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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서적 리뷰

"꼭두각시 서커스"를 읽고 - 거장 후지타 카즈히로(Fujita Kazuhiro) 작품

by 북노마드 2019. 10.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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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책읽기에 대한 책도 자주 읽는 편이다. 스스로의 행위에 당위성을 부여하기 위해서다. 독서가 좋은 줄은 알지만, 맞어맞어 이래서 책을 읽어야 돼 하는 식으로 자기최면(?)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몇년전 집어들었던 책읽기 책이다.

"창조적 책읽기, 다독술이 답이다"

뻔한 책읽기 책이겠거니 하고, (그러면서도 손이 가는) 집어들었는데, 이 저자가 내가 아주 잘 아는 분이시다. 마쓰오카 세이고. 알고보니 나의 20대 초반을 지배한 이 책의 저자였다.

"지의 편집공학"

지의 편집공학은 (어린 나에게는) 상당히 유혹적인 책이었다. 세상의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고, 편집하기 나름이라는 논리를 펼치는 책이다. 칼 융의 집단 무의식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왜 전세계 토속신화들의 패턴은 똑같다고 하지 않는가? "영웅의 탄생 - 영웅의 성장기 - 영웅의 시련기 - 영웅의 성공기" 뭐, 이런걸 분석해 놓은 책이다. 어린 나에게는 이 책은 비밀병기와 같았다. 이 책만 (오롯이 혼자) 읽어내면 나는 천재가 될 듯 싶었다. 그까짓 해리포터 내가 수십개, 수백개는 더 쓸 수 있을 것만 같아 미친듯이 탐독했던 기억이 있다.

무튼 그런 그를 무려 10년? 20년?이 넘어 다시 만나니, 뭐랄까 정말 반가운 손님을 만난 듯한 기분이었다. 그가 책을 대하는 자세가 참 마음에 든다. 신문의 한 꼭지를 읽어내는 것도, 잡지의 한 구절을 읽어내는 것도 모두 독서라는 것이다. 심지어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신문기사 하나를 읽어내는 것도 독서이니, 나는 책 하나도 안 읽어! 하시며 자책하는 분들에게 무척이나 희망적인 메시지일 것이다. 온종일 스마트폰 끼고 카톡 보시는 분들도 알고보면 독서광이신 것이다.

말이 길었는데, 그래서 오늘 소개하고 싶은 책은 바로 "꼭두각시 서커스"라는 책이다. 눈치 빠르신 분들은 눈치 채셨겠지만, 만화책이다. 후지타 카즈히로라는 분이 그려낸 작품이다. 나와 연배가 비슷한 분들은 아마 "요괴소년 호야"라고 보셨을게다.(*제발 안다고 고개 끄덕여주시라)

실은 올해 초 삶의 슬럼프에 빠졌을때, 우연찮게 퇴근후 집에서 "요괴소년 호야" 애니메이션(최근에 다시 제작했단다, 화질 좋다)을 봤는데, 그냥 볼만하다 싶었다. 퇴근해서 맥주 한캔 홀짝거리며 보다가 어느샌가 퇴근이 기다려졌다. 빨리 다음 편이 보고 싶어졌다.

내용은 힘없고 연약한 소년이 대요괴에 맞서는 이야기이다. 보면서 여러번 울었다. 그러다 당최 어떤 사람이길래 이런 힘있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쓸 수 있을까라는 궁금증이 일었다. 그래서 찾아봤더니, 그의 인터뷰가 나온다.

호야를 그리게 된 이유는 어릴 적 할머니가 들려준 성냥팔이 소녀 이야기에 화가 났기 때문이다.

'왜 아무도 성냥팔이 소녀를 도와주지 않는가?'

이 문제의식에서 호야가 탄생한다. 다른 사람이 요괴에게 잡아먹히든 말든 나와 상관없는 일. 현대사회에서는 누항의 일상. 그런데 주인공 호야는 본인의 목숨 따위는 안중에 없이 뛰어든다. 그리고 주위사람들을 하나둘 감화시켜 나간다.

"나는 싸울거야!"

호기로운 만화 주인공의 모습, 익숙할 것이다. 한달 정도 나를 펑펑 울렸던 대장정의 막이 내리자, 허전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러자 그의 다른 작품이 궁금했다. 그러다 찾아낸 작품이 바로 "꼭두각시 서커스"이다. 서커스라니. 지금 세상에. 소재부터 영 끌리지 않았으나, (딱히 할일이 없었던) 삶의 슬럼프 시절이라 그래도 시작을 해낸다. 그 어려운 걸 말이다.(*나는 후지타 카즈히로를 작가라고 부르고, 감히 거장이라고 부르고 싶다)

처음에는 역시나 시큰둥하다. 그러다 일주일이 지나고, 다시 빨리 퇴근하고 싶어졌다. 미치도록 다음 편이 보고 싶어졌다. 역시 이 작품에서도 나는 펑펑 울었다.

나만 이렇게 느끼는가? 다 큰 성인인 내가. 이제는 영화를 봐도 팔짱을 끼면서, 또 이렇게 되겠지 라고 결말을 예측해버리는 내가.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궁금했다. 정신질환인지 아닌지. 검색을 해 보니, 여느 네티즌이 이리 말한다.

"약 빨았나 싶었다"

공감 10000........000%.

그렇게 두달간 송두리째 나를 울리던 작품을 다 읽고 나니, 그 울림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궁금해졌다. 작가의 연출력? 작가의 약 빤 스토리 전개력? 다 맞는 얘기지만, 나는 후지타 카즈히로의 인간에 대한 시선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가 태초에 성냥팔이 소녀에 대해 느꼈던 그 연민이 그의 작품 속에 오롯이 녹아 있다. 그래서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저절로 마음이 따듯해져 헤어나오기 힘들다.

올 겨울은 더 빨리 찾아올련가 보다. 벌써부터 아침저녁이 많이 쌀쌀하다. 올 겨울을 따듯하게 보내고 싶은 당신이라면, 그리고 인간에 대한 따듯한 시선을 오롯이 느끼고 싶은 당신이라면, 일독을 권한다.

* 요주의 : 상사 눈치 안 보고 퇴근하게 되어, 연말 인사평가에 악영향을 줄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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