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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 아름다운 나라를 눈 깜짝할 사이에 덥석 집어삼켰는가, 그런 지독한 일이 일어날 줄은 당시 어느 누구도 알지 못했다. 역사가 인간에게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명제는 ‘그 당시 앞일이 어떻게 될지는 어느 누구도 알지 못했습ㄴ니다’라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오마마는 음악을 들으며 보헤미아 들판을 건너가는 평온한 바람을 상상하고 역사의 존재방식에 대해 두루 생각했다. - 1Q84. 1권. p.10
# 그녀는 거의 여행을 하지 않지만, 그래도 어쩌다 그럴 기회가 있으면 호텔에 비치된 전화번호부를 펼쳐 아오마메라는 성을 가진 사람이 있는지 찾아보는 게 습관이 되었다. 하지만 아오마메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은 지금까지 그녀가 찾아간 어떤 도시나 입에서도 단 한 사람도 눈에 띄지 않았다. 그때마다 그녀는 넓은 바다에 홀로 내던져진 고독한 표류가 같은 마음이 들었다. - 1Q84. 1권. p.11
# 30년 인생에서 대체 몇 번이나 똑같은 말을 들어야 했던가. 이런 성으로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내 인생은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었을지도 모른다. 이를테면 사투리든지 다나카라든가 스즈키라든가, 그런 흔한 이름이었다면 나는 좀더 느긋한 인생을 살며 좀더 너그러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았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 1Q84. 1권. p.12
# 아오마메는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시트에 몸을 묻었다. 운전기사의 말투에는 뭔가 은근히 걸리는 게 있었다. 예를 들면(어디까지나 예로서) 도요타 자동차는 처음에 관해서라면 아무 불만이 없지만 그밖의 다른 뭔가에 관해서는 문제가 있다, 라는 듯한. 그리고 말을 마친 뒤에는 함축적이고 작은 침묵 덩어리가 남았다. 차 안의 좁은 공간에 그것은 가공의 미니어처 구름처럼 덜렁 떠 있었다. 그 때문에 아오마메는 어쩐지 불안했다. - 1Q84. 1권. p.14
# “한 가지 알아둬야 할 게 있는데, 모든 일이 겉보기와는 다릅니다.”
모든 일이 겉보기와는 다른다, 아오마메는 머릿속에서 그 말을 되풀이했다. 그리고 가볍게 미간을 찌푸렸다. “그건 무슨 말씀이에요?”
운전기사는 단어를 신중하게 고르며 말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이제부터 평범하지 않은 일을 하려는 거예요. 그렇죠?보통사람이라면 대낮에 수도고속도로의 비상계단을 내려가는 일은 안 합니다. 특히 여자들은.” - 1Q84. 1권.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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