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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리뷰/나쓰메 소세키

Into the Book - "마음" - 나쓰메 소세키 소설 #1

by 북노마드 2019. 1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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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 어렸던 나는 은근히 상대로 나와 같은 느낌을 갖고 있지 않을까 궁금했던 것이다. 그리고 속으로 선생님의 대답을 기대했다. 그런데 선생님은 잠시 생각하더니 "아무리 생각해도 자네를 본 기억이 없네. 자네가 사람을 잘못 본 거 아닌가?"라고 말해서 나는 이상하게 가벼운 실망감을 느꼈다.  - 마음 p.23~24

- 그 무렵 나는 선생님과 꽤 친해졌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선생님으로부터 좀 더 자상한 말을 기대했던 것이다. 그래서 어딘가 부족한 대답이 내 자신감에 약간 타격을 주었다.  - 마음 p.24

# 인격적으로 아직 성숙하지 않은, 아니 아직 사람을 많이 경험해 보지 못한 인간은 나이와 상관없이 아직 어리다. 어린 인간(자아)은 자신이 마음을 열면, 상대로 똑같이 마음을 열 것이라 기대한다. 그것은 아직 철이 덜 들었다는 증거일 뿐인데, 모른다. 애써 모른 척하기 보다는, 아직 모른다. 커가며 다쳐가며, 다쳐가며, 마음도 닫혀가며, 닫혀가며 알게 된다.

- 나는 어렸다. 하지만 모든 인간에 대해 젊은 피가 이렇게 고분고분하게 돌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중략) 선생님이 돌아가고 지금에야 비로소 그걸 깨달았다. (중략) 남이 반가워하는 것에 응하지 않는 사람들은 남을 경멸하기 전에 먼저 자신을 경멸한 것 같다.   - 마음 p.24~25

# 나이가 들었다고 모든 인간이 성숙해지지 않는다. 삐뚤게 자란 마음은 외려 더욱 단단해질지도 모른다. 보기에는 완결무결하고 고고해 보이지만, 그런 인간일수록 그 속은 더욱 썩어문지러져 있을지도 모른다. 나도 앞으로는 완벽해 보이는 사람에게 다가가 먼저 얘기를 해 볼까 한다. "사랑합니다"라고. 그러면 그 완벽해 보이는 인간도 어쩌렴 그 자리에 주저앉아 펑펑 울음을 쏟아낼지도 모른다. 인간은 그렇게 나약한 존재다. 아부인지 알면서도 당하는게 인간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인간은 칭찬에, 남의 말에 더 굶주린다.

- 나는 물론 선생님을 찾아뵐 생각으로 도쿄로 돌아왔다. (중략) 하지만 돌아오고 나서 이삼일 지나는 사이에 가마쿠라에 있었을 때의 기분이 점차 옅어져갔다.   - 마음 p.25

# 그렇게 오매불망하던 사랑도 시절이 지나면 그저 하나의 사실이 되어버린다. 인간의 기억은, 감정은 그렇게 간사한 것이다. 물론 나는 그것을 부인하지도 않고, 나쁘다고 말하는 것도 아니다. 그 망각, 왜곡이라는 장치가 없다면 어떻게 우리가 새로운 사랑을 할 수가 있을 것이고, 현재와 미래를 새롭게 채색할 수 있단 말인가. 나는 다만 지나간 사랑의 잊혀짐에 대해서는 아쉬워하고, 아픔과 슬픔이 잊혀짐은 아쉬워하지 않는 이중적 잣대를 경계할 뿐이다.

- 그리고 불시에 "선생님"하고 큰 소리로 불렀다. 선생님은 돌연 걸음을 멈추고 내 얼굴을 쳐다 보았다.

"어떻게...... , 어떻게......"

선생님은 같은 말을 두 번 되풀이했다. 그 말은 아주 고요한 대낮에 이상한 말투로 되풀이되었다. 나는 금방 뭐라고 대답할 수가 없었다.

"내 뒤를 쫓아온 건가? 왜......"    - 마음  p.26~27

# 나는 "마음"을 읽으면서 단순한 감상의 나열인가, 잔잔한 일상, 우리 주위에서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소소한 일상의 나열의 연속이겠거니 약간은 하품 섞인 '마음'으로 읽다가 나는 이 대목에서 번뜩 졸음이 달아났다. 미스테리? 내 뒤를 쫓은게야? 라고 역정을 내는 듯한 선생님. 누구에게나 건드리면 안 되는 역린이 있다. 나도 그 역린이 있다. 그걸 건드리면 내 안에 숨어 있는 악이 깨어난다. 그건 마치 내가 원래 악마였던 것처럼, 내 혀 아래 그저 모습을 숨기고 늘 있었던 것처럼 순식간에 드러나 나마저도 놀라곤 한다. 우리는 사회로부터 훈육받고 감시받아 인자한 척, 자상한 척 하는 것이지, 어쩌면 우리 바로 혀 아래 악마를 숨기고 있을련지도 모른다. 혀를 들면 바로 드러나는 하얀 아랫니처럼.

- 내가 둥근 묘석이나 길쭉한 화강함 비석을 가리키며 자꾸만 이러쿵 말하고 싶어하는 것을 처음에는 가만히 듣고 있었으나, 나중에는 "자네는 죽음이라는 것을 아직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나 보군"라고 말했다. 나는 입을 다물었다. 선생님도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마음 p.27~28

# 침묵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사람을 볼 줄 모르고,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볼 줄 모른다. 어쩌면 나의 역린은 '자네는 진지함이라고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군'이라는 말일지도 모른다. 내면의 어린 나는 아직 천방지축이고 날뛴다. 곁으로는 나는 영원한 피터팬이라고 호들갑 떨지만, 나는 내 안의 얕은 내를 견뎌내지 못하기 때문에, 이러쿵 저러쿵 말하고 싶어하는지도 모른다. 나는 가만히 나를 바라보는 자를 싫어한다. 아니, 두려워한다. 어쩐지 내 안의 얕은 내를 그네들은 이미 간파했을 것만 같기 때문이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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