의 속을 알 수 없어 답답할 때 쓰이는 말이다. 억하심장(抑何心腸), 억하심사(抑何心思)도 같은 뜻이다.
억(抑)은 동사로는 누르다, 억제하다, 물리치다 등의 뜻이 있고, 부사로는 어찌, 도대체, 그래도, 혹은, 또는 등의 의미가 있다. 이 성어에서 억은 부사로 쓰여서 우리말로는 도대체의 의미에 가깝다. 우리말로는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와 같은 의미이다.
상대방이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 모르겠는 상황에 쓰이며, 전하여 걱정이나 염려, 한(恨)이 켜켜이 쌓인 마음 상태에 빗대어서도 사용한다. <출처: 국립국어원, 두산백과>
즉 문맥으로 봐서는 억하심정이 아니라 억한 심정으로 고쳐 쓰는 게 맞을 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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