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글을 써봅니다. 요새는 주식창을 켜면 그야말로 '골이 땡긴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작금에 스스로 투자의 원칙을 세웠습니다. 장기투자하자. 한번 주식을 사면 최소 2~3년은 들고 있고, 5년, 길게는 10년은 들고 있자는 생각으로 사자마자 조금 빠져도 그냥 뒀습니다. 사실은 매일 시세에 흔들리는 자신이 너무 싫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냥 둘수록 손실이 그야말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습니다. 남들은 복리의 마법이라고 하는데, 저희 계좌는 어쩜 복리의 저주처럼 매일 손실이 더 커지기만 할까요? 정말 그냥 두면 회복할까, 라는 근본적인 의문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몇 가지 생각한 바를 다시 정리해 봅니다.
# 시장을 예측할 수는 없다
그 어떤 사람도 작금의 폭락을 예측한 사람이 없습니다. 정말 시장이 한번 약세를 결정하면, 아무리 좋은 주식이라도 연일 폭락을 거듭합니다. 게다가 2~3년 장투로 생각한 기업이 생각지도 않은 악재 - 물적 분할이라든가, 사업부 매각이라든지, 매분기 실적 발표시에 어닝 쇼크라든지 - 로 인해서 갑자기 하루에 10%, 20% 급락하는 날이 찾아옵니다. 그럴 때 어떤 생각이 들까요? 네, 맞습니다.
'정말 장기투자가 맞을까?'
입니다. 게다가 요즘처럼 시장이 약세로 돌아서면, 정말 답이 없습니다. 약세라고 하면, 너도나도 주식을 팔아치운다는 말입니다. 비싸게 사려는 사람이 없으니, 헐값에 넘겨야만 팔리니 시장이 약세가 되는 것입니다.
돌이켜보면 코로나로 인해 대폭락한 3월 이후에 강하게 시장이 반등했습니다. 동학개미라는 명칭으로 너나 할 것 없이 주식 시장에 뛰어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5월에 현금화를 했습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주식시장을 얘기할 때 시장은 폭락하게 되어 있다 - 피터 린치식으로 얘기하면 칵테일 파티 이론(*칵테일 파티에서 치과의사가 펀드 매니저인 자신에게 어떤 주식을 권하면 폭락의 전조이다)이고, 앙드레 코스톨라니식으로 얘기하면 시장에 바보들이 많으면 폭락의 신호이다 - 고 많은 대가들이 얘기합니다. 저도 그들의 말을 듣고 경계를 했지만 강세장은 꿈쩍하지 않았습니다. 이러다가 기회를 영영 놓치는 게 아닌가 싶어 다시 뛰어 들었습니다. 그러다 최근의 약세장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경계해야 할 생각을 잊어버렸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어떤 종목도 시장을 이길 수 없고, 어떤 누구도 시장은 결코 예측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답은 무엇일까요?
# 좋은 기업을 사서 오래 들고 있어라
돌이켜보면 저는 '역발상 투자'라는 말을 좋아했습니다. 남들이 다 하는 -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 한국으로 따지면 네이버, 카카오, 삼바, 셀트리온 - 종목들에는 어쩐지 손이 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남들이 별로 손 대지 않는 종목들에 즐겨 투자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본의 아니게 '위기의 기업'들에 손을 많이 댔습니다. 그런 기업들은 변동폭이 커서 강세장에서는 꽤나 괜찮은 수익을 안겨 주었지만, 한번 시장이 약세로 돌아서자 말그대로 걷잡을 수 없어졌습니다. 자면서도 불편한, 마음이 편하지 않는 종목을 계속 들고 있는 것이 맞을까? 요새는 하루에도 수없이 물어보는 질문입니다. 아니면 그냥 공포스러움을 견디지 못하는 것일까? 공포를 참기에는 손실이 너무 큰데...... 무엇이 맞을까? 트레이딩을 전문으로 하시는 분들 중에는 손실 구간을 정해두고, 그 구간에서는 무조건 손절한다는 분들이 계십니다. 저도 빠르게 손절을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시기입니다. 동시에 나는 공포를 견뎌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자기 위안도 해 봅니다.
약세장에서도 마음 편한 투자는 무엇일까, 계속 생각해 봤습니다. 역시나 좋은 기업을 사서 오래 들고 있어라, 가 결론이었습니다. 제가 절대 망하지 않을 애플, 아마존, 한국으로 따지면 삼성전자에 투자했다면 지금 시장이 약세로 전환되었다 하더라도 아마 마음이 편했을 겁니다. 마음이 불편한 이유는 - 본인이 생각해도 - 나쁜 기업을 샀기 때문일 겁니다.
