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재가 재는체? 재는체가 맞는 말인지 모르겠네요. 뭐 명확치 않으면 확실한 "잘난 척" 한 번 해 볼려고 합니다. 사실 회사에서는 보고서 좀 잘 씁니다. 뭐 이번 인사평가 피드백에서 "문서작성능력이 탁월하다"라는 말이 써 있었습니다. 뭐 제 스스로 뿐 아니라, 상사분도 인정한다는 거죠.
그래서인지 저는 후배직원들이 가져오는 보고서가 형편 없으면 정말 화가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그냥 파일째 달라고 해서 제가 수정해 버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만, 이제 더는 안 그럽니다. 왜냐구요? 후배직원양성이라는 취지도 있지만, 그러다보니 제가 다른 일을 못하게 되더라구요^^; 다 각자의 자리에서 중요한 일이 있기 마련입니다.
무튼 문득 난 왜 보고서를 잘 쓰게 되었을까, 라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저는 대리시절, 경영진에 직접 보고되는 자료를 미친 듯이 많이 만들었습니다. 어떨 때는 5분만에 후딱 써야 할 정도로 긴급한 경우도 있었구요. 그런데 저는 그런 걸 다 해 냈다는 말입니다. 물론 그 5분 문서는 기존에 수많은 문서에서 틀이 잡힌 서식과, 내용정렬법 등이 체화되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는 생각합니다. 역시
Practice makes perfect!
이건가 하는 뻔한 결론이 나와 버리고 말았네요. 근데 부인할 수는 없는 사실인 것 같아요. 뭐 그렇다고 제가 모든 문서를 잘 만드냐, 그렇지는 않아요. 왜냐면 PPT는 상대적으로 덜 만들어봐서 PPT는 미숙아 그 자체입니다. 좀 위안이 되나요? 역으로 여러분도 충분한 연습을 반복하여, 숙달된다면 얼마든지 좋은 보고서를 만들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역시 제가 가장 존경하는 영어 통번역사가 있는데, 그는 영어 잘하는 비결? 결국 "짬밥"이라고 합니다. 영어책 1권도 안 읽어보고, 3개월만에 네이티브가 되는 영어회화책 1권 읽고는 왜 영어가 안되지 하고 있는데, 당연히 안 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맨날 How are you? 부터 다시 공부하고 있는데, 무슨 짬밥이 생기겠냐구요, 맞는 말 같습니다. 문서도 결국 수없이 부딪혀서 수없이 만들어봐야, 아니 한장의 보고서를 위해 이면지 100페이지, 200페이지 만들어봐야 실력이 는다는 말입니다)
여기까지만 얘기하면, 조금 부족한 게 있어, 조금만 더 생각해 봤습니다. 제가 서식이나 이런 걸 다른 사람보다 깔끔하게 만드는 심미안이 조금 있는 것은 객관적으로 사실인 것 같습니다. 일단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개안(開眼)이라고 하죠? 일단 제 보고서를 보면 내용과 무관하게 읽고 싶어진다고들 하더군요.
사실 이 디자인적 감각도 결국 연습하면 늡니다. 그리고 진심으로 추가로 말씀드리고 싶었던 것은 바로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이런 식의 글쓰기입니다. 모르긴 몰라도 전 이렇게 글 쓰는 걸 10년 넘게 해 왔습니다. 언제 했냐? 이럴 때요. 주말에 혼자 집에 있으면서, 등산하면서, 산책하면서, 혼술하면서, 버스에 타서 딱히 할 것 없을 때, 마치 메모하듯이 블로그를 썼습니다.
아! 조금 더 거슬러올라가 보면 대학시절이었겠네요. 그 시절에는 부모의 주머니에 의지하던 배고프던 시절이라 저는 돈이 없어 주말마다 교보문고와 종로서점에 가서는 하루 온종일 서서 책을 봤습니다. 그리고 돌아오면서 했던 짓(?)이 이겁니다. 바로 메모지를 꺼내서 그날 읽었던 책의 주요내용들을 잊.기. 전.에. 미친듯이 휘갈기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아까 엄청 중요한 내용이라고 여겼던 것을 잊어버리는 경우도 있었지만, 많은 내용들을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그 당시에 제가 마인드맵에 꽂혀 있었습니다. 마인드맵 그 자체도 좋아했지만, 마인드맵의 철학을 더 좋아했습니다. 그 철학이 뭐냐면, "연결"입니다. 세상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그날 봤던 네다섯권의 책들끼리 요리저리 연결시켜보고, 저의 기존 지식과 연결시켜 보기를 즐겨했습니다.
무슨 소리냐면, 예를 들어 목소리가 좋아지는 책을 봤다고 합시다. 당시 저는 노래를 부르는 걸 좋아했는데, 목소리가 좋아지는 책의 내용들을 노래 부를 때 적용해 본다든지, 명상의 기법들을 가져와서, 창의적 발상에 연결시켜보려는 이상한 시도들을 많이 해 봤습니다. 철학자의 사고법에 관한 책을 봤다고 하면, 철학자의 사고법으로 노래가사를 보면 어떤 느낌일까 뭐 무튼 이런 식의 시도들을 많이 했습니다. (*사실 저도 시일이 많이 지나 버려 자세한 기억이 안 나네요, 그런 것을 많이 시도했다는 느낌만은 아주 강렬히 남아 있는데, 막상 사례를 쓰려고 하니 잘 생각이 나지 않네요)
그러던 것을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자연스레 블로그로 넘어갔습니다. 초창기에는 에버노트 등 다른 메모앱들도 많이 사용해 봤는데, 저는 블로그가 가장 편했습니다. 거기에 실연의 아픔을 노래하기도, 그냥 술 마시면서 떠오르는 단상들을 적기도 하고, 영화를 보고 나서 느낀 점을 쓰기도, 책에 대한 감상을 쓰기도 했습니다. 이상하게 저는 단순한 정보성의 글을 남기는 것은 싫어했습니다. 뭐랄까? 나를 관통하지 않는 정보는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 뭐 이런 생각들이 강했던 것 같습니다. 뭐, 그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입니다만.
다시 보고서로 돌아가자면, 사실 보기 좋은 떡이었지만, 막상 읽어봤는데 쓰인 단어들이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든지, 적확한 단어가 아닌 것들이 즐비하다면, 상사에게 싫은 소리 듣기 십상입니다.
근데 저는 그런 단어를 선택하는 능력이 제 생각엔 다른 사람보다는 탁월한 것 같습니다. 그 힘은 어디서 나올까 생각해 봤는데, 꾸준히 해 온 독서와 글쓰기가 아닐까가 지금까지의 저의 결론입니다.
이런 적이 있었습니다. 주말에도 일에 파묻혔을 때보다는 되레 일을 완전히 잊어버리고 주말에 그냥 내가 좋아하는 책 보고, 글을 쓴 뒤에 (*비록 월욜병은 심했지만 - 월욜병을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명상으로 마음을 다스리는 것도 아니고, 울트라메가 영양제를 먹는 것도 아니고, 그냥 주말에도 계속 일을 하는 것입니다^^) 일을 시작하고 보고서를 쓸 때면 뭔가 더 잘 써지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사실 과학적 근거는 없습니다. 그냥 제 느낌이지만요.
그래서 정말 보고서를 잘 쓰고 싶으신 분들은 책을 많이 읽고, 특히나 그 책에 대한 본인의 감상을 글로써 써보는 연습을 하는 것을 진심으로 강.추.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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