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의 허영심과 자기애가 천재 숭배를 조장한다." 니체가 말했다. "왜냐하면 천재를 마법적인 존재로 생각한다면 우리 자신과 비교하고 우리의 부족함을 느끼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신적인 존재'로 부르면 '우리는 그들과 경쟁할 필요가 없어진다.'" 즉 선천적 재능으로 신화화함으로써 우리 모두는 경쟁에서 면제받는다. 그리고 현재 상황에 안주하게 된다. p.68
#꼰대는 생각한다) 맞는 말이다. 굳이 천재 숭배까지 가지 않아도 개인적으로 변명이야말로 우리의 허영심과 자기애를 잘 보여주는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쟤는 결혼 안 했으니까 시간이 많아." > (사실 이걸 정 맞을 각오로 쓴다. 내가 결혼을 안 해봤으니까) 실제로 내가 많이 듣는 말이다. 나는 결혼을 해도 아침형 인간을 지속할 생각이다. 물론 아이를 돌보고, 가족들과 오손도손 대화를 나누어야 하니, 밤에 그다지 일찍 자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늦어도 11시 ~ 12시 사이에는 평균적으로 잘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이 넷플릭스에만 빠져 있지 않는다면. 한번 생각해봤다. 결혼을 하더라도 오롯이 혼자 되는 시간은 언제일까. 맞다. 바로 가족들이 모두 자고 있는 시간이다. 11시 ~ 12시 사이에 자더라도, 5시경에는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5시 ~ 6시, 1시간은 오롯하게 본인에게 할당할 수 있는 시간이다. 그 시간에 운동을 할 수도, 책을 읽을수도 있다. 특히 출근이 없는 주말 아침의 경우에는 가족들이 8시 ~ 9시까지 자는 경우가 허다할 것이다. 그렇다면 토요일, 일요일은 본인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나 많은가? 난 결혼을 해서 시간이 없어라고 하는 분들은 십분 이해하지만, 그것 또한 변명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쟤는 원래 책을 좋아해." > 선천적 선호를 말한다. 나는 원래 책을 안 좋아하고, 활동적인 것을 선호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굳이 책을 안 읽어도 된다는 변명과 자기최면.
이런 변명, 자기 합리화를 통해 우리는 우리의 노력 없음을 감추고 싶은 것이 아닐까?
- 반면에 우리 모두에게는 새로운 일에 강한 흥미를 보이며 무턱대고 뛰어들었다가 3~5년 후에 완전히 다른 일로 옮겨 가기를 습관처럼 반복하는 지인이 있다. 다양한 취미에 빠지는 행동은 해가 되지 않지만 끝없이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한 가지 일에 정착하지 못하는 것은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다.
"전 그런 사람들을 단기 일꾼이라고 부릅니다." p.157
#꼰대는 생각한다) 내가 도전(?)하는 많은 것들(일이든, 취미이든)이 3~5년은 뭐야? 겨우 1개월? 3개월?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외국어가 그렇다. 한때 영어에 미친 적이 있었다. 한번은 등산을 가려고 전철을 기다리는 시간마저 아쉬워 원서를 펼쳐들고 읽고 있었다. 누군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학생, 무슨 원서 읽나?"
고개를 들어보니 70대 정도 되어 보이시는 할아버지셨다. 잠시 당황했지만 이내 읽고 있는 책표지를 내 보이며 이거요, 라고 답했다.
"흠... 나도 예전에 읽었던 책인데. 나는 이 책을 읽는다네. 화이팅"
본인이 읽고 있는 영어 원서를 나에게 보여주고는 가셨다. 나는 이 상황이 몹시 당황스럽기도 하고, 주위의 시선이 창피하기도 해서 바로 고개를 쳐박고 원서읽기를 이어갔다. 그래도 이상하다 싶어 고개를 들어 그의 뒷모습을 좇았다. 채 10초도 지나지 않았는데 그는 온데간데 없었다. 계단이라도 가려면 최소 30초는 걸어가야 하는 거리인데 말이다.
나는 아직도 이걸 영화 "백투더퓨처"의 한 장면이라고 믿는다. 미래의 내가 온 것이라고.
막상 그 생각까지 뻗치자 몹시 슬퍼졌다. 사실 나는 5~10년 내에 영어학습법 책을 하나 내고 싶다. 제목은
"영어공부 열라게 10년하면 스티브 잡스 발뒤꿈치만큼 영어한다 - 순수국내파를 위한 제언"
이정도 되시겠다. 디스토피아적 책이다. 근데 나는 사실이라고 믿는다. 순수국내파이고, 외국어 학습의 황금기인 어린 시설을 넘겨버린 성인학습자에게는 특히나. 마케팅적 관점에서 보면 죽어도 안 팔릴 책이다. 입소문에 의지하는 수밖에 없다. 한번 터지면 대박난다는 거에 거는 수밖에 없다. (*이른바 로또 마케팅)
그만큼 내가 밀고 있는 영어공부는 오래 걸린다. (*사실 거창하게 공부랄 것도 없다, 그냥 묵묵히 영어원서 읽는게 다다. 참고로 미친듯이 영어공부할 때는 원서읽기를 포함해서 영어회화 스터디, 인강듣기, 미드 섀도잉, 영작하기, 심지어 성문종합영어 다시 박살내기 등 나의 모든 삶이 영어로 점철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실력의 향상이 너무 더디자 나는 언어감각이 없는 인간이라고까지 스스로를 정의내린 적이 있다. 아... 책 제목 좀 바꿔야겠다... - 신도 포기한 언어젬병을 위한 제언 으로...)
무튼 하도 영어가 안 되어서 몇해전부터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일본어, 중국어. 사실 영어라서 안 되는 것인지, 실제 내가 언어감각이 없는 것인지 스스로 테스트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몇 해가 지났지만, 곤니찌와, 하오하오에 멈춰있다. 작년에는 심지어 독일어, 스페인어까지 손을 댔다. 단지 새로운 외국어 익히기가 치매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기사를 읽고는. (*나는 한 30년 전부터 치매를 준비하고 있는 셈이다. 무슨 일이든 유비무환이 최고다)
외국어를 예를 들었지만, 사실 내가 시도하는 모든 것들은 외국어 배우기와 무척 닮아 있다. 나는 단기 일꾼의 삶을 너무 오랫동안 살아왔다. 투지를 가지고 열정을 쏟아낼 일. 그것을 찾고 싶은 새벽이다.
ps. 책에 밑줄을 긋고 포스트잇을 붙여놓아도 다시 책장을 넘기고 왜 밑줄을 그었는지 생각을 복기하는데 더 많은 시간이 든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무엇보다 결국엔 그 '왜'가 생각이 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연필로 베껴쓰기(+ 나의 짧은 감상 덧붙이기)'는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계속 해 나가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것은 책을 더디게 읽게하는 하나의 요인(one of factors)이 아니라, 되레 책을 더 생산적으로 읽게 기여하는 핵심(the essence)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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