그렇다면 '역발상 투자'는 옳지 않는가, 라는 질문이 있을 수 있을 겁니다. 짧은 제 소견으로는 역발상 투자라고 하면 - 피터 린치 식으로 하면 '월스트리트가 하품하는 주식' 을 사는 것입니다. 제가 마음이 불안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돌이켜 보면 사실, 특히 미국 기업들은 이름만 알고 그들의 사업분야에 대해서는 거의 모르는 상태에서 투자를 했다는 것입니다. 한국기업들은 - 몇가지 악재를 제외하고는 - 재무제표를 다 들여다 보면서, 그리고 그네들의 사업분야를 이해하면서 최소 1~2년 들고 있으면 몇 배로 상승할 종목이라는 나름의 확신은 있었습니다. 어찌보면 제가 보기에는 '여의도가 하품하는 주식'들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역시 코스피도 약세의 시기이지만, 생각보다 손실폭이 나스닥에 비해서는 작습니다. 역발상 투자란 저건 안 돼, 라고 말하는 대중과 반대로 하는 것도 맞지만, 더 정확한 정의는 남들이 아직 거들떠 보지 않는 기업을 먼저 찾아내서 - 왜 거기에 투자하니? - 자기 확신(=소신)을 가지고 투자하는 것입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투자
기본적으로 통화량이 증가하면 물가는 올라갑니다. 나스닥에 지난 10년 동안 연평균 10% 상승했다는 분석은 이런 자본주의의 원리 뿐 아니라, 꾸준하게 시장 참여자가 늘어났기 때문일 겁니다. 코스피는 지난 10년 동안 박스권을 형성했다는 분석은 역시 물가는 상승했지만,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동학개미 분들이 작금의 약세장을 경험하면서 주식시장을 떠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한번 생긴 관심은 시들기 어려운 법입니다. 다시 돌아올 것이라 믿습니다. 그래서 당분간은 저도 주식 시세창을 꺼놓을까도 고민 중입니다. 무조건적인 좋은 생각을 하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날일수록 더욱 존리 대표의 이 말이 위로가 됩니다.
p.s. 주식시장이 힘드니, 요새는 부의 비밀 같은 유튜브 내용들을 많이 찾아 듣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일본 최고의 부자 사이토 히토리씨의 '돈의 진리'라는 책 내용을 유튜브에서 들었습니다. 많은 부분들이 와 닿았지만 - 말의 힘을 신뢰해서 매일 천번씩 '나는 운이 좋다'라고 되뇌이는 부분, 웃음을 잃지 않는 것 - 이번에 와 닿은 부분은 바로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돈을 모으는 것도 중요하다는 부분입니다. 김밥 파는 CEO로 유명한 김승호 회장님도 비슷한 말씀을 하셨는데요. 돈을 하나의 인격체로 대하라는. 아끼고 다독이고 사랑해 주지 않은 도망가 버린다는 겁니다. 돈을 펑펑 물쓰듯이 써버리면, 즉 돈을 함부로 대하면 돈도 곧 떠나버린다는 말입니다. 돈을 모으는 것은 돈을 사랑하고 존중한다는 것입니다. (*여담이지만, 그래서 여러분의 주식계좌과 플러스든, 마이너스든 어찌됐든 복리의 - 저주가 아닌 - 마법을 믿고 결국 부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자기 확신을 가지고 웃음을 유지하고, '나는 운이 좋다'라고 되뇌일 수어야 합니다) 최근에 저도 돈 쓸 일이 많아졌습니다. 그저 '나는 운이 좋다'는 생각만 가지고 있으면 어찌됐든 돈이 모이겠지, 생각했는데, 오늘은 다른 이야기를 히토리씨가 들려주었습니다. 뭐냐면, 지혜라는 것을 갖추라는 것입니다. 생각하라는 것입니다. 아, 이렇게 하면 지출을 줄일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 말입니다. 어떤 생각이 드는데, 무조건적인 긍정적 암시로 피하는 것은 답이 아닌 것 같습니다. 이 말은 부정적인 생각을 하라는 것이 아니라, 더 좋은 해결책을 찾아내라는 말입니다^^
ps. 2 주식에서도 더 많이 지혜로워졌으면 좋겠습니다. 우둔함과 둔감함이 지혜일지는 시간이 흘러봐야 알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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