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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서적 리뷰51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2편 # 오래전에 읽은 소설을 다시 펼쳐지면 놀란다.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 게 거의 없다. 소설 속의 어떤 사건은 명확하게 기억이 나는 반면 어떤 사건은 금시초문처럼 느껴진다. 모든 기억은 과거를 편집한다. 뇌는 한 번 경험한 것은 그 어떤 것도 잊지 않는다고 한다. 다만 어딘가 깊숙한 곳에 처박앞두어서 찾을 수 없게 될 뿐. - 여행의 이유 p.71 - 독서리뷰를 꾸역꾸역 남기려고 노력하는 이유는 내가 읽은 책들은 좀처럼 내 머릿속에 남지 않기 때문이다. 너무나 쉽게 날아가버린다고나 할까. # 작가의 뇌는 들고 다니기 어렵지 않지만, 그 뇌를 작동시키는 소프트웨어는 모국어로 짜여 있다. 작가는 모국어에 묶인다. 프랑스 작가 그 클레지오가 ‘나의 조국은 모국어’라고 말한 것도 그런 의미일 것이다. (중략) 언.. 2022. 5. 16.
김영하 작가의 <읽다> (ft. 독서의 효용) 어릴 적에 지독한 습관 중에 하나가, 무슨 일을 할 때마다 동인(動因)을 찾는 거였습니다. 회사에 막 입사를 했을 때도 왜 이 일을 하는지 설명해 주지 않고, 일이 주어질 때는 넌지시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나는 이러지 말아야지, 하면서 신입을 받았을 때, 동인을 설명하고 있는 제 앞에서 슬며시 졸고 있는 신입을 발견하긴 했지만 말입니다. 책을 읽을 때도, 어릴 적에는 곧잘 왜 책을 읽어야 하는가, 라는, 이른바 독서의 효용에 대한 책을 꽤나 읽었습니다. 원래 책을 좋아하는 편이긴 했지만, 그런 책을 읽음으로써 더욱 책에 몰입할 수 있도록 스스로 동기부여을 했다고 할까요? 물론 그런 효용이 어떤 것인지 너무나 익숙해진 나이가 되다 보니 그런 책들은 더 이상 펼쳐보지 않게 되었는데요(솔직히 그런 효용들의 .. 2022. 5. 15.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1편 # 게이트에 도착한 우리는 그후로 아무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이런 일을 겪은 사람이 흐느끼는 않겠지만, 겪어온 사람으로서 말하자면, 의외로 최악의 기분은 아니었다. 여행은 아무 소득 없이 하루 만에 끝나고, 한 번 더 중국을 왕복하고도 남을 항공권 값을 추가로 지불했으며, 선불로 송금해봐라 숙박비도 식비는 아마도 날리게 될 것이 뻔했지만(실제로 환불은 못 받았다), 난생처음으로 추방하기 되어 대합실에 앉아 있는 것은 매우 진귀한 경험인 만큼, 소설가인 나로서는 언젠가 이 이야기를 쓰게 될 덧입을 예감하고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의 여행에 치밀한 계획은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여행이 너무 순조로우면 나중에 쓸 게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어느 나라를 가든 식당에서 메뉴를 고를 때 너무 고심하지.. 2022. 5. 15.
무라키미 하루키의 에세이,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소설이란 이렇게 창작하는 것입니다. 1. 첫 번째 만남 한국인이 사랑하는 대표적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그의 자전적 에세이입니다. 이 책은 실은 두 번째 읽는 중입니다. 첫 번째는 한 2년전쯤으로 기억합니다. 제가 하루키를 처음 만난 것은 아주 어렸을 적입니다. 중학생쯤이었을 것입니다. 책장에 꽂혀 있던 "상실의 시대". 중학교 때부터 문예반에 들며 시를 썼던 큰 누이의 책이었습니다. 학교에서 발간되는 시집에 늘 한 자리를 자리잡았던 큰 누이. 당시에는 큰 누이가 커서 시인이나 소설가가 될 줄 알았습니다만. 바로 그 큰 누이의 서재에서였습니다. 실은 서재라기 보다는 두 칸짜리 책장이었지만요. 그 책장에 꽂혀 있던 시집, 소설류는 모두 큰 누이의 것이었습니다. 제 것이라고는 부모 몰래 책상 밑 박스 뒤에 100센티 가량 수북이 쌓여 .. 2021. 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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