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금에 피아노를 배우고 있다. 레슨의 핵심은 결국 자기 연습이다. 어떤 수련이든 혼자만의 고독한 시간이 담보되지 않으면 절대 발전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알면서도 행하지 못하는 게 우리네 아닌가.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왜 나는 피아노를 그다지 연습하지 않을까? 물론 초보자라 계이름 보랴, 박자 맞추라, 왼손 보랴, 오른손 보랴 너무 많은 정신적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가뜩이나 신경 쓴 것이 많은데 자기 전에 에너지를 최소화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런 핑계를 대기에는 막상 전자 키보드 전원을 켜고 연습을 하면, 어그러지고 분절된 음일지라도 그만의 위로가 있었다. 되레 하루동안 쌓인 스트레스가 풀리는 느낌이 들었고, 기분이 좋아졌다.
그렇다면 왜 나는 피아노를 그다지 연습하는 것을 내키지 않았을까? 다시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어제 아침에 내가 찾은 답은 이랬다. 나는 짐이 많아서인지, 편해서인지 어느 순간부터 건반보 위에 여러가지 가벼운 물건들을 올려놓은지 오래다. 야구모자 두 종류, 운동복 세트, 독서노트, 보던 책, 쓰던 안경 등등. 이런게 쌓여 있다 보니 사실 피아노를 치기 위해서는 이 모든 것을 옆으로 치워야 했다. 그걸 치워야만 비로소 나는 피아노를 연주, 아니 연습할 수 있었다. 게다가 꼴에 욕심은 많아서 언젠가 치고 마리라는 심산으로 악보대 위에 욕망의 악보들이 수북히 쌓여 있어서 정작 내가 연습해야 할 악보가 어디 있는지 찾기 힘들었고, 툭 치면 금방이라도 건반 위로 쏟아져 내릴 것만 같았다. 또한 별도의 피아노 의자가 없다 보니까 연습을 할라치면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의자를 끌고 와야 했다.
어찌보면 단순한 것인데, 나는 의식하지 못했다. 그런 마음들을 노트 위에 쏟아내자, 개선점이 보였다. 나는 당장 건반보 위의 물건들과 악보대 위의 악보들을 정리했다. 아직 피아노 의자는 구비하지는 못했지만, 이제 피아노를 치고 싶으면 단순히 하얀 건반보 하나만 걷어내고 의자만 끌고 오면 된다. 방금 전에는 약 1시간 피아노를 연습했다. 아주 쉽게. 피아노 의자까지 오면, 더 많은 연습을 할 것 같다.
우리는 어느 순간 우리의 의지, 자제력의 결핍으로만 삶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아니 환경의 문제가 있음을 온갖 책과 매체를 통해서 접했으면서도 정작 우리 앞에 있는 문제는 보지 못하는 눈 뜬 장님인지도 모른다.
그림을 많이 그리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겠는가? 그렇다. 아침에 집을 나설 때 책상위에 스케치북, 4B연필, 지우개를 올려놓고 가라. 그리고 바로 그 옆에 정말 애정하던 만화책 한권을 두어라.
우리는 환경에 의해서 어쩌면 지배받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지배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 앞에 놓인 삶의 환경들을 단순화하라. 심플 라이프(Simple Life)는 단순히 책장을 정리하는 것일수도, 방안을 깨끗이 청소하는 것일수도 있지만, 우리 앞에 놓여진 삶의 복잡한 절차를 들어내는 것일수도 있다.
Simplify your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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