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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에 지독한 습관 중에 하나가, 무슨 일을 할 때마다 동인(動因)을 찾는 거였습니다. 회사에 막 입사를 했을 때도 왜 이 일을 하는지 설명해 주지 않고, 일이 주어질 때는 넌지시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나는 이러지 말아야지, 하면서 신입을 받았을 때, 동인을 설명하고 있는 제 앞에서 슬며시 졸고 있는 신입을 발견하긴 했지만 말입니다.
책을 읽을 때도, 어릴 적에는 곧잘 왜 책을 읽어야 하는가, 라는, 이른바 독서의 효용에 대한 책을 꽤나 읽었습니다. 원래 책을 좋아하는 편이긴 했지만, 그런 책을 읽음으로써 더욱 책에 몰입할 수 있도록 스스로 동기부여을 했다고 할까요? 물론 그런 효용이 어떤 것인지 너무나 익숙해진 나이가 되다 보니 그런 책들은 더 이상 펼쳐보지 않게 되었는데요(솔직히 그런 효용들의 정의가 고만고만하니까요^^;).
그러다 우연히 김영하 작가의 "읽다"라는 에세이에서 소설 읽기의 편익에 대한 글을 봤습니다.
# 우리의 시간은 소중하다. 그런 귀중한 시간을 들여 소설을 읽는다면 뭔가 얻는 것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중략) 우리는 화폐경제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교환이 불가능한 것은 무가치하다고 생각하는 버릇이 있다. 그러나 정말 소중한 것은 교환이 불가능하다. 부모가 준 사랑을 계량화해서 자식이 되갚을 수는 없다. 어려움에 처한 타인을 도운 경험이 똑같은 형태로 내게 돌아오지도 않는다. 마스터카드 광고는 그 지점을 파고든다. 멋진 경험들, 예를 들어 자녀와 함께한 캠핑같은 것을 인상적으로 보여준 다음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It's priceless. " 값으로 따질 수 없는 경험들을 신용카드로 사라는 것이다. 그들이 은폐하는 것은 한 달 후에 청구서가 날아온다는 것이고, 결국 가격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독서는 다르다. 소설을 읽음으로써 우리가 얻은 것은 고유한 헤맴, 유일무이한 감정적 경험이다. (중략) 나는 인간의 내면이란 크레페케이크 같은 것이라 생각한다. 일상이라는 무미건조한 세계 위에 독서와 같은 정신적 경험들이 차곡차곡 겹을 이루며 쌓이면서 개개인마다 고유한 내면을 만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 김영하, 읽다 중에서
# 소설가니까, 왜 소설을 읽어야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먼 길을 돌아왔지만 나의 답도 힐러리 경만큼 단순하다. '거기 소설이 있으니까' 읽는 것이다. (중략) 사실 독자로 산다는 것에 현실적 보상 같은 것은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의 짧은 생물학적 생애를 넘어 영원히 존재하는 우주에 접속할 수 있다는 것, 잠시나마 그 세계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독서의 가장 큰 보상일지도 모른다. 별들이 수백수천 년 전에 보내온 빛이 이제야 우리의 망막에 와닿듯 이 책 역시 까마득한 시공을 초월해 우리에게 도달하고 영향을 미친다. - 김영하, 읽다 중에서
책을 직접 사서 읽은 것이 아니라, 여기 저기 블로그를 돌아 다니면서 슬쩍슬쩍 읽은 것이라, 제 머릿속에서 편집된 버전의 김영하가 생각하는 소설 읽기는 "무익을 추구하는 행위"입니다.
솔직히 인간관계에 대한 통찰력을 기를 수 있다든지, 인생을 살아가면서 부딪히는 숱한 난관에 대한 지혜로운 답을 찾을 수 있으리라 기대하며 소설을 읽어 왔습니다. 그런데 그런 게 없다니 꽤나 허탈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위안을 받았습니다. 어쩌면 저는 그래도 남들보다 - 대한민국 평균보다는 - 책을 많이 읽고는 있는데, 별다르게 삶이 바뀌는 것 같지 않다라고 느껴왔습니다. 그건 책에서 배운 걸 실천하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애초에 그런 것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위안이랄까요?
그런데 알쓸신잡에 김영하 작가와 같이 나온 정재승 교수는 약간은 결이 다른 이야기를 하네요. 뇌과학적으로 유익함이 있다고 합니다. 아래 링크는 정재승 교수가 나온 유튜브 영상인데 30분이 넘어가는 영상이지만 상당히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아 나오네요.
학창시절에 책을 많이 읽은 사람들의 활성화된 뇌구조(?)를 성인은 따라 잡을 수 있는가? 성인이 되어서도 책을 많이 읽게 되면... 답은 영상 안에 있습니다^^
저처럼 독서의 효용을 알고 싶은 분들,
독서 정체기, 독서 권태기에 빠진 분들이라면
한 번쯤 클릭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독서와 함께 행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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