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조의 시대. 왜 미조일까? 미조는 뭘까, 싶었는데 극중 여자 주인공의 이름이 미조입니다.
이효석 문학작품상 대상을 수상한 이서수 작가의 단편 소설입니다. 어린 시절, 시 동아리에 들어가서 시를 써대면서 나름 문학소년, 문학소녀를 자부하는 형제자매 덕에 책장에 시집과 들고 다니면 폼 좀 날 법한 문학책들이 꽂혀 있었습니다.
상실의 시대(*지금은 아마 "노르웨이의 숲"으로 알려져 있는)라는 하루키의 소설을 처음 접한 것도 그 형제자매 덕분이었습니다. 물론 어린 저에게 소설 도입부의 야한 장면은 봐서는 안 되는 금서였고, 그러기에 하루키는 야한 소설을 쓰는 사람 정도로 각인되었고, 또 역으로 어떤 문학 작품에는 으레 섹스 장면이 한 조각 들어가 있어야 된다는 편견이 생겼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그 시절 제 형제자매의 책장에는 꼭 "이상 문학 수상작품집"이 꽂혀 있었습니다. 이상이라는 학창 시절에 배웠던 대로 요절한 천재 작가입니다.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이런 상을 받을까 문득 궁금해서 몇 장 펼쳐봤지만 영 재미가 없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제가 꽤나 어린 시절에 이미 저도 문학소년, 문학소녀의 범주에 속해 있었네요. 나름 얼리 나블 리더(Early Novel Reader)라고 해야 할련지요?
그렇게 학창시절을 벗어나서는 제가 보기에는 힘이 너무 들어가 있는 문학상 수상집은 제 인생의 저변도 아니라, 그저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러다 무슨 바람이 불어서인지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1. 나에게 "미조의 시대"란?
다 읽고 난 소감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나는 한국인이고, 이 땅 한국에 살고 있는 사람이다.
비록 단편소설이지만 "미조의 시대"를 읽으면서 진실로 "나의 시대"라는 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문학은 그 시대를 반영한다고 합니다. 교과서에서나 나오는 진부한 말. 수능시험에서 오지선다형 답안지에나 기술될 말로만 보이는 말입니다.
나름 작년 하반기부터 숱한 소설들을 읽어내면서 단 한번도 이 말을 느껴보지 못했고, 사실 이런 걸 배워본 기억을 끄집어낼 어떤 동인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미조의 시대"를 읽으면서 이 말의 의미를 깨닫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미조의 시대"를 읽는 내내 저는 여주인공 미조와 함께 동시대를 살고 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미조는 다름 아닌 나였고, 다름 아닌 바로 지금 2021년을 대한민국이라는 땅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이었습니다.
시대적, 장소적 동질감.
이게 나인데.
문득 톨스토이가 "부활", "안나 카레니나"를 출간했을 때 러시아 사람들은 그의 문학 속에서 절절한 시대적 동질감을 느꼈을까, 싶었습니다. 그랬을 것입니다. 지금 우리로서는 주석을 통해서 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지식으로만 접근하는 내용을 러시아 민중들은 그의 소설 속에서 뼈저린 공감을 느꼈으리라. 그 점이 너무나 부럽구나, 하는 생각을 "미조의 시대"를 읽으면서 하게 되었습니다.
더 읽고 싶으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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