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프. 올 수 있습니다. 오는 게 정상입니다. 그러니 슬럼프가 오면 너무 좌절하지 말고 한번 즐겨보세요. 하지만 절대 포기하지는 마세요.
한때는 돋보기 이론을 믿었습니다. 태양빛을 돋보기에 비춰 한 곳에 집중하지 않고는 불이 붙지 않는다는 거에요. 임계치 이론이기도 하지요. 이를테면 가벼운 아령만을 들어서는 근육이 생기지 않는 원리와 같은 거죠. 특정 무게 이상을 들어야 근육이 파열되고 그게 재생되는 과정에 울퉁불퉁한 근육들이 자리잡는다는 겁니다. 맞는 말입니다. 저도 그걸 부인하지는 않아요. 다만 근육이 붙지 않는다고 우리 몸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을까요?
요새 코로나 때문에 재택 근무를 했는데 딱 이틀을 하고 출근하는데 다리가 약간 후들거리더군요. 제가 약해빠진 탓도 있겠지만, 우리가 운동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일상적인 출퇴근 활동들이 최소량으로 우리 몸을 단련시켜주고 있었던 겁니다.
물론 에너지를 집중해서 빠른 속도로 원하는 몸을 만들면 좋겠지만, 조금 천천히 가면 어때요? 그래도 우리는 그 여정 속에서 변하고 있어요. 단지 눈에 안 보일 뿐이에요.
고가의 영양제 하루 먹고 어? 왜 몸에 아무런 변화가 없지? 라고 생각하신 적 있으시죠? 매일의 식단에서 건강은 결정됩니다. 보이지 않는다고 무시할 뿐이지 우리는 이미 알고 있어요.
우리가 너무 돋보기만 좇다보니 작은 것들, 보이지 않는 것들, 지금 내 눈 앞에 펼쳐지는 일상들을 놓치고 있는 거에요. 효율만 추구하다보면 작지만 진짜 진귀한 것들의 가치를 잃고 말아요.
지금 짬날 때마다 책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책은 마음의 양식이라는데 진짜 제 마음이 살찌고 있을까요? 매일 살찌는걸 시세창 들여다보듯이 볼 수 없어서 그렇지, 진실은 두룩두룩 찌고 있어요. 생각도 더 날카워지고 더 다듬어지고 있구요. 분명 일년 뒤, 이년 뒤, 책을 읽지 않는 사람과는 달라져 있을 거에요. 그러니 믿으세요.
넘어지세요. 가끔. 아니, 자주. 그래도 돼요. 하지만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그리고 아주 작은 것들의 힘을 믿으세요. 그건 아주 자주 말이에요.
ps.
10년 영어공부했는데, 왜 영어가 안 될까요? 그건 더 좋은 방법을 좇다가 시간을 죄다 허비해버려서, 그리고 정작 중간에 죄다 포기해버려서 그런 거에요. 고작 한 문장씩 공부하는데 이래서야 될까? 됩니다. 당연히 매일 백 문장씩 하는 사람보다는 느리겠죠? 느린 게 당연하겠죠? 더 빨리 늘길 원하면 시간을 늘리세요. 다만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제풀에 지치지만 않으면 누구나 목표에 이를 수 있어요.
십년 어린 후배녀석이 이번주에 이렇게 묻더군요.
"십년 전으로 돌아가면 뭐하고 싶으세요?"
왜 묻냐고 했더니 저명한 강사님이 인생 잘 살고 싶으면 십년 더 산 선배들 세명에게 물어보라고 했답니다. 저는 십년 전으로 돌아가면 미래의 가능성을 믿고 매일을 성실하게 살겠다, 그때는 지금 돌이켜보면 웃기지만, 이상하게 나이가 들었다고 생각했고, 무엇인가를 하기에는 늦었다고 생각하고 내 미래를 고정시켜버렸다, 라고 말해줬어요.
그리곤 저는 제 나름대로 십년 많으신 선배들을 떠올려봤어요. 예전부터 존경하던 선배 한명이 유튜브를 운영중인데 이런 말을 해주더군요.
- 동급 최강이 되어라.
- 나이 들수록 더욱 호라이즌(Horizon)을 넓혀라.
- 여정이 곧 보상이다.
그 선배가 즐겨 쓰는 말로 글을 맺습니다.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에 나오는 말입니다.
When you want something all the universe conspires in helping you to achieve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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