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AM 클럽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오랜만에 퇴근후에 산책을 했습니다. 요새 요녀석을 실천하고 있어서 책의 지침대로 해 봤습니다.

'저녁 7시 이후에는 디지털 기기를 끄라.'

요새 하루 빨리 성공해야겠다고 마음이 급해 산책을 하면서도 유튜브를 들었습니다. 이른바 이렇게 하면 성공한다는. 마치 걸신 들린 것처럼 들었습니다. 들으면 들을수록 세상에는 참 다양한 성공의 길이 있고 어쩜 이리 머리 좋은 사람들이 많은지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저는 점점 초라한 루저 같더군요.

간만에 모든 것을 차단하고 집을 나섰습니다.

낮은 산턱 옆 좁은 길. 평소에도 인적이 드문 곳이라 가로수 불이 드문드문 켜지는데, 오늘은 단 한 개소도 들어오지 않았네요. 스마트폰을 꺼서 전등빛을 켤 수도 없었습니다(근데 기억 나나요? 처음 카메라 구멍(?)으로 새하얀 라이트가 쏟아져 나올 때 저는 이상한 쾌감을 느꼈습니다. 뭐, 이런 세상이. 아이언맨의 가슴에서 반짝이는 그 광선을 떠올렸달까요). 인간의 눈이라는게 참 대단합니다. 금세 그 어둠에 익숙해지네요.

좀 걷다보니 반대편에서 누군가 다가옵니다. 스마트폰 화면에 얼굴을 파묻은 한 사람.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그는 마치 한밤 중에 나그네에게 길을 알려주는 달덩이 같다는 괜스런 상상을 해봅니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혼자 걷지 못하는구나. 스마트폰 없이는.'

타이탄의 도구들, 미라클 모닝 등 수많은 성공학 서적에서 명상을 추천합니다. 스티브 잡스가 명상을 즐겨했다는 사실은 이제 지긋지긋하실 겁니다. 5AM 클럽이라는 책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이 책을 골똘히 읽기 전부터 다른 이유로 명상을 이미 시작했었습니다. 실천하지 않고 말하지 말자라는 작금의 지론의 영향이 컸습니다.

무튼 오랜만에 나온 산책길. 스마트폰의 세상으로부터의 자유. 하늘은 더없이 맑고, 마음은 상쾌했습니다.

'전원이 꺼진 스마트폰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아십니까?'

디지털 기기를 멀리하고(아예 끄고), 현재에 몰입하는 삶을 선택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스스로에게 질문해 봤습니다.

저는 술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술자리에서의 사담이 친밀감 형성에 기여한다는 태초의 합리적 명분(?)은 해가 지날수록 무의미해졌습니다. 의지의 발현으로 횟수를 줄여나갔습니다. 근데 그게 꾹꾹 억누르는거였습니다.

'잠이 든다. 잠이 든다. 나는 강한 존재다. 양 한마리. 양 두...'

이런 식이었습니다. 겨우 이성이 승리한 다음날은 보상이라도 하듯이 맥주 한캔이라도 마셨습니다. 전 잘 해냈으니까요. 쓰담쓰담.

명상 시작한지 어느덧 약 10일이 지났습니다. 근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동안 술을 마시지 않았다는거. 꾹꾹 더 눌렀냐구요? 아닙니다. 그냥 먹기 싫더라구요. 초창기 때는 잘 몰랐습니다. 직장 동료가 오늘 한잔 어때? 하면 글쎄요. 전 그냥 집에 갈래요 라며 집에 왔는데, 시간이 갈수록 이유가 또렷해지더군요.

선택에 대한 나의 감정상태와 또 선택으로 인한 결과에 대한 이성적 분석이 아주 또렷해졌다는 겁니다.

아직 하루에도 감정기복이 많습니다. 바로 십분전에 열정이 만발하다가도, 바로 십분뒤에 축 처지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대한 판단력과 자제력은 확실히 달라졌습니다.

그러면서 문득 우리 주위에 How to라는 방법론이 참 많은데, 왜 잘 되지 않았는지 어렴풋이 알 것 같다, 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많은 방법론, 스킬은 사실 우리에게 해야 할 일(to do list)을 한 가지 더 추가하는 것이었구나. 가뜩이나 할 일이 쌓여 있는 저희들에게 말입니다.

마음이 고요해지면, 수많은 선택지 중에 무엇을 택할지 스스로가 분간할 수 있습니다.

Video killed the radio star 라는 노래는 영상세대의 미래를 예견하며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었습니다.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Digital's killed our inner STAR

혼자 걸으세요. 당신 내면의 스타가 외부 환경에 암살(저는 은근히 아무도 모르게 죽이는 암살로 번역하고 싶습니다) 당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Inner STAR를 깨우는 가장 빠른 길은 바로 명상입니다.

ps. 제발 다른 클럽 가지 마세요. 세상에서 가장 섹시하고 청순하고 귀여운 또 다른 당신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Welcome to 5 AM 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