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나잇 라이브러리"를 쓴 매트 헤이그의 작품입니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를 상당히 감동적으로 읽고, 저자의 다른 소설에도 관심이 생겼습니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와 더불어 영화화가 확정된, 즉 이미 대중성을 어느 정도 인정받았다고 보이는 "시간을 멈추는 법"이라는 소설을 선택했습니다. 역시나 매트 헤이그는 저를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전 한 작가에 빠지면 그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줄줄이 읽는 경향이 있습니다. 어렸을 적부터 그랬습니다. 왜, 어떤 배우한테 꽂혀서 그 배우가 나오는 영화라면 그 영화가 폭망을 했든 말았든 상관없이 아주 사랑스럽게 그 영화를 보는 것 있지 않습니까. 소설도 약간 그런 거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매트 헤이그의 세 번째 소설은 "에코 보이"였습니다.
에코보이는 593페이지에 육박하는 두께입니다(아래 두께 보이시나요?). 물론 글자크기가 커서 실제로는 다른 일반적인 소설책 크기일 듯 싶긴 합니다. 그러니 두께 지레 겁먹지는 마세요.
매트 헤이그의 이전 소설에서도 조금 느꼈지만, 이번 소설이야말로 그가 참 글을 간결하게 쓴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아마도 그의 이력 때문일 겁니다.
# 영국 셰필드에서 태어나 "가디언", "선데이 타임즈" 같은 신문의 기고자로 활동하다 소설가가 되었다. (중략) 그는 2004년 《영국의 마지막 가족》을 출간하며 소설가로 데뷔했다. 2007년 첫번째 어린이책 《그림자 숲의 비밀》로 네슬레 어린이도서상과 블루 피터 도서상을 수상했고, 이후 카네기상 최종 후보에 세 번이나 오르면서 동화작가로서도 인정을 받았다.
신문기자는 아니더라도 기고자로 활동을 했으면 미디어가 선호하는 간결체로 글을 쓰는 데 익숙하다는 의미일 겁니다. 게다가 매트 헤이그는 그림자 숲의 비밀, 에비와 동물 친구들, 크리스마스 할아버지와 나, 크리스마스로 불리는 소년, 크리스마스를 구한 소녀를 쓰며 동화작가로도 많이 활약했습니다. 되레 소설보다 동화가 더 많은 편입니다. 소설이 저희가 잘 아는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부터 시간을 멈추는 법, 오늘 들려드릴 에코 보이, 그리고 다음에 읽으려고 하는 휴먼: 어느 외계인의 기록 정도이니까 말입니다.
그래서인지 그의 글은 쉬이 읽힙니다. 역시 문체의 힘이 아닌가 싶습니다. 예를 하나 들어드리겠습니다. 도입부입니다.
# 부모님이 돌아가신 지 2주가 지났다.
내 삶에서 가장 긴 2주였다.
모든 것이 달라졌다. 정말로 모든 것이. 달라지지 않은 것은 내가 아직 '나'라는 사실뿐이다.
그렇다. 나는 아직 인간, '오드리 캐슬'이다.
내 모습은 예전과 같다. 아버지를 닮은 짙은 머리카락도, 어머니를 닮은 적갈색 눈동자도.
떡 벌어진 어깨도 여전하다.
남자아이 같은 걸음걸이도 그대로다.
과거에 살았다면 지금보다 멋졌을 것 같다는 생각도 여전하다. - 에코보이 9p
# 더 읽고 싶으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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