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에 대한 언급한 부분 때문에 읽기 시작했음을 밝힙니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일본 작가 중에 한 명이고, 이 시대가 인정하는 유명한 소설가인 그가 인.정.하는 작가는 어떤 글을 쓸까, 라는 내심의 의구심과 호기심에서 시작하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겁니다.
- 일본 소설로 말하자면,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에 나오는 사람들도 실로 다채롭고 매력적입니다. 아주 잠깐 얼굴을 내미는 캐릭터라도 생생하게 살아 있고 독특한 존재감이 있습니다. (중략)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을 읽으면서 항상 감탄하는 점은 '이 자리에 이 인물이 필요해서 일단 내놓는다'는 땜질 식 등장인물은 거의 한 사람도 없다는 것입니다. 머리로 생각해서 만든 소설이 아니에요. 분명한 체감이 있는 소설입니다. 말하자면 문장 하나하나마다 밑.천.을. 털.어. 넣.고. 있습니다. 그런 소설은 읽으면서 하나하나 믿음이 갑니다. 안심하고 읽을 수 있습니다. -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p.240
어떻습니까?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안 읽고 버텨낼 재간이 있습니까?(웃음)
- 하지만 나를 대하는 선생님의 태도는 처음으로 인사를 했을 때나 친해진 후나 그리 달라지지 않았다. 선생님은 늘 조용했다. 어떨 때는 너무 조용해서 쓸쓸할 정도였다. 나는 처음부터 선생님에게는 다가가기 힘든 신비함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도 어떻게든 다가가지 않을 수 없다는 느낌이 어딘가에서 강하게 작동했다. - 마음 p.29
# 이상하게 우리는 다가기기 어려운 상대에게, 그 속내를 알 수 없는 상대에게 강한 매력을 느낍니다. 때로는 신비감까지 느끼고 말지요. 그것은 그 사람에 대한 호.기.심.의. 갈.구.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원래 그런 사람이니까, 조용한 사람이니까, 우리가 굳이 애.쓰.지. 않.아.도. 그 사람 앞에서 조.용.히. 있.어.도. 되기 때문에 우리는 어느새 편안함마저 느끼게 되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인간관계에서 차.분.함.을 얻어 내기란 쉽지가 않습니다. 우리는 늘 상대에게 잘 보이려고 안달이 되어 있고, 그래서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고, 또 그렇게 훈육받아왔기 때문입니다.
- "다음에 묘에 가실 때 저도 따라가면 안 될까요? 선생님과 그 근방을 산보하고 싶어서요."
"난 묘에 가는 거지 산보하러 가는게 아니네."
"하지만 가시는 김에 산보라도 하면 좋지 않을까요?" (중략)
나와 함께 가고 싶지 않은 구실인지 뭔지 모르지만 내게는 그때의 선생님이 정말이지 어린애 같아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 마음 p.30
# 인간은 밀어내려는 자에게 이상한, 어쩌면 광적인 집착을 보입니다. 그것이 호기심인지, 연민인지는 사실 분간하기 어렵습니다. 설사 연륜이 더 쌓이고, 경험이 더 많아진다 하더라도.
- 만약 내 호기심이 다소라도 선생님의 마음을 탐색하는 쪽으로 작용했다면 두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공감의 실은 그때 가차 없이 뚝 끊어지고 말았을 것이다. - 마음 p.31
# 어떤 인간관계에 대한 책을 읽더라도, 공.감.이라는 진심을 이겨내지 못합니다. 그것은 대화술, 처세술이라는 어떠한 잡기보다 진한 무.엇.인.가.이기 때문입니다.
- 그렇지 않아도 선생님은 차가운 눈으로 탐색당하는 것을 늘 두려워했다. - 마음 p.32
- 내 발길이 점점 잦아지던 어느 날 선생님은 돌연 나에게 물었다.
"자네는 왜 나 같은 사람을 그렇게 자주 찾아오는 건가?" - 마음 p.32
# 인간은 누구나 나 자신에게는 엄격합니다. 난 안 엄격한데, 하시는 분들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엄격하실 겁니다. 여기서 엄격하다는 것은 자신을 불행한 존재, 불쌍한 존재로 여긴다는 겁니다. 나는 못났어, 나는 행복하지 않아, 라는 부정적 주문은 인간은 누구나 엘사급입니다. 반대로 긍정적 주문은 아직도 유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인간은 누구나 자신에게 수백번, 수만번, 아니 평생, 죽기 직전까지도 물을 것입니다.
'나 같은 사람을'
자주 찾아오는 사람의 발길이 뜸해지면, 그 사람의 공백에 소스라치기 마련입니다. 마음의 한켠이 그에게 물들기 시작해서 어느새 '나 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순간 망각해 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발길이 뜸해지면, 어느새 '나 같은 사람'이라는 의구심이 솟구칩니다. 그때는, 즉 그 외로움의 늪에 허덕일 때는 하나의 수식어다 더 붙습니다. '고작'
- 몸을 반쯤 일으키고 모자를 받아 든 선생님은 일어났다고 누웠다고도 할 수 없는 자세로 나에게 이상한 걸 물었다.
"갑작스러운 질문이지만, 자네 집에는 재산이 많나?" - 마음 p.79
- 나는 선생님이 우리집 재산을 묻거나 우리 아버지의 병에 대해 묻는 것을 보통의 대화, 그러니까 마음에 떠오른 것을 그대로 입에 담는 보통의 대화라고 생각하며 들었다. 그런데 선생님의 말 속에는 우리를 연결하는 커다란 의미가 있었다. 선생님의 경험을 갖지 못한 나는 물론 그걸 눈치채지 못했다. - 마음 p.81
#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은 참으로 간파하기가 어렵습니다. 한때 '난 관심법을 써' 라는 궁예의 우스개 짤이 많이들 돌아다녔습니다. 정말로 관심법을 쓰면, 그 사람은 미쳐버릴 지도 모릅니다. 한 사람이 찰나에도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고, 그 찰나에도 수십, 수백번 마음이 왔다갔다를 하는데 말입니다. 발화자는 연결을 위해 꺼내 든 소재였지만, 누군가에게는 따분한 이야기거리일 수도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상처로 남을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우리는 늘 연결을 지향하며 살아야 한다고 믿습니다. 우리 모두가 연결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대화를 이끈다면 세상이 그래도 살만한 곳, 그리고 더 살아볼만한 곳 - 그렇다고 진시황처럼 불로초를 찾으러 다니시지는 마시고 - 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 보는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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