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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먹히는 글쓰기 비방! (쉿!)

무라카미 하루키 따라 쓰기 : 스푸트니크의 연인 #1

by 북노마드 2021. 1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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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되고 싶다면 무엇보다 두 가지 일을 반드시 해야 한다.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것이다. 이 두 가지를 슬쩍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지름길도 없다. - 스티븐 킹.

여기에 위대한 작가들의 작품 중에 감동을 받은 작품을 모사하는 작업을 오늘부터 일부 병행해 보고 있습니다.
같이 해 보실래요?

이번 시간에는 영원한 노벨문학상 후보자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을 선택했습니다.

스푸트니크의 연인.

제가 일전에 비유사전이라고 말할 정도로 한 문장 걸러 비유가 나올 정도이며, 그 비유가 어색하거나 그렇지도 않고 그 상황에 찹쌀떡 같이 척 달라붙습니다.

무라키미 하루키의 "스푸트니크의 연인" : 하루키 소설 중 가장 맛있는 소설!!!

방금 무라카미 하루키의 "스푸트니크의 연인"의 마지막 페이지를 닫았습니다. 까무라치겠다. 딱 떠오른 단어입니다. 최근 1년, 아니 시간대를 길게 늘려서 3년, 아니 5년까지 늘려 잡아도, 소설

booknomad.tistory.com

그럼 시작해 보겠습니다.


[원문]
스미레가 '스푸트니크의 연인'과 만난 것은 대학에 자퇴 원서를 제출한 후 이 년 정도 지났을 때였다.
그녀는 기치조지에 방 한 칸짜리 아파트를 빌려 최소한의 가구와 최대한의 책과 함께 생활하고 있었다. 오전에 일어나서 오후에는 산속을 헤매는 행자마냥 이노카시라 공원을 산책했다. 날씨가 좋으면 공원 벤치에 앉아 빵을 먹고 쉴 새 없이 담배를 피우며 책을 읽었다. 비가 내리거나 추운 날에는 클래식 음악을 크게 틀어놓는 고풍스런 커피숍에 들어가 낡은 소파에 몸을 묻고 언짢은 표정을 지은 채 슈베르트의 심포니나 바흐의 칸타타를 들으며 책을 읽었다. 저녁이 되면 맥주 한 병을 마시고 슈퍼마켓에서 산 음식으로 적당히 끼니를 때웠다.

[내식으로 다시 쓰기]
스미레가 '스푸트니크의 연인'과 만난 것은 대학에서 자퇴한지 약 이 년 정도가 흐른 뒤였다.
스미레는 기치조지에 방 한 개, 화장실이 있는 조그마한 아파트에서 가구 몇 점, 책 수백권과 함께 살고 있었다. 오전에 일어나서 오후에는 매주 정례적으로 산을 찾는 등산객마냥 이노카시라 공원을 산책했다. 날이 좋으면 공원 벤치에 앉아 빵을 먹고 연달아 줄담배를 피우며 책을 읽었다. 비가 내리거나 쌀쌀한 날에는 클래식 음악이 깔린 고즈넉한 커피숍에 들러 오래된 소파에 몸을 깊이 파묻고 인상을 찌푸린 채 슈베르트의 심포니나 바흐의 칸타타를 들으면 책을 읽었다. 저녁에는 맥주 한 병과 슈퍼마켓에서 적당히 산 음식으로 식사를 대신했다.


[원문]
밤 열 시가 되면 그녀는 책상 앞에 앉는다. 뜨거운 커피를 가득 담은 포트와 커다란 머그컵(내가 생일 선물로 사준 것이다. 스너프킨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과 말보로 상자와 유리 재떨이가 앞에 놓여 있다. 물론 워드프로세서가 있고, 하나의 키가 하나의 문자를 표시하고 있다.
그곳에는 깊은 정적이 있다. 머리는 겨울 밤하늘처럼 맑다. 북두칠성도 북극성도 정해진 장소에서 당연한 빛을 뿌리고 있다. 그리고 그녀에게는 써야 할 것이 많이 있다. 해야 할 이야기가 많다. 어딘가에 올바른 출구 같은 것을 하나 만들어주면 그곳으로부터 뜨거운 상념과 아이디어가 마그마처럼 분출되어 지적이고 참신한 작품이 잇달아 태어날 것이었다. 사람들은 그 '보기 드문 재능을 가진 대형 신인'의 갑작스런 등장에 눈을 크게 뜰 것이었다. 신문의 문화면에는 쿨한 미소를 머금은 스미레의 사진이 실리고 편집자들은 그녀의 아파트를 앞다투어 방문한다 - 스푸트니크의 연인

[내식으로 다시 쓰기]
밤 열 시. 그녀는 책상에 앉는다. 커피 포트, 머그컵, 말보로 상자, 유리 재떨이가 놓여 있다. 워드프로세서가 켜져 있고, 화면에서는 커서가 깜빡거리고 있다. 깊은 정적. 그녀의 머리 속은 크리스탈 수정처럼 맑다. 물고기자리도, 천칭자리도 정해진 장소에서 본디의 빛을 발하고 있다. 스미레에게는 써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다. 할 이야기들이 넘쳐난다. 어딘가에 올바를 출구를 하나 만들어주기만 하면 상념과 아이디어들이 마그마처럼 분출할 것이다. 문학사적으로 기념비적인 작품들이 잇달아 나올 것이다. 세상은 대형 신인 작가의 혜성 같은 등장에 환호할 것이다. 신문, 방송에서는 쿨한 표정의 스미레의 사진이 실리고 편집자들은 그녀의 집을 앞다투어 찾아올 것이다.


>>> 솔직히 본디의 번역이 워낙 뛰어나서 내 식으로 변환하는 데 한계를 느꼈습니다. 특히나 이런 문장들은 기가 막힙니다. "최소한의 가구와 최대한의 책과 함께." 대칭도 맞는데도, 무슨 말인지도 금방 알아차립니다. 제가 그 표현에 정체되어 있지 않기 위해서 "가구 몇 점, 책 수백권과 함께."라는 표현으로 고쳐 썼지만, 원래 번역을 따라 잡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날씨를 묘사하는 대비도 - 표현이 뛰어난 것은 아닌데 - 그 표현을 대체하기는 힘들 정도로 완벽합니다. 보통 표현이라는 것은 틈새가 있는데, 어쩐지 빈 틈이 전혀 없어 보인다고 할까요? "날씨가 좋으면 ... 비가 내리거나 추운 날에는..." 이라는 표현을 저는 " 날이 좋으면 ... 비가 내리거나 쌀쌀한 날에는"라는 표현으로 고쳐 써 봤지만 영 미덥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스푸트니크의 연인" 다시 쓰기는 도전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웃음). 달리 말하면 그야말로 완벽한 책, 아니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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