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설 리뷰/나쓰메 소세키

Into the Book: "도련님" #1 - 나쓰메 소세키

by 북노마드 2020. 3. 6.
728x90
반응형

나쓰메 소세끼, 그의 소설 중 두번째, "도련님" 지금 시작합니다.

일본의 셰익스피어라고 불리우는 나쓰메 소세키. 저는 "마음"이라는 작품을 통해 그와 처음 만났습니다. 처음에는 하품이 나올 정도로 정적이다 싶은 작품이라 그래도 고전이라고 하는데, 셰익스피어라는데, 라는 생각으로 꾸역꾸역 읽어나갔는데, 중간쯤 지나자 그 뒤 이야기가 궁금해 말그대로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참으로 놀라웠던 것은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저와 무척이나 닮아 있다는 것입니다. 어쩜 나와 생각하는게 이다지도 비슷하단 말인가. 생각이 비슷하면 재미가 떨어질 것 같은데, 왜 끝까지 읽었냐구요? 그 생각이라는 것을 언어로 담아내는 솜씨가 아주 노련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마음, 이런 생각을 이렇게도 표현할 수 있구나, 감탄하면서 읽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게다가 저란 인간을 소설에 몰입하게 만들었다는 것 자체부터가 대단한 작가라는 겁니다. 무슨 말이냐면, 원래 저란 종자는 책이란 필요한 정보, 지식을 얻는 매체라고 생각하는 인간인지라, 소설 따위는 솔직한 이야기로 개나 줘버리라는 주의였고, 소설 따위 읽는 사람은 - 그분들에게는 정말 죄송하지만, 솔직히 고백하자만 - 드라마나 예능을 보는 것처럼 쓰잘데기 없는 짓을 한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느낀 것은 다분히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제가 어릴 적 접한 소설들은 투자한 시간 대비 얻는 게 정말 보잘 것 없었습니다. 그에 비해, 지식 서적들은 저의 삶에 바로 영향을 주었습니다. 심리학 서적들의 여러 기법들은 인간관계에 바로 적용해 볼 수 있었고, 독서법, 메모법 같은 책들 또한 실생활에 바로바로 적용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소설은 뭡니까? 기껏해야 '도시의 야경은 나의 눈을 현혹시켰다' 정도의 감상적인 표현 정도를 얻었다가 다였습니다. 한번은 매번 시간을 쪼개서 소설을 읽는 지인 분이 계셔서 - 정말 소설 다독가셨습니다 - 제가 물어봤습니다. 소설 정말 많이 읽으시는데, 인생의 변화가 있으셨습니까? 했더니, '아니요... 전혀요', 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저는 어떻게든 긍정적인 답변을 얻기 위해 유도심문 비스무레한 걸 했지만, 답은 역시 부정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더욱 소설을 가까이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개인적인 독서경험에서든, 제 지인의 독서경험에서든.

그런데,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이라는 소설은 저의 이런 생각에 지각변동을 일으켰습니다. 아, 이 나쓰메라는 작자, 정말 대단하구나. 인간의 마음을 이다지도 여실히 들여다보는 작가가 있다니, 이런 사람의 통찰력이야말로 인생에 정말 필요하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의 다른 작품들도 하루 빨리 보고 싶어져서 두번째로 택한 작품이 바로 "도련님"입니다.

아직까지는 완전 초반부라, 엄청난 몰입감은 없지만, "마음"과는 다른 결로 나의 마음을 야금야금 훔쳐먹고 있습니다. 뭐랄까, 인물의 묘사가 거침이 없고, 문단문단마다 넘치는 위트들이 저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말이 길었습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책 속으로 같이 들어가 보겠습니다.

[Into the Book]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앞뒤 가리지 않는 성격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나는 손해만 봐왔다. (중략) 새로  지은 교사 2층에서 머리를 내밀고 있었더니 같은 반의 한 친구가 농담으로 놀려댔기 때문이다.

"아무리 으스댄다고 해도 거기서 뛰어내리지도 못할걸. 이 겁쟁이야!"   p.15

[About Me] 괜한 자존심. 우리에게는 절대 용납하지 못할 "자존심"이란게 있습니다. 알량한 자존심입니다. 그 자존심은 좁쌀만 하더라도 건들면 우리는 이성이 마비되어 버립니다.

[Into the Book] 아버지가 부릅뜬 눈으로 호통을 쳤다.

"겨우 2층에서 뛰어내리다 허리를 삐는 놈이 어디 있어!"

"다음에는 허리를 삐지 않고 뛰어내리는 걸 보여 드릴께요."  p.16

[About Me] "요놈의 녀석, 그래도 입은 살아가지고" 저라면 이렇게 대답을 썼을 것 같지만, 나쓰메는 의도적으로 배제했습니다. 뒤에 나오지만 아버지와 주인공의 관계는 별로 좋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주인공이 저렇게 대꾸를 했다는게 놀랍습니다. 아무튼 주인공인 '나'의 대답은 우리를 피식 웃음 짓게 만듭니다. 나쓰메의 "도련님"이라는 작품은 진실로 곳곳에서 위트가 넘쳐 납니다.

[Into the Book] 어머니가 병으로 돌아가시기 2, 3일 전, 부엌에서 공중제비를 넘다가 그만 부뚜막 모서리에 갈비뼈를 부딪쳤는데 무척 아팠다. 어머니가 몹시 화를 내며 이렇게 말했다.

"너같은 놈은 이제 꼴도 보기 싫다."

그래서 친척집에 가 있었다. 그런데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이 왔다. 그렇게 빨리 돌아가실 줄은 몰랐다.   p. 18

[About Me] 제가 뭐라고 했습니까? 곳곳에 위트가 넘쳐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위트'라는 것은 인간적인 공감에서 비롯된다고 믿습니다. 치, 왜 나만 가지고 뭐라 그래, 라는 유아기적 삐짐과 단편적인 유아기적 발상이 여실히 드러납니다. 연인들끼리, 부부들끼리의 흔한 싸움의 소재에서도 우리는 유아기적 발언을 많이 합니다. '니가 가라고 해서 갔다'라는 말은 표면적으로는 너의 말을 존중하고 복종하는 듯이 보이지만, 누가 봐도 반항이고 대듦입니다. 어릴 적의 유아기적 발상을 성인이 되어서도 우리는 온전히 버리지 못합니다. 다만 더 그럴듯한 이유를 붙여댈 뿐이고, 더 깊이 후회할 뿐입니다.

[Into the Book]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부터 기요는 더욱 더 나를 애지중지했다. 가끔은 어린 마음에도 왜 그렇게 귀여워하는지 수상하게 생각했다.  p.19

호의적인 눈은 무서운 것이다. 기요는 내가 장래에 출세하여 훌륭한 사람이 될 거라 굳게 믿고 있다. p.21

[About Me] 본인 스스로도 이해가 가지 않는 호의라는 것은 어떠한 의도가 담겨 있기 마련입니다. 저희 어머니는 어릴 적 저를 보고는 늘 판검사가 될 거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지금 직장인입니다. 호의적인 눈이라는 것이 이렇게 무서운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지금은 저를 바라보는 눈이 예전같지는 않으십니다. 그래도 이 웬수, 웬수 하는 부부끼리의 눈 정도는 아니니 그나마 다행인 셈입니다.

Into the Book "도련님"은 계속됩니다.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