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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 에세이

헛발질 좀 하세요

by 북노마드 2019. 1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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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이 읽었던 책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대한민국 서점의 양대산맥인 교보문고와 영풍문고는 사람의 성격, 성향에 대한 정보를 구글신만큼이나 많이 축적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물론 책을 안 읽는 사람이 있기에 분명 한계는 있을 테지만.

어찌됐든 그 사람의 서재를 보면, 그 사람을 더 잘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서재야말로(*서재라 하니 되게 있어보여 썼지만 범인은 책꽂이로 읽어주길 바란다) 그 사람의 욕망이 담겨 있다. 사놓고 읽지 않은 책들도 한켠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읽지 않은 책은 실상 그리 재미 없을 수도 있지만,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욕망이 투영되어 있다고 해석하고 싶다.

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매번 무심코 지나쳤는데, 이제 보니 한켠에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전집(총 10권)이 꽂혀 있다. 그의 정치적 발언 때문에 작금에는... 모르긴 몰라도 그도 대한민국이 사랑하는 작가다. 내가 좀 더 어렸을 때는 더 심했지만, 그는 이른바 미디어작가(*하기 뜻을 참조하되, 이 표현은 그를 폄하하는 발언이라기보다는, 나와 같은 범인을 폄하하는 발언임을 감히 밝힌다)다.

주) 미디어 작가. 대중작가. 미디어가 대중이 띄운 작가라고 나는 정의한다. 범인이 괜시리 좋아하는 작가, 맹목적으로 선호하는 작가, 그의 작품을 하나도 읽지 않거나, 한두개만 읽어본 사람들이 띄운 작가. 그게 미디어작가다.

이 전집을 사면 나도 그와 같은 위대한 작가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욕망이 반영되어 있는 서재. 무튼 갑자기 그 욕망을 끄집어낸 것은, 이 글을 우연히 봤기 때문이다.

평소에 즐기지 않았던 분야의 책을 읽는다.    p.263

책 제목은 남사스러워서 밝히지 않겠다. 무튼 그 글귀에 필 받아 욕망만 있지 정작 잘 보지 않는 영역인 소설, 특히 그 중에서도 명작고전의 책이라 끄집어냈다.

평소에 즐기지 않는 책을 읽는다든지, 낯선 길을 간다든지, 사실은 이런 행동들이 나이가 좀 드니, 헛된 시도, 변화에 집착하는 헛손질, 헛발질으로만 생각되었다. 하지만 역으로 우리네 삶이 그렇게 고착화되어 버리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어느새 삶이 우리에게 주는 매일매일의 놀라운 기적을 외면하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매일 같은 위치의 똑같은 러닝머신만 타지 말고, 저 끝에 있는 러닝머신도 달려보고, 자전거도 한번 타보고, 아령도 다른 아령을 한 번 들어봐야겠다.

선.호.라는 것의 탄생은 편함과 효율성을 우리에게 가져다 주지만, 동시에 설레임과 놀라움을 우리에게서 앗아가는지도 모른다. 보고 싶은 책을 주문하면 문 밖에 순식간에 배달해 주는 세상. 그 책을 보기 위해 산건너(?), 물건너(?) 가는 수고로움을 감수하는 그 뛰는 가슴을 우리는 편.리.함.이라는 도구에 의해 희생당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번 주말에는 평소에 잘 마시지 않는 음료로, 잘 앉지 않는 자리로, 잘 가지 않는 식당으로 한번 시도해 보려고 한다. 이문열이 추천한 전집과 더불어. 설사 그것이 헛발질이라 할지라도.

ps. 나는 바닐라라떼의 맛을 잘 모른다. 느끼할 것 같다? 정도로 추측할 뿐. 아메리카노만 먹는 나의 습성 때문이렸다. 이번주는 바닐라라떼에 눈을 떠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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