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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스타일로 번안하기]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번역으로 나만의 소설 창작하기]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번역하기 #5

by 북노마드 2021. 1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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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는 소설가이면서 번역가입니다. 번역을 일종의 유희, 즉 소설 창작을 하지 않는 시간에 하는 취미 정도로 일켣을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 번역과 소설 창작과는 뗄래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합니다.

# 번역을 하면서, 다양한 선배 작가들의 '구조'를 공부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하루키 스타일'을 만들 수 있었다고 여러 인터뷰를 통해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또 그에게 번역이란 자신의 내면으로만 파고드는 소설을 창작하는 일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의 생각 속으로 들어가 볼 수 있는 일종의 '번역 치유'로도 기능하고 있습니다. - 하루키 2006년 '위대한 개츠비' 번역 기념 이메일 인터뷰 中 

그래서 저도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는 아니라도 다른 영미권 작가들의 책을 제 나름대로 번역을 해 보는 시도를 해 보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제 나름대로의 소설 창작 스타일 - 제 본명을 언급할 수 없기에 블로그 필명으로 "북노마드 스타일" - 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으로 시작해 보고자 합니다.

참고로 우리에게는 낯선 일본 작가 오에 겐자부로 - 참고로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입니다 - 가 그의 에세이 "읽는 인간"에서 프랑스 문학을 일본어로 번안하면서 그의 소설쓰기가 시작되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저도 번안을 시작해 보겠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저번시간에 이어 우리에게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영어 원제 "Fifty Shades of Grey")를 번역해 보겠습니다.
(*작가인 E.L. James는 2016년 포브스가 조사한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버는 작가 9위에 링크되어 있습니다.)

그럼 시작해 보겠습니다.


Behind the solid sandstone desk, a very attractive, groomed, blonde young woman smiles pleasantly at me. She's wearing the sharpest charcoal suit jacket and white shirt I have ever seen. She looks immaculate.

"I'm here to see Mr. Grey. Anastasia Steele for Katherine Kavanagh."

"Excuse me one moment, Miss Steele." She arches her eyebrow slightly as I stand self-consciously before her. I am beginning to wish I'd borrowed one of Kate's formal blazers rather than wear my navy blue jacket. I have made an effort and worn my one and only skirt, my sensible brown knee-length boots and a blue sweater. For me, this is smart. I tuck one of the escaped tendrils of my hair behind my ear as I pretend she doesn't intimidate me.

"Miss Kavanagh is expected. Please sign in here, Miss Steele. You'll want the last elevator on the right, press for the twentieth floor." She smiles kindly at me, amused no doubt, as I sign in.

She hands me a security pass that has VISITOR very firmly stamped on the front. I can't help my smirk. Surely it's obvious that I'm just visiting. I don't fit in here at all.

단단한 사암석 데스크에 매력 넘치고 단정해 보이는 금발의 젊은 여자가 나를 보고 미소 짓는다. 그녀는 이제껏 내가 본 중에 가장 세련된 차콜 재킷에 하얀 셔츠를 입고 있었다. 그녀는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단정해 보였다.

"잠깐만요, 스틸리씨." 그녀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나를 쳐다보자 나는 은근 긴장이 됐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남색 재킷 대신 케이트의 정장 재킷을 빌려 입고 올 걸, 그랬나. 아냐, 딱 하나 있는 치마에, 무릎까지 오는 갈색 부츠와 파란 스웨터, 이건 내 나름의 최선을 다한 거라구. 잘 한 거라고. 나는 삐져나온 머리칼을 귀 뒤로 넘기면서 전혀 당황하지 않는 듯 행동했다.

"카바나씨가 올 거라 생각했는데요, 아무튼 여기에 싸인해 주세요. 오른쪽 끝 엘리베이터로 12층으로 올라가세요." 그녀는 정중한 미소를 보였고 이유 없이 기분이 좋아 보였다.

그녀는 앞 면에 '방문자'라고 적혀 있는 보안카드를 내게 건네 주었다. 나는 겨우 웃음을 참았다. 맞아, 난 그냥 방문자일 뿐이다. 이곳에는 전혀 걸맞지 않는 방문자.

>>> 이번 번역은 그다지 어려운 단어들은 별로 없었지만 전체적으로 해석이 용이하지 않았다. She looks immaculate와 같은 문장. immaculate는 clean and tidy라는 뜻이다. 깔끔하다, 단정하다는 뜻이지만, 작가가 어떤 뉘앙스 때문에 이 단어를 선택했는지, 그래서 우리말로 옮길 때 '말끔', '단정'이라는 말보다는 '단아'하다는 말로 옮기는 게 더 적합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영어실력이 일천한 나로서는 작가의 진의를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 I have made an effort and worn my one and only skirt, my sensible brown knee-length boots and a blue sweater라는 문장. make an effort는 애쓴다라는 의미인데, 무얼 애쓴다는 뜻인지 명확하지 않다. sensible이라는 말을 이성적인, 합리적인 이라는 뜻만 있는 줄 알았는데, 관습적인/관례적인이라는 뜻이 있는지 처음 알았다. 패션 쪽으로 보면 무난한, 봐줄만한의 뜻이 될 것 같다. 즉 합리적인이라는 뜻도 "일반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질만한 상식적인 수준에서의"라는 뉘앙스가 원래의 단어 뜻에 가장 가깝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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