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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스타일로 번안하기]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번역으로 나만의 소설 창작하기]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번역하기 #6

by 북노마드 2021. 1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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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는 소설가이면서 번역가입니다. 번역을 일종의 유희, 즉 소설 창작을 하지 않는 시간에 하는 취미 정도로 일켣을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 번역과 소설 창작과는 뗄래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합니다.

# 번역을 하면서, 다양한 선배 작가들의 '구조'를 공부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하루키 스타일'을 만들 수 있었다고 여러 인터뷰를 통해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또 그에게 번역이란 자신의 내면으로만 파고드는 소설을 창작하는 일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의 생각 속으로 들어가 볼 수 있는 일종의 '번역 치유'로도 기능하고 있습니다. - 하루키 2006년 '위대한 개츠비' 번역 기념 이메일 인터뷰 中

그래서 저도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는 아니라도 다른 영미권 작가들의 책을 제 나름대로 번역을 해 보는 시도를 해 보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제 나름대로의 소설 창작 스타일 - 제 본명을 언급할 수 없기에 블로그 필명으로 "북노마드 스타일" - 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으로 시작해 보고자 합니다.

참고로 우리에게는 낯선 일본 작가 오에 겐자부로 - 참고로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입니다 - 가 그의 에세이 "읽는 인간"에서 프랑스 문학을 일본어로 번안하면서 그의 소설쓰기가 시작되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저도 번안을 시작해 보겠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저번시간에 이어 우리에게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영어 원제 "Fifty Shades of Grey")를 번역해 보겠습니다.
(*작가인 E.L. James는 2016년 포브스가 조사한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버는 작가 9위에 링크되어 있습니다.)

그럼 시작해 보겠습니다.


Nothing changes, I inwardly sigh. Thanking her, I walk over to the bank of elevators past the two security men who are both far more smartly dressed than I am in their well-cut black suits.

The elevator whisks me with terminal velocity to the twentieth floor. The doors slide open, and I'm in another large lobby - again all glass, steel, and white sandstone. I'm confronted by another desk of sandstone and another young blonde woman dressed impeccably in black and white who rises to greet me.


>> 변한 건 없다. 나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두 명의 경비를 - 나보다 훨씬 옷을 잘 빼입고 깔끔한 검정 정장차림인 - 지나쳐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

엘리베이터는 순식간에 20층으로 올라갔다. 문이 미끄러지듯 열리자 또 하나의 넓디넓은 로비가 - 역시 유리, 금속, 사암석으로 장식된 - 보였다. 검정과 하얀 정장을 입은 금발의 젊은 여자가 일어나 내가 인사했다.


"Miss Steele, could you wait here, please?" She points to a seated area of white leather chairs.

Behind the leather chairs is a spacious glass-walled meeting room with an equally spacious dark wood table and at least twenty matching chairs around it. Beyond that, there is a floor-to-ceiling window with a view of the Seattle skyline that looks out through the city toward the Sound. It's a stunning vista, and I'm momentarily paralyzed by the view. Wow.


>> "스틸레씨,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그녀는 하얀 가죽 의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가죽 의자 뒤로는 투명한 유리벽이 있었고 그 너머에 회의실이 보였다. 짙은 나무 테이블에 약 스무개의 의자들이 놓여 있었다. 그회의실 뒤로는 천장에서 바닥까지 창이 나 있었고 시애틀이 한눈에 보였다. 소름끼치는 정경에 순간적으로 소리를 지를 뻔 했다.

 



I sit down, fish the questions from my satchel, and go through them, inwardly cursing Kate for not providing me with a brief biography. I know nothing about this man I'm about to interview. He could be ninety or he could be thirty. The uncertainty is galling, and my nerves resurface, making me fidget. I've never been comfortable with one-on-one interviews, preferring the anonymity of a group discussion where I can sit inconspicuously at the back of the room. To be honest, I prefer my own company, reading a classic British novel, curled up in a chair in the campus library. Not sitting twitching nervously in a colossal glass and stone edifice.

>> 나는 자리에 앉아 가방을 뒤적여 질의서를 꺼냈다. 인터뷰 대상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주지 않은 케이트를 속으로 저주했다. 나는 이 남자가 90살인지 30살인지조차도 알지 못했다. 이런 불확실성에 나는 속이 울렁거렸고, 몸을 쭈빗쭈빗 움직이곤 했다. 일대일 인터뷰에 난 젬병이었다. 나는 익명성이 보장되는 집단 토론을 선호했고, 그럴 때에는 늘 방 뒤켠에 쳐박혀 있었다. 솔직히 나는 대학교 도서관 의자에 쭈그리고 앉아 고전 소설이나 읽고 싶었다. 이렇게 거대한 유리와 사암석 빌딩 안에서 안절부절하며 앉아 있는 것은 끔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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