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오랫동안 꿈을 잊고, 잊고, 잊어, 그래서 아예 잃고 말았다. 그 꿈이라는걸 잃어버린 건, 기억컨대 30대 초반이었던 것 같다. 그동안 모아놓았던 돈을 날렸던 기억과 더불어 나는 세상에서 버려진 루저처럼 느껴졌다. 무엇보다 20대때 꿈꿔왔던 그 꿈은 이제는 나이가 너무 들어 -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웃기는 생각인데, 그때는 그랬다 - 달성할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역사경로이론을 들어 이미 나는 어찌할 수 없는 직장인이 되어버렸다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나는 아무런 꿈도 꾸지 않았다. 내가 오랫동안 꿈꿔왔던 일은 창의적인 일이었다. 그런데 꿈을 접은 이후로 나는 직장내에서 간간이 발휘되는 재간으로 만족하며 살았다. 역시 난 재간둥이야, 정도로 자신을 가두고 살았다. 같은 동료, 선배들을 집으로 보내는(?) 업무를 하면서는 나의 미래도 어쩌면 이들과 같지 않을까 라는 생각과 더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장이라는 틀에 갇혀 옴짝달싹 못하는 인생이라는 패배주의적 사고관은 굳어져만 갔다. 그것은 곧 그저 세상을 한탄하며 방탕하게 사는 것으로 이어졌다. 나는 그렇게 세상을 잊어버리고 싶었다.
그러다가 작년에 우연한 계기로 삶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우연하게 - 왜 시작했는지 사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 아침형 인간 습관은 나의 삶에 그야말로 지진을 일으켰다. 물론 꾸준히 지켜내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당최 끈기가 없었던 나라는 인간에게 - 끈기 없는 인간이라는 낙인도 스스로 찍은 것이다 - 이걸 지속한 것은 대단한 일이었다.
원래 난 허약하게 타고 났어, 라는 생각이 어렸을 적부터 - 장남이던 나를 끔찍히 아끼던 어무이는 유난히 배앓이를 많이 하던 어린 나를 늘 허약하다고 끔찍히도 챙겨주셨는데, 이게 나의 사고에는 지대한 영향을 준 것 같다, 그렇다고 어무이를 지금 와서 타박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 분은 그저 아들을 끔찍하게 사랑한 것 뿐이었다 - 나를 지배했었고, 늘 술에 쩔어서 만성피로를 달고 살았던 나에게 건강은 언제나 요원한 것이었다. 그런데 아침마다 조깅을 시작하면서, 그리고 결정적으로 술을 줄이면서 나는 건강에 대해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피로를 느끼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나는 점점 건강해졌다. 그러면서 나도 충분히 건강해질 수 있고, 몸짱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거의 인생에서 처음 하게 되었다.
그리고 어릴 적에 꿈꿔왔던 것들 중 하나를 시작해보았다. 그것도 매일 아침 꾸준히. 아직도 진행 중이지만, 그리고 재능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경우도 많지만 - 솔직히 거의 매일 그렇다 - 그래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생각이다. 처음부터 완벽한 인간이 있었겠는가. 나는 과정을 최대한 즐길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나의 꿈을 이루는 날이 오지 않겠는가.
그러면서 나는 삶의 자신감을 회복하였다. 내 인생의 일부를 건전하고 긍정적으로 바꾼 것만으로 나는 다시 꿈을 꾸게 되었다. 이제까지 나를 가둔 것은 내 자신의 부정적인 생각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지만, 그렇다고 그 과거를 후회하지도 않는다. 사실 후회한들 되돌릴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 요새 자주 내 자신에게 하는 말인데, 나는 타임머신이 발명된다고 하더라도, 과거로 가지 않을 것이다, 삶을 다시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히 유혹적이지만, 그 선택이 매번 가능하다면 그것이야말로 끔찍한 삶일테니 말이다, 내가 고등학교로 돌아가면 나는 하버드를 갈 수 있어, 라고 어릴 적에 생각해 본 적이 있는데, 솔직히 그렇게 열심히 공부할 자신이 없어서 안 돌아갈 생각이다(웃음). 그 과거가 있었기에 또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었다고 나는 믿는다.
20대의 나를 돌아보면 서점을 가는 것을 유난히 즐겼다. 그건 30대에도 나름 꾸준히 유지한 습관이지만, 20대에 느꼈던 강렬한 설레임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그 설레임이라는 것은 나에게 미래가 있다는 생각에서 비롯되었던 것 같다. 삶의 여러 부분에 대해 놀라운 지식과 지혜를 전해주는 책들을 보면서 나는 나의 미래가 너무 기대가 되었다. 진실로 나는 이런 책들을 혼자 보고 싶었다. 무협지에 보면 고수들에게만 도제식으로 전해지는 비기가 나오는데 바로 그 비기들을 나만 볼테다라는 이기적인 심리가 있었고, 나는 지금도 그 심리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게 내 발전의 원동력이었던 것 같다 - 지금은 그 비기들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것이 더 큰 행복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하는 점이 달라진 점이지만.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실은 20대 시절 닥치는대로 읽었던 책들의 영향이고, 당시 글쓰기 작법 책도 미친듯이 읽어댔다. 그런데 지금은 다시 서점에 갈 때마다 나는 설레여서 미치겠다.
삶의 자신감을 회복하고 싶은 당신에게 말하고 싶다. 삶의 자신감은 사실 납득이다. 내가 단지 내 인생의 아침 시간을 1시간 바꾼 것만으로도 삶의 자신감을 회복했다고 하면, 사람들은 웃기는 소리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사실이다. 내가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하는 행동들이 이제 습관이 되었고, 그걸 내 자신이 스스로 지켜보면서, 스스로가 납.득.되기 시작한 것이다. 맨날 늦잠을 자고, 주말이면 소파에 누워 TV만 보는 자신이 있다고 치자. 그러면 스스로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당연히 빈둥대는 자신을 자기자신이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자신에게 마법의 주문 - 이를테면, 나는 백만장자다,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 을 천번 외친들, 절.대.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건 스스로가 납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삶의 자신감은 자신의 삶을 본인이 납득하는 수준으로 바꾼다면 회복할 수 있다.
결국 나는 못해, 나는 루저야, 라는 생각을 만든 것은 당신 자신이다. 주위에서 일부 사람들이 그런 말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 생각을 주.입.시킨 것은 본인 자신이다.
삶의 자신감을 회복하고 싶은 당신이라면, 매일 30분만이라도 자기 자신이 꿈꿔왔던 일을 시작해보라. 그게 매일 반복되면, 스스로가 납득하기 시작하는 순간이 온다. 그때는 내가 한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게 될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저멀리 가로등이 빛나고 있었다. 그 밑에 글귀가 보였다. 그저 광고 현수막인데 어쩐지 내 눈에는 이렇게 빛나고 있었다.
나는 나의 삶을 사랑한다.
Love Yourself!
Love your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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