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리 브론테.
30세의 나이로 - 결혼을 안 한 노처녀로 - 요절을 하게 됩니다.
그녀가 남긴 유일한 소설이 바로 "폭풍의 언덕"입니다. 예술계에서는 우스갯소리로 예술가가 요절을 해야 작품의 가치가 오른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그 또는 그녀가 남긴 작품의 수가 희귀하기 때문이죠.
1. 타고난 천재 작가
그녀의 유일한 소설이란 말을 돌려 말하면 처음 쓴 소설이기도 합니다. 이런 말을 들을 때면 질투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누구는 평생 글을 써도 전혀 알려지지 않고 관 속에 갇히게 되는데 말입니다. 물론 글을 꼭 유명해지기 위해서 쓰는 것은 아니지만, 글이라는 것은 원래 소통을 위한 것이고 누군가에 의해 읽혀져서, 즉 누군가의 머릿속에 들어갈 때 비로소 생명을 얻게 되는 것이니 글쟁이에게 유명세는 일종의 갈증과 같은 어떤 것일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에밀리 브론테는 타고난 천재였던 모양입니다.
에밀리 브론테(1818~1848)는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에 1818년에 태어났습니다.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이라는 작품은 달과 6펜스, 면도날, 인간의 굴레로 유명한 영국의 소설가 윌리엄 서머싯 몸(1847~1965)의 극찬을 받게 됩니다.
# 소설가 서머싯 몸도 이 작품의 문체와 구성에 결함이 있다고 말하면서도 매우 뛰어난 소설이라고 칭찬한다. 그는 이 작품을 세계 10대 소설의 하나로 꼽으면서 다음과 같은 말로 해설을 끝맺고 있다.
- "폭풍의 언덕"은 다른 어떤 저작과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 만약 비교하기로 한다면 엘 그레코의 그림이 하나 있을 뿐이다. 우뢰 구름이 두텁게 하늘을 덮고 있는 음산하고 황량한 풍경 속에서 키가 크고 수척한 사람들 몇이 너나 할 것 없이 자세를 꾸부리고 으스스한 느낌에 사로잡혀 숨을 죽이고 있는 그림, 한 줄기 번개가 하늘을 가로지르는 것이 그 광경에 이상야릇한 무서운 느낌을 주는 그러한 그림이 하나 있을 뿐이다. - 폭풍의 언덕, 작품해설 中 (민음사)
이 이야기는 오랜 세월 캐서린 아씨의 수발을 들었던 - 나중에는 캐서린의 딸 캐시의 수발까지 - 넬리라는 여종의 입을 통해 워터링 하이츠라는 곳에 세를 들게 된 '나'라는 사람에게 과거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을 빌립니다.
액자식 구성이라고 하나요?
그 탓에 거의 모든 문장들이 ~하셨어요. ~그랬어요. 라는 어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가끔 다소 어색하다는 느낌도 받기고 합니다. 서머싯 몸이 말한 문체와 구성의 결함이 이 부분을 의미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2. 나에게는 그다지 흥미롭지 못했던 천재 작가의 소설
사실 저에게 '폭풍의 언덕'은 일일연속극 같은 거였습니다. 무슨 말이냐면, 퇴근시간 30분 정도에만 시간을 내어서 정기적으로 - 루틴화해서 - 읽었기 때문입니다. 한가지 더 밝히자면 저는 이렇게 루틴독서를 하는 책들이 몇 권 있습니다.
출근할 때 20분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퇴근할 때 30분은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입니다. 왜 출근할 때가 10분 더 짧냐구요? 출근할 때는 너무 피곤해서 10분은 자야 하기 때문이죠(웃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아시겠지만 양이 그야말로 방대합니다. 이런 책들을 벽돌책이라고 부르는데 - 교양서로는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 같은 책들이 이에 해당되겠죠 -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벽돌을 3개 겹쳐서 올려놓았으니, 그야말로 넘사벽입니다. 지금처럼 읽어 나가면 아마 몇 년은 되야 완독할 것 같습니다(웃음). 다행히 몇 개월이 지나고 나서 1권은 완독했습니다.
마찬가지로 3개월 정도 시간이 들여 바로 오늘 폭풍의 언덕을 완독했습니다.
루틴 독서라는 말에서 어느 정도 눈치를 채셨겠지만, 그만큼 큰 흥미를 못 끈다는 의미일 수도 있습니다. 기욤 뮈소의 소설처럼 마구마구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출퇴근길을 불문하고, 퇴근하고 자기 전까지, 어떤 날은 새벽께까지 잠을 자지 않고, 읽는 마력적인 책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 더 읽고 싶으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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