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번째 키워드 : 위트!!!
반스만이 구사할 수 있는? 아니면 모든 영국 지성인 공통의? 모르겠다. 어찌됐든 그의 글 곳곳에는 위트가 묻어난다.
- "밤에는 저기에 오줌을 싸도 돼." 나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들끼리 허물없이 지내보자는 뜻인지, 아니면 날 하류층 인간 쓰레기로 보는 건지 알 도리가 없었다. p.51
[Piece of my thoughts] 모름지기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똑같은 의미라도 다르게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 어디서 배울 수 있느냐고? 바로 이런 문장에서! "알 도리가 없었다"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구나. "분간이 되지 않았다", "구분할 재간이 없었다" 라는 표현을 즐겨쓰는 나로서는 나만의 어휘사전에 살짝쿵 등재해 놓는다.
- 잭이 내게 윙크를 했다. 하지만 나는 윙크로 화답하지 않았다. 그러기는커녕, 마음 한편으로 이 집 수건을 몇 장 훔쳤거나, 진흙 묻은 발로 카펫을 밟기라도 한 듯한 기분이었다. p.55
[Piece of my thoughts] 타인의 삶 속에서 잠깐이라도 숨을 쉬는 것은 얼마나 불편한 일인가.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 집을 떠나 엠티를 가거나, 수련회에 갈 때는 변비를 항상 달고 다녔다. 그 많은 음식물은 내 조그만 몸 어디에 숨어 있단 말인가. 남자분들은 신병훈련소에서 그와 같은 불편함을 느낀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 마셜은 선생의 질문 속에 숨어 있을 만한 복잡한 의미를 찾아 헤매다가 결국은 답을 정했다. "혼란이 있었습니다." p.15
[Piece of my thoughts] 모르겠습니다, 라고 하거나 묵묵부답인게 대다수 학생들이 교실 안에서 선생의 질문에 대처하는 자세다. 하지만, 가끔 저렇게 대답하는 친구들이 꼭 있다. 그 친구들의 한 마디 말에 우리는 폭소를 터뜨린다. 이유는 무엇일까? 그 친구의 대답이 정말 재치가 있어서인 경우도 있지만, 긴장의 해소 때문이다. 감히 저런 말을 선생님께 할 수 있다는 어이없음이 우리를 웃음짓게 한다. 나중에는 그 친구에게 질문만 가게 되면, 우리는 그가 또 어떤 대답을 할까 기대마저 하게 된다. 사실 그 친구의 재치를 기대하다기 보다는, 교실 가득 서려 있는 긴장감을 해소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무엇보다 선생님이 기분이 좋아지게 되면서 다음 번에 내가 지적받을 일도 줄어들게 되기 때문이다.
- 그녀가 처음에 나에게 했던 질문 중 하나는 왜 시계를 손목 안쪽으로 차느냐는 것이었다. 나는 딱히 그럴듯한 대답이 떠오르지 않았고, 결국 평범한 어른과 다를 바 없이 시계 정면이 바깥으로 향하게 차게 되었다. p. 47
- 우리 셋은 서로의 결속을 다지는 상징으로 손목시계의 앞면을 손목 안쪽으로 돌려서 차고 다녔다. p.16
[Piece of my thoughts] 어른이 된다는 것은 사회에 순응한다는 말이다. 창조(=무정의)의 세계에서 계획(=정의)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다. 우리는 손목시계를 사회가 요구하는대로(=정의하는대로) 바깥쪽으로 차는 순간 유년시절의 자유분방한 창조력의 세계를 스스로 저버리는 것이다.
- '에이드리언이 죽었다. 자살했어! (중략) "이런 쌍." 부모님 앞에서 처음으로 욕이 튀어 나왔다. p.86
- 가족마다 양상이 각기 달리 나타나는 공동의 침묵 끝에 어머니가 입을 열었다.
"걔가 너무 똑똑해서 그랬을까?" p.86
- 내가 늘 지갑 속에 가지고 다니는 수잔의 가족 사진 속 그들 모습은 실제보다 어려보인다. '철학적으로 자명'할 것까진 엇어도 그건 정상적인 일이다. p.99
- 마거릿은 두번째 남편은 (중략) 마거릿을 닮은 여자 때문에 집을 나갔는데, 치명적인 건 그 여자가 마거릿보다 열살 더 젊다는 사실이었다. p.99
- 얼마전엔 동네 병원 관리직에 자원해서 병동을 돌아다니면서 책을 배달하고, 수거하고, 추천하는 일을 하고 있다. (중략) 또, 새로운 사람들도 조금 만난다. 물론 아픈 사람들, 죽어가는 사람들이긴 하다. p.100
- 사람들이 '그 여자는 예쁘게 생겼다'고 할 땐 보통 '그 여자는 소싯적에 예뻤다'는 뜻일 경우가 많다. (중략) 마거릿은 자신이 변했다고 생각한다. (중략) 실제로도 그녀는 예뻤다. (중략) 당연한 말이지만, 내 입에서 식당 지배인 같은 말이 나올리는 없다. 그래도 이렇게 말하련다. 마거릿은 사라져버린 것만 보고, 나는 변함없이 그대로인 것만 본다고. p.129
- 아비의 의무를 다했고, 외동딸은 결혼이라는 한시적 피난처로 떠났다. 이제 할 일은 알츠하이머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가진 재산을 잊지 않고 그 아이에게 남기는 것 뿐이다. 그리고 우리 부모보다 더 나은 부모가 되기 위해, 가진 재산이 자식에게 실제로 도움이 될 시점에 맞춰 죽어주는 편이 더 좋다. 그것이 출발점이 되리라. p.178
- 포드 씨는 저녁 식사후 내게 브랜디를 권했으나, 내가 고사하자, 사내대장부가 맞느냐, 생쥐 아니냐고 말했다. p.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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