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저분하게 늘 책상아래 펼쳐져 있던 동전들이 오늘따라 눈에 밟힌다.
작년께일게다. 몇 해를 먼지만 수북히 쌓여 있던 돼지저금통을 까뒤집은 것은. 굳이 모아서 은행에 가져갈 생각도 없지만 방안 한구석을 떡 하니 차지하고 있는 모습이 그날 왜 그렇게 불만이었을까. 아마 모르긴 몰라도, 한푼의 가치도 소중히 여기고, 알뜰히 살라는 재테크 책을 읽은 날이렸다. 몇해동안 배불리 먹기만 했던 돼지는 인간을 위해 희생하는 날이 온다. 그날이었다.
비싼 오백원짜리는 모두 소진해서 없다. 널부러진 동전들. 그래도 그 속에서 제일 값어치가 나가 위풍당당한 백원짜리. 오십원짜리. 십원짜리 동전들. 개중에는 중국동전도, 유로동전도 섞여 있다. 지난 나의 발자취가 보였다. 물론 환전이 안 되는 이유도 있었지만, 나중에 추억이라도 될 것 같아 고이 모셔놨지만, 애물단지도 이런 애물단지가 없다.
그중 십원짜리는 과거의 십원과 현재의 십원이 섞여 있다.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화폐제작비용을 아끼기 위해 더 가볍고 작은 십원짜리로 바꾼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이제는 캐시리스 사회라 길을 가다 돈을 줍기가 영 어렵다. 어렸을 때 발에 백원짜리 하나라도 치이면 그날은 일주 중 가장 행복했던 날이었다. 쭈쭈바라도 입에 물 수 있었으니 말이다.
요새도 아주 가끔 발에 십원짜리가 치일 때가 있다. 현재의 십원짜리는 장난감인지 동전인지 실상 구분이 가지 않는다. 용케 알아본 사람도 이제는 허리를 굽히지 않는다.
오랜만에 널부러진 동전을 정리하다 바라본 십원. 이렇게 가냘펐던가.
불현듯 나의 소년시절이 떠오른다. 나는 친구들에게 화가 막 나고 때려주고 싶은 날, 욕을 한바가지 쏟아부었다.
"이 십원짜리야!"
이다지도 험한 욕을.
'자기계발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직 .. 변태기... (0) | 2019.11.01 |
---|---|
헛발질 좀 하세요 (0) | 2019.10.18 |
창의적인 사람들이 가진 공통적인 버릇 (0) | 2019.10.05 |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그대에게 (0) | 2019.10.05 |
성공하고 싶으면, 글을 많이 쓰라면서요? 근데 글이 잘 안 써진다구요? (0) | 2019.10.0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