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그의 명성은 익히 많이 들어 왔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소설 읽기를 선호하지 않은 개인적인 성정 탓에 그의 소설을 접할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다 작년 하반기부터 세계문학부터 시작해서 소설 읽기에 도전을 하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는 기욤 뮈소 덕분에 대중 소설의 맛에도 눈을 뜨게 되어 히가시노 게이고, 더글라스 케네디(*소설 빅픽처의 저자), 매트 헤이그의 작품들을 읽어 나갔습니다.
대중적으로 유명한 작품들에게도 나름의 이유가 분명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과, 그걸 몸소 느껴보자는 일종의 도전의식 같은 게 생겨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까지 손을 뻗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하루키가 직접 그가 생각하는 소설가의 소임, 그리고 소설을 쓰는 방식 등에 쓴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라는 에세이에서 그가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기에, 그의 소설도 꽤나 흥미롭게 읽을 수 있겠구나, 라는 기대감도 있었습니다.
1. 하루키의 소설은 왜 대중적으로 인기가 높을까
그런데 "기사단장 죽이기"라는 작품으로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1권(*총 2권으로 구성)의 5분의 1 지점을 읽다가 책을 덮게 되었습니다.
어떤 중년 아저씨가 그저 즐기는 듯한 섹스 장면들이 - 역시 변태 아저씨라는 생각이 - 마음에 들지 않은 탓도 있지만, 그다지 흥미를 끌지 않는 도입부 때문입니다.
그러다 문득 오기 같은 게 생겼습니다.
하루키가 대중적으로 인기가 높은 이유는 내 스스로 부딪혀서 알아내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초반에 재미가 없더라도, 중간에 너무 지루하더라도, 아무튼 어떤 작품이든 끝까지 한번은 읽어보고 판단하자는 마음을 굳혔을 찰나에 이 책이 저를 찾아 왔습니다. 마치 운명처럼.
해변의 카프카.
2. 까마귀 소년,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학생들
소설의 도입부는 나라는 다무라 카프카라는 소년과 그의 내면에 존재하는 듯한 까마귀 소년이 이야기를 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가출을 위해 짐을 챙기는 장면이었을 겁니다. 아버지가 당분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소액의 돈을 아버지 지갑에서 빼내는 장면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장면에서 저는 또 책을 내려놓을 뻔 했습니다.
내면의 대화는 가오 잡기 좋아하는 소설가들의 식도락 같은 것으로만 느껴져서 그다지 선호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역시나 "오기"라는 저의 의지가 혐오의 감정을 이겨내고 몇 페이지를 더 앞으로 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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