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춘남녀들은 꼰대들이 아무리 말리고 짓눌러도 기어코 사고를 치게 되어 있고, 이것은 자연의 순리다. - 냉면을 먹으며 p.387
# 냉면의 확산은 전선의 진퇴에 따른 것이었지만, 냉면 국물에는 애초부터 철조망이 없었다. 이것이 냉면의 힘이고 누항의 힘이다. - 냉면을 먹으며 p.388
# 모든 자유를 잃고, 그러므로 음식물의 선택의 자유가지 잃었을 경우에 항상 애끓는 향수같이 엄습하여 마음을 괴롭히는 식욕의 대상은 우선 냉면이다. - 김남천 수필 '냉면'
냉면은 없고, 맛의 기억은 화급하게 솟구친다. 이 맛은 헛것이지만, 실체보다 더 강하게 인간을 옥죈다. 맛을 향하는 마음과 몸은 구별되지 않는다. 맛볼 수 없는 이 맛은, 맛볼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뚜렷이 존재한다. 이 결핍과 복받침은 삶을 향한 기갈일 터인데, 여기에 이르러 선명한 것이 모호해지고 모호한 것이 오히려 선명해진다. - 냉면을 먹으며 p.391
[About Me] 몸뚱아리는 없고, 사랑의 기억은 애뜻하게 되살아난다. 처음에는 스스로도 눈치채지 못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몸뚱아리를 가진 상대보다 더 강하게 인간을 옭아맨다. 사랑을 향하는 마음은 이제 실체인 상대와 구별되지 않는다. 만질 수 없는 이 사랑은, 만질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랑으로 내려 앉는다.
* 기갈(飢渴) : 배고픔과 목마름을 아울러 이르는 말.
# 이 국물은 한바탕의 선연한 세계를 갖는다. (중략) 이 국물은 동물성에서 출발해서 식물성의 맛에 닿는다. 이 국물은 재료의 무거움을 가벼움으로 전환시켜서 맑고 투명하다. - 냉면을 먹으며 p.392
[About Me] 이 국물은 우유에서 시작해서 두유로 끝난다. 고기를 듬뿍 넣었는데 텀텀하지도, 투박하지도 않는 것은 2시간 동안 푹푹 삶은 와중에 식물성의 체취가 고기 속에 깊이 스며들기 때문이다.
* 선연(鮮然)하다 : 실제로 보는 것같이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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