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릿(GRIT). 몇 년 전부터 많이 듣던 책이고, 서점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책이었다. 서점에서 몇 차례 펼쳐보기도 했지만, 그다지 구미가 땡기지는 않았던 책이었다. 그저그런 자기계발류 중의 하나라고 생각했다.
"끈기있게 살아라"
이정도 메시지 정도?
사실 나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줬던 책은 바로 이거다.
"4번타자 왕종훈"
이번에도 만화책이다. 중학교 1학년 때 우연찮게 봤던 만화다. 초딩시절 최고의 선수였던 왕종훈이 중학교 야구부에 입학한다. 사람들은 왕종훈을 보기 위해 몰려든다. 실은 동명이인이었던 왕종훈이 야구의 ㅇ(이응)자도 모르는 생초보에서 중학교 최고의 선수로 거듭나는 성장 스토리다.
왕종훈의 집안 가훈이 이거다.
"천재는 1%의 영감과 120%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
발명왕 에디슨이 했던 말 패러디한 거다. 왕종훈의 아버지는 천재 에디슨이 99% 노력했다면, 우리는 120% 하면 된다, 라고 아들에게 노력의 중요성을 늘 강조한다. 투구력을 높이기 위해 줄자 연습(*공을 던지듯 줄자를 바닥에 일자로 펼쳐지면서 촥~ 소리가 나게끔 하는 연습)을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실제로 사서 따라하다가 어깨 나갈 뻔해서 그후로 야구와는 담을 쌓고 지내지만. 무튼 인사팀 담당자가 보면 웃음이 나오겠지만, 자소서에 성장배경, 신념, 가치관 란에 꼭 왕종훈 얘기를 언급한다. 심지어 아직도(*경력지원) 그러니, 그만큼 나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준 책이다.
그릿은 본래 나의 성향과 무척이나 닮아서인지 딱히 손이 가지는 않았지만, 지인의 추천으로 읽게 되었다. (*사실 목표에 대해 방황을 하고 있던 시기였는데, 책에서 워런 버핏의 목표설정법이 언급되는데, 더 자세히 알고 싶었다는게 솔직한 니즈였던 것 같다.)
- 버핏은 충직한 전용기 조정사를 보면서 당신에게도 틀임없이 나를 행선지로 데려다주는 일 외에 큰 꿈이 있었지 않느냐고 물었다. 조종사가 그렇다고 대답하자 버핏은 우선순위를 정하는 3단계를 차근차근 설명해 주었다.
첫째, 직업상 목표 25개를 쓴다.
둘째, 자신을 성찰해가면서 그중에 가장 중요한 목표 5개에 동그라미를 친다. 반드시 5개만 골라야 한다.
셋째, 동그라미를 치지 않은 20개의 목표를 찬찬히 살핀다. 그 20개는 당신이 무슨 수를 써서라도 피해야 할 일이다. 당신의 신경을 분산시키고 시간과 에너지를 빼앗고 더 중요한 목표에서 시선을 앗아갈 일이기 때문이다. p.99~100
일전에 읽었던 롭 무어의 "결단"과 많이 닮아 있었다.
"가장 중요한 일에 시간을 가장 많이 투자하라"
이 책의 초반부는 다양한 실사례를 통해 재능 신화를 깨부수는 데 책의 지면을 많이 할애한다. 익히 알고 있던 윌 스미스, 우디 앨런의 예를 들어가면서 말이다. 재미 있으면서도 경계가 되는게 사실이었다. 원래 노력에 대해 신봉하는 내가 내 신념을 강화하는 증거들을 읽어내면서 자기충족적(Self-fulfilling) 또는 자기강화적(Self-enforcing) 행태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라는 생각까지 뻗치자 다소 불편한 느낌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흥미롭게 읽은 그릿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그린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알려주고, 2부는 '내 안에서 그릿을 기르는 법' 4가지를 소개하고, 3부에서는 양육법에 언급한다.
2부가 어찌보면 핵심인 셈이다. 그릿을 기르는 방법.
# 1단계 : 관심사를 분명히 하라.
보통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성공한다는 말이 있다.(*물론 그 반대 주장도 있지만 여기서는 번외로 하겠다) 그렇다면 열정은 계시처럼 오는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사실 무엇이 좋아하는 일인지 모르기 때문에 많은 것을 해 봐야 한다고 책은 조언한다. 책에서는 '관심사는 자기 성찰을 통해 발견되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즉,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겠다고 부디 앉아서 명상하지 마라. 밖에 나가서 책을 보고, 관심이 가는 것은 당장 시도해 보라.
-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수영선수, 로디 게인스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어렸을 때 운동을 좋아했습니다. 고등학교에 입학한 뒤로는 미식축구, 야구, 농구, 골프, 테니스를 거쳐 수영팀에 들어갔죠. 이 팀 저 팀을 계속 기웃거렸습니다. 푹 빠질 수 있는 종목을 찾을 때까지 여기저기 기웃거렸던 것 같아요." 그가 수영에 빠지기는 했지만 엄밀히 말해 첫눈에 반하지는 않았다. p.141~142
물론 책에서는 그릿(열정있는 끈기)이라는 제목답게 관심사를 발견한 뒤에도 오랜 시간 주도적으로 관심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즉 인내심을 가지라고 말한다. 즉 기타에 관심이 생기면 기타 동호회를 들면 되고(*관심만 있고 행동이 없는 사람보다 100배 낫다), 일단 동호회를 가입했으면 최소 몇개월이상은 해야 정말 나의 관심사인지 알게 된다는 얘기다.
