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돈이 되는 순간.
최근에 읽고 있는 책은 18년 12월에 출간된 '생각이 돈이 되는 순간'이란 책입니다. 창의력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어 창의력에 대해 무척이나 고민했던 시기에 읽었던 책이 떠올라 같이 소개하면 좋겠다 싶어 가져간 책이 바로 '창의학 수업'입니다.
박스를 뒤져서 겨우 찾아낸 '창의학 수업'이란 책. 2007년에 나온 책이라 표지는 역시 구립니다. 저의 창의력에 대한 모든 고민을 종결짓게 했던 책입니다. 책장을 넘겨보니, 항공권이 있네요. 2009년 8월 2일. 이스타항공. 생애 처음 비행기를 탔던 날. 생애 처음 제주도에 간 날. 넘기다보니 마라도 승선권도 보입니다. 피식 웃음이 나옵니다.
이 책에 애착이 더 있는 이유가, 생애 처음 여행과 함께 책을 가져갔기 때문입니다. 아무 계획도 없이 제주도에 갔습니다. 그저 이 책 한권 사서 갔습니다. 제주공항 인포메이션 데스크에 가서 제주도 여행 처음인데, 여행지 추천해달라고 했을 정도니까요. 낯선 공간에서 버스로, 택시로 이동하면서 이 책을 읽었습니다. 손바닥만한 메모지에 그때그때 떠오른 단상들을 긁적이면서. 밤 9시 10시 퇴근, 주말 출근을 밥먹듯이 하던 과거의 저에서 온전히 벗어난 시간들.
책의 저자인 스탠 라이는 대만의 연극연출자, 영화감독입니다. 물론 시나리오도 직접 쓰시는 분이구요. 대만예술학교 교수로도 재직중이십니다. 스스로 창의적인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 또 제자들에게 창의적인 작업을 가르치는 분입니다. 그래서 책의 서두에 이렇게 묻습니다.
'과연 창의력은 가르칠 수 있는 것인가?'
저자는 작금의 창의력 교육이 스킬에 치우쳐져 있음을 지적합니다. 창의력에서 물론 스킬도 중요하지만, 현재 부재한 관점에 대한 교육을 강조합니다. 그래서 책 대부분을 관점에 대해 할애합니다.
- 우리의 삶의 대부분이 무의식적으로 습성에 의해 설정된 '자동운항' 모드로 흐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습관적으로 자신이 싫어하는 대상을 멀리하고 좋아하는 대상을 가까이 한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행동양식은 점점 더 예측 가능한 형태로 경직화된다. p.133
자동운항모드, 즉 습관적인 관점에서 벗어나서 매일 매순간 참신한눈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건 나도 아는데, 어떻게 하냐구요?
- 석양을 바라보면서 곧바로 '아름답다'는 결론을 내리고, 또 재빨리 카메라를 꺼내 꼭 찍어야만 하는 것일까? '아름답다'는 판단 이전에 그것은 '석양'이다. p.150
- 마음 속에서 편견이 사라지면 삶은 열린 상태가 된다. 편견이 사라지면 사물이 내포하고 있는 모든 가능성이 보이고, 어떤 사물이든 다른 사물과 원활하게 연결될 수 있다. p.156
어제 화실에 갔었는데요. 우리가 화실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면 모든 것이 화실의 구성요소로 보인다는 겁니다. 만약 우리가 그 곳이 화실인지 모르고 갔다면 어땠을까요? 반대로 그곳이 피아노학원이라든가, BTS 사생팬실이라고 생각하고 바라봤다면 어떻게 해석했을까요? 사물에 대해 다른 편견을 가지자는 말이 아니라, 사물 그 자체를 먼저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 오늘날 많은 창의력 훈련과정을 보면 '대안적 사고'를 강조한다. 전위적 스타일의 재즈 거장 찰스 밍거스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창의성은 나뫄 다르기만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연주에서 기이한 기교를 부리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일이다."
브레인 스토밍, 대안적 사고를 통한 아이디어는 '값싼'아이디어이다. 사물간의 관계가 지나치게 값싸기 때문이다. 자유 연상을 활용하면 모든 사물이 다른 사물과 연결될 수 있다. p.168~169
작년에 직장에서 올해 계획을 수립하면서, 뭔가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내고 싶다는 욕망에 휩싸인 적이 있습니다. 그때 집어든 책이 일본의 유명한 크리에티브 디렉터가 쓴 "생각의 재발견"입니다. 사실 이 책을 산 것은 프롤로그의 이 한문장 때문입니다.
"사고는 공식으로 정리할 수 있다"
그러면서 총 11개의 공식을 제시합니다. 그 책의 공식을 그대로 적용하여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발표했습니다. 개중 괜찮은 아이디어도 있었지만, 내심 무엇인가 빈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에 대한 답이 10년전 읽었던 '창의력 수업'이라는 책에 담겨 있었습니다. 10년전에 수많은 시행착오를 반복하면서 창의력에 대한 제 안의 다툼은 종결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최근에 다시 한 셈입니다.
10년이 지난 뒤에 다시 봐도 확실히 좋은 책이네요.
혹시 창의력의 본질이 무엇일까 고민하는 당신이라면, 일독을 권합니다.
(다만, 불교의 세계관을 많이 인용해서, 종교에 민감한 당신이라면 피하시길^^)
끝으로 이 책에 인용된 니체의 말로 글을 맺을까 합니다.
"춤추는 별을 낳으려면 인간은 자신 속에 혼돈을 간직하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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