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에 하루키 데뷔작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다 읽었습니다. 읽으셨습니까?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그냥 문득 소설이 쓰고 싶어서 쓴 게 그 정도라니.. 미친 거 아닙니까?
하루키의 소설을 읽다보면,
이 정도는 나도 쓰겠다, 라는 (특히 데뷔작인 바람의 노래 같은 경우에는 ) 생각이 드는 것 같습니다. 개나 소나 소설가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준다고 할까요? 생각해 보면 이거 아마 하루키가 다루는 소재의 일상성 같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별것도 아닌 이성과의 만남, 별것도 아닌 이성과의 대화, 별것도 아닌 이성과의 헤어짐.
이게 지배적인 구조이니, 그냥 내 이야기 긁적거리면 소설 되겠네, 라는 무모한 자신감을 심어준다고 할까요?
그런데 막상 펜을 들고 내 연애담을 적어 나가다보면 하루키 같이 못 쓰겠더라구요. 그건 아마 하루키만이 구사하는 독특한 문장력에서 비롯되는 것 같습니다.
특히 하루키는 서구권 작가들이 극혐하는 수식어나 부사를 잘 구사하는 것 같습니다.
"다시 돌아와 "지겨운 듯이" 맥주를 마셔 댔다."
여기서 서구의 작가들은 지겨운 듯이, 라는 수식어를 굳이 필요없는 단어로 삭제하여 문장을 짧게 하여 효율적으로 독자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라고 했을 텐데, 하루키는 그 사용을 무척이나 즐기는 것 같습니다. 물론 그래서 그만의 문체가 완성된 것 같지만 말입니다.
게다가 별것도 아닌 이성과의 대화도, 그 안을 들여다보면 대화가 일상적이 아니라, 마치 철학적 담론이나 블랙코미디를 연상시킵니다. 그것도 도스토예프스키식의 만연체 식이 아닌 아주 담백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참 대단한 양반인 것 같습니다.
감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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