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코로나로 인한 대폭락으로 투자를 시작한 주린이지만, 투자의 대가들의 책들을 섭렵하고 난 후 타고난 성향을 버릴 수 없던 탓인지 "저평가된 가치주 장기투자"로 제 갈 길을 잡았습니다.
그러다 테슬라가 이른바 텐배거(Ten Bagger, 10루타)가 되는 것을 목도하고는 생각이 많이 달라졌습니다(*주위에 테슬라를 추천을 많이 했지만 정작 저는 저평가되기를 기다리다 때를 놓쳐서 배가 뒤틀렸다고 해야 할까요?(하하)).
트렌드에 관한 책, 특히 미래를 예측한다는 책은 그다지 즐겨 읽지 않는 편이지만, 테슬라 사건(?)을 계기로 관심이 조금씩 돋아났습니다.
서점에서 간간이 보이는 "2030 축의 전환"이라는 책에 문득문득 눈길이 갔었지만, 본디 취향 탓인지 그다지 구미가 당기지 않던 찰나에, 구독 중(*월 9,900원에 10만권의 전자책을 모조리!!!)인 "밀리의 서재"에 있길래 우연찮게 펼쳤습니다.
김훈, 헤밍웨이, 톨스토이의 소설들이 내 삶의 육면(六面)을 둘라싸는 와중에, (물질적) 세상과 소통하고 싶은 갈구였는지, 10년 뒤 미래를 통해 제 2, 제 3의 테슬라를 찾아낼 수도 있을련지에 대한 (물질적) 탐욕이었는지는 분간이 가지 않습니다.
책의 내용들은 이전에 어디선가 많이 들었던 8개의 키워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 낮은 출생률
2) 밀레니얼 세대보다 중요한 세대
3) 새로운 중산층의 탄생
4) 더 강하고 부유한 여성들
5) 도시의 성장
6) 새로운 과학기술(로봇/인공지능/3D 프린터/나노 기술/전자책 등)
7) 공유경제
8) 새로운 화폐
갈수록 고령화되고, 여성의 힘이 강해지고, 로봇이 인류의 일자리를 빼앗아 갈 것이고, 새로운 화폐가 등장할 것이다... 너무 많이 들어본 말들입니다. 그래서 막상 목차만 보고는 책이 선뜻 끌리지 않는 게 사실이지만, 책을 열어보면 저자 마우리 기옌의 이력(와튼스쿨 국제경영학 교수)답게 수많은 통계자료들로 그의 주장에 힘을 더합니다.
낮은 출생률로 일할 인력이 부족하니, 이민자를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주장은 -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투자가 중 한 명인 - 짐 로저스가 일본에게 보내는 경고로 입에 달고 다니는 말 중 하나입니다. 미국 또한 트럼프 정권이 등장하고 이민자를 배척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는데, 일반적인 사람들이 갖는 편견과는 달리 이민자들이 세수확보에 도움이 되었으면, 두뇌 유출보다는 두뇌 순환이라는 선순환으로 - 이민자 연결망을 통해 엄청난 규모의 국제적 협력을 이끌어내며 - 전 세계를 유익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짐 로저스는 역사적으로 다문화를 수용한 나라들이 세계에 우뚝 섰다고 주장하지만요)
몇 해 전부터 꼰대라는 말과 동시에 밀레니얼 세대라는 말이 화두가 되었으면, 모든 기업들은 밀레니얼 세대의 눈치를 보며, 그들의 지갑을 여는 것이 성공적인 마케팅으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진실은 가장 두터운 지갑은 60세 이상의 세대라고 합니다(이들은 전 세계 자산의 최소한 절반 이상을 소유하고 있으며, 미국의 경우에는 비중이 80퍼센트 이상이라고 함). 시장은 60대에서 70대에 이르는 나이 많은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고 합니다.
새로운 중산층은 신흥공업국 시장에서 2030년이 되면 미국과 유렵, 일본의 5배 이상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이제 심슨 가족이 아니라, 중국의 왕씨 가족, 인도의 싱씨 가족, 혹은 아프리카의 므왕기 가족의 활양상을 보게 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인상 깊었던 것은 (*이 책이 코로나 이 전에 집필되기 시작한 탓인지 모르지만) 유난히 공유경제를 강조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젊은 시절 벌어온 자산으로 긴 여생을 살아야 하는 노인들은 자산관리가 핵심일 터인데, 저금리의 시대에 접어들어 은행은 이제 대안이 아닙니다. 평생 모은 돈으로 자산이라고는 집 한채가 있는데, 그걸로 돈을 벌 수 있으면 금상첨화일텐데, 그때 에어비앤비가 등장합니다. 노인들은 너도나도 에어비앤비를 통해 집을 공유합니다. 에어비앤비 매수를 마치 추천하는 느낌이 강력히 드는 것은 괜한 제 기분 탓일까요?
마지막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강조합니다. 블록체인 기술이 결국 전통적인 금융업과 법조인들을 죽일 것이다(*자동화와 암호화된 기술로 사람 없이도 안전하게 은행 업무를 처리하고, 법률계약도 손쉽게 처리가 가능하다는 주장)라는 주장에 워런 버핏을 따라 샀던 뱅크 오브 아메리카를 최근에 매도했습니다(하하, 귀가 참 얇지요?).
다소 뻔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고 보여질 수 있지만, 책을 완독한 현재로서는 미래학자들이 미래를 예측하는 논리적 선로를 같이 걷는 기분이었습니다. 이러한 사고방식을 배워내면 트렌드라는 하나의 조각을 통해 미래라는 거대한 그림을 맞춰낼 수 있을 거라는 기분이 들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다소 아쉬움이 있다면, 이 책을 전자책으로 읽어서 그런지, 물벌레 읽듯이 책장을 넘겨가며 흩어진 정보조각들을 제 나름대로 조립해보고, 깨뜨리고, 다시 재결합해보는 작업들이 수월하지 않아, 꽤나 답답함이 남아 있습니다. 그도 아니면 제 자신이 흡수하기에는 너무 많은 정보들이 담겨 있어서 그럴련지도 모르겠습니다.
굳이 투자가 아니더라도, 개인 사업을 해거나, 회사에서 기획, 마케팅 업무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더없는 인사이트를 줄 수 있는 책이라고 단언합니다. 그런 분들이라면 일독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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