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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서적 리뷰

Into the Book: 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 #2

by 북노마드 2020. 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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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 리뷰 두번째 편입니다. 반스가 422페이지의 그의 미술 에세이에서 제리코에서 시작헤서 들라크루아, 쿠르베, 마네, (중략), 호지킨에 이르기까지 총 17명의 작가를 다룹니다. 일단 저도 현재 완독을 한 것은 아니고, 12번째 작가인 브라크까지 읽었습니다. 저도 그렇게 느리게 책을 읽는 편은 아닌데, 이 책은 거의 2주째 잡고 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런 식이기 때문입니다.

# 들라쿠루아가 - <문명을 가져오는 오르페우스>나 <단테를 호메로스에게 소개하는 베르길리우스>에서 <천사와 스름하는 야곱>과 <신전에서 쫓겨나는 헬리오도로스>에 이르기까지 - 창작생활 전반에 걸쳐 그린 공공건물의 벽화와 천장화를 보면, 제목이 암시하는 바를 감안하지 않더라도 이 두 라이벌이 서로 다른 길을 걸었을 뿐 사실은 서로 비슷한 진리와 선언에 다가가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p.77

보통 그림 서적에는 그림이 잔뜩 있습니다. 너무 그림이 많아서 탈인 책도 있지만, 이 책은 인용하는 그림에 비해 수록되어 있는 그림이 턱없이 부족한 게 유일한 단점이라면 단점 - 아, 유일하지만은 않네요, 때로는 독자(저만 해당할지도)가 당혹스럽게도 못 따라갈 정도로 너무 해박한 반스의 미술지식이 가득하다는? - 입니다. 일단 인용한 저 문장에서만 해도 4개의 작품을 쏟아내는데, 책에는 단 한점의 그림도 수록되어 있습니다. 그럼 어떻게 하나요? 보통 그냥 지나치거나 - 대세에 지장 없다는 거죠 - 다 찾아보거나 하거나, 결국에는 한 두점 찾아보는 것으로 스스로 타협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 문장 속의 그림에 있어서는 저는 한 점도 안 찾아봤습니다. 하도 앞부분에서 많이 찾아봐서 지쳤다고 할까요?(하하) 이 참에 찾아보겠습니다.

구글 검색창에 보시면 아시겠지만 "들라크루아 오르페우스"를 찾았지만 없습니다. 제가 검색력이 부족해서인지 모르겠지만요. 이런 게 한 두개가 아닙니다. 오르페우스는 워낙 많은 화가들이 그려댔으니, 아무래도 유명하지 않으면 애초에 배제되는 것이 구글의 뛰어난 기능인지도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일단 오르페우스를 치면 가장 많이 나오는 게 귀스타브 모로의 오르페우스입니다. 제일 유명한 모양입니다.

바로 이 작품입니다. 모로와 이 작품에 대한 설명은 여기를 참조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3570466&cid=58862&categoryId=58878

 

귀스타브 모로

귀스타브 모로(Gustave Moreau, 1826-1898)는 미술사의 중요한 과도기였던 19세기 후반에 프랑스 미술계에서 다리와도 같은 역할을 했던 화가다. 모로라는 다리를 건너면서 서양 미술의 주류는 사실주의, 인상주의로 대변되는 ‘동시대 현실에 대한 객관적인 묘사 중심의 미술’에서 상징주의, 초현실주의, 표현주의와 멀리는 추상 미술에까지 이어지는 ‘화가의 내면세계에 대한 주관적인 표현 중심의 미술’로 이행했다. 모로 미술의 바탕이 된 것은, 그가

terms.naver.com

몰랐는데 귀스타브 모로가 들라크루아를 존경을 했네요. 들라크루아는 유럽 미술의 사조가 완전히 인상파로 넘어가기 직전에 즉 고전적 미를 중시하는 아카데미 사조와 인상파의 과도기적 시기에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반스는 그 시기를 이렇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 19세기 프랑스 미술은 크게 색과 선의 다툼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중략) 19세기 초, 선은 다비드와 그의 유파를 통해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러다 세기말에 이르러서는 인상주의를 통해 색의 영향력이 득세했다. 그리고 그 사이의 시기는 선을 옹호하는 무리와 색을 옹호하는 무리가 자웅을 겨루는 각축장이었다. (청코너에는 앵그르가, 홍코너에 들라크루아가 있었다)  p.75

그니까 앵그리가 드로잉, 소묘를 중시하는 선파(?), 들라크루아가 채색을 중시하는 색파(?)라는 겁니다. 가장 극명하게 대조되는 작품 두 개를 연달아 보시면 이해가 빠르실 겁니다. 이 둘다 오달리스크를 그렸는데요. 오달리스크란 터키 궁전 밀실에서 왕의 관능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대기하는 궁녀들을 지칭하는 대명사라고 합니다.

그랜드 오달리스크라고 앵그리가 그린 작품입니다. 아마 한번쯤 보신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관능적이죠?^^; 일전에 어떤 책에서인지, 기사에서인지 본 기억이 있는데, 해부학적으로 등뼈가 기형적으로 길게 그려졌다고 합니다. 그림 실력에 매혹되어 - 전체적인 분위기겠지요^^ - 전혀 눈치채지 못했는데, 그렇게 보면 정말로 등뼈가 그렇지 않아도 긴 목을 더 늘어뜨린 기린처럼 길지요?

이 작품의 제목은 무엇일까요? 네, 눈치 빠르신 분들은 맞추셨을 건데, 오달리스크입니다. 바로 들라크루아의 작품입니다. 같은 오달리스크 - 물론 동일한 인물은 아닙니다만 - 를 묘사하는데, 묘사하는 방식이 완전히 다르죠? 반스의 책에서 그들에 대한 일화가 재미나게 묘사됩니다.

# 들라크루아가 루브르에 다녀간 뒤 앵그르는 비난하듯이 “유황 냄새"가 나서 환기를 시켜야겠다며 창문을 연 적이 있다. 뒤 캉은 한 은행가가 예술의 정치적인 면에 무지한 나머지 멍청하게도 두 화가를 동시에 같은 저녁 식사 자리에 초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앵그르는 언짢은 얼굴을 하고 있다가 결국 자제력을 잃었다. (중략) “들라크루아 씨! 드로잉은 정직을 의미합니다! 드로잉은 명예를 의미합니다!” p.75

그림을 보니 확실히 이렇게 말할 법하지요? 딱 75~77페이지에 나와 있는 내용으로만으로 이렇게 더 깊이 들어갈 수가 있습니다. 이러니 책이 속도가 안 나는 거지요. 그래도 재미나게 읽고 있습니다. 좀더 깊이 있게 읽으면서 또 더 깊은 내용으로 다음에도 여러분을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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