# 2단계 : 질적으로 다른 연습을 하라.
관심사를 찾았고, 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그냥 시간을 투자한다고 해서 발전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생각이 돈이 되는 순간 리뷰에서도 언급했지만) 왜 그냥 시간 투자가 맞다면 매일 3~4시간씩 TV 시청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 최고의 드라마 작가가 되어 있어야 되지 않겠는가. 책에서는 미국의 인기 있는 철자 맞추기 프로그램을 언급하면서, 우승하는 학생들을 추적 조사한다. 의식적으로 사전에 나오는 새 단어의 암기, 단어장에 적은 철자의 복습, 라틴어나 그리스어 암기 등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혼자서 하는 연습을 실행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책을 많이 읽는다고 실력이 향상되지 않는다고 한다.
여기 계시는 분들에게 질문 한번 하겠다.
'금새'가 맞는가? '금세'가 맞는 표현인가?
모르긴 몰라도 책을 아주 많이 읽으신 분들도 네이버에 의지하지 않고는 금새/금세 답을 하지는 못할 것이다. 답은 '금세'이다. 어떻게 아냐고? 20대 때 한국어능력시험을 준비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즉 맞춤법에 대해서 의식적으로 연습했다. (당시에 하도 안 외워져서 '금 세조각' 이라고 외웠더니, 지금까지 또렷이 구분할 수 있다)
* 네이버 설명 : ‘지금 바로’의 뜻으로 쓰이는 부사 ‘금세’는 ‘금시에’가 줄어든 말입니다. 본말인 ‘금시에’의 형태를 염두에 두시면, ‘금세’의 형태를 기억하시는 데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 3단계 : 높은 목적의식을 가져라.
정말 식상한 벽돌공 얘기인데 한번 인용해 보겠다.
- 세 벽돌공에게 물었다.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첫 번째 벽돌공이 대답했다. "벽돌을 쌓고 있습니다."
두번째 벽돌공이 대답했다. "교회를 짓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벽돌공이 이렇게 대답했다. "하느님의 성전을 짓고 있습니다."
첫 번째 벽돌공은 생업을 갖고 있다. 두 번째 벽돌공은 직업을 그리고 세 번째 벽돌공은 천직을 갖고 있다. p.203
어떤가? 너무 식상한가? 직장에서 늘 벌어지는 이다. 한번은 분명 일이 별로 없는데, 열라게 뭔가를 하고 있는 밑의 직원이 있어서 한번은 물어봤다.
"야! 너 지금 뭐하냐? 왜케 바빠?"
"아, 사장님 보고서 작성하고 있습니다"
이게 으레 듣는 답변일 것이다. 한번 상상해 봤다.
"아! 신입사원 교육을 어떻게 하면 퇴사율을 줄이고, 애사심을 가지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신입사원들이 어떻게 하면 더 성장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라는 답변이 돌아오는 상상을.
내가 하는 일이 이타성을 가질 때 투지는 더 불타오른다는 말이다.(*나도 잘 못하기 때문에, 이만 줄이겠다. 하지만 만약에 내가 이 글이 누구하나에게라도 긍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믿는다면 더 정성스레, 더 공들여, 더 투지있게 쓸 것은 확실하지 않겠는가?)
# 4단계 : 다시 일어서는 자세, 희망을 품어라.
간단히 얘기하면, 일곱번 넘어져도 여덟번 일어나라는 개구리 왕눈이식 조언이다. 이미 스탠포드 대학교의 유명한 심리학 교수 캐럴 드웩의 성장마인드와 고착마인드에 대해 들어보신 분들은 4단계 조언은 건너뛰시라.(*한국에는 "마인드셋"이라는 책으로 나와 있다)
보통 성인 학습자에게 교육을 진행하면, 하루 종일 스마트폰만 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반면, 뭐가 그리 흥미진진한지 맨 앞에서 미친듯이 필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차이가 뭘까? 관심도의 차이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캐럴은 마인드의 차이라고 얘기한다. 지능은 타고나는 것이고, 어차피 나는 배워봤자 안 바뀌어, 그리고 또 아는 내용, 지긋지긋하다라는 생각이 고착 마인드. 지능은 언제든지 변화할 수 있고, 나는 배워나가면서 더 성장할 수 있다는 생각이 성장 마인드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 마인드는 또 고정된게 아니고, 자기대화를 통해 충분히 바뀔 수 있다고 캐럴은 강조한다.
* 3부에서는 양육에 대해 잠깐 언급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직 미혼이라 그런지 조직내 리더십에 대한 관점으로 재해석했다. 위임형 리더십과 공격형 리더십으로 나름 해석했지만, 여기서는 제외하겠다.
고백할게 있다. 책을 읽고 지난 주말에 피아노 학원에 등록했다.
2년전에 딱 3개월 배워본 적이 있는데, 당시에는 야근을 밥먹듯이 해서인지 연습할 시간이 없어, 주말마다 동일한 진도에 몇 십만원이 날아가는게 너무나 아까워 중단했다. 그리고 피아노 관련 서적을 한 20권 사서 독학을 해야겠다고 했는데, 2년전 제자리다. 분명 음악을 혼자 즐기고 싶은 관심(1단계)은 명확히 있는 것을 나는 안다. 이래서는 다시 3년뒤, 5년뒤에도 쳇바퀴 돌듯이 제자리일 것이, 그릿을 읽고 명확해졌다.
혼자가 안 된다면, 환경을 변화시켜서 되도록 만들어야겠다 결심했다. 그래서 무려 3개월 결제를 단행했다.
나의 통장은 많이 아파했지만, 나는 안다.
나의 남은 인생에서는 피아노로 음악에 빠지는 순간이 많아질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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