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TRO 우리 아이가 그릿을 가졌으면, 키웠으면 하는데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라는 질문에 앤젤라 더크워스는 총 3부로 구성된 그릿에서 마지막 한 부를 할애합니다. 같이 살펴보겠습니다.
- 최근 심리학자인 데이비드 예거와 제프리 코언은 끊임없는 지지와 더불어 큰 기대를 걸고 있다는 메시지가 학생들에게 어떤 효과가 있는지 알아보는 실험을 했다. 그들은 7학년 교사들에게 학생들이 제출한 보고서에 글의 개선 방안과 평소에 사용하는 격려의 말 등 피드백을 써달라고 부탁했다. 교사들은 평소처럼 학생의 보고서 여백에 평을 썼다.
연구자들은 피드백이 쓰인 보고서 전부를 교사들에게 전달받아 무작위로 둘로 나눴다. 그리고 절반의 보고서에는 "이 비평들은 보고서에 대한 피드백이야."라고 쓴 포스트잇을 붙였다. 이는 플라세보 통제 조건이었다.
나머지 절반의 보고서에는 "네게 거는 기대가 크고 네가 그 기대에 부응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시하는 비평이야."라고 쓴 포스트잇을 붙였다. 이는 현명한 피드백 조건이었다. (중략)
그리고 학생들에게 그다음 주까지 보고서를 수정해서 제출해도 좋다고 말했다. 예거가 보고서를 받아 확인해보니 플라세보 통제 조건의 포스트잇 메모를 받은 학생들은 보고서를 수정해서 제출한 비율이 약 40퍼센트인 반면에, 현명한 피드백 포스트잇을 받은 학생들은 그 두배인 80퍼센트 정도였다. (중략)
하지만 이 실험들은 간단한 메시지만으로도 강한 동기 부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p.288~289
# 고백할게 있습니다. 블로그를 쓴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지인이 어느날 톡으로 "형, 글 잘 쓴다. 웃겨. 나는 B급 감성이 좋은데, 나한테 맞아."라는 메시지를 보냅니다. 그 전에는 그냥 나의 감상의 기록으로 남기자는 심산으로 글을 썼는데, 갑작스런 칭찬에 기분이 좋더군요.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던 거 같아요. '어? 내가 글을 꽤나 쓰나?' 그러면서 신나서 재미나게 더 많이 글을 썼던 것 같습니다.
어제는 지인 중에 꽤나 그림을 잘 그리는 녀석이 있는데, 유튜브가 잘 안 되어서 상담을 청했습니다. 그 친구는 자신이 그린 캐릭터 39개 영상만으로 틱톡에서 구독자 2만명을 확보한 친구입니다. 유튜브도 하다가 접었었는데, 유튜브에서의 실패경험과 틱톡에서의 성공경험을 바탕으로 다시 유튜브에 도전한다고 하더군요.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제가 '나도 그림 좀 배워볼까? 취미가 곧 돈이 되는 시대인데, 뭐 5년 취미로 그림 배우다 보면 나도 너처럼 그릴 수 있지 않을까' 라고 툭 던졌습니다.(*실제로 어릴 적 만화 그리기가 취미였던지라) 학원 추천 좀 해 줘, 라고 던졌더니, 자기는 학원따위 다녀본 적이 없고, 좋아하는 만화 책 필사만 하다가 지금 수준이 되었다, 라고 해서, 인체해부학 이런거 안 배워도 돼? 집에 잭햄, 루이즈의 인체데생, 석가의 해부학 노트 이런 책들 무쟈게 쌓여 있는데, 재미가 없어서 잘 안 보게 되는데, 그런 지식 없이 단순히 모사만으로 일정 수준에 오르냐고 물어봤더니, 상관없다고 하더군요.
제가 또 집요한 구석이 있어서 꼬치꼬치 물어봤습니다. 구체적인 행동지침을 달라. 1일 1모사, 하루는 인물을 그렸으면, 하루는 배경을 그려라, 인물을 그릴 때는 얼굴, 전신을 번갈아 가면서 모사하라. 이런 식으로 구체적으로 지침을 달라고 막 달라붙었습니다. 그랬더니 일단 제 수준을 알아야 하니, 그려놓은 습작(?)이 있으면 톡으로 보내달라는 겁니다.
몇개 있어서 창피하지만 보내 줬더니, '어? 나보다 잘 그리는데?' 하는 겁니다. 그건 얼굴이었고, 몸뚱어리 그린 거 추가로 보내줬더니, 얼굴보다는 못하는데, 꽤나 괜찮은 수준이라고 말하더군요. 그림 실력은 이정도는 충분하다고. 우리가 슬램덩크, 배가본드의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될 거 아니면 말입니다.
성인이 되고 나서 칭찬을 들었더니 갑자기 자신감이 넘치더군요. 이미 나는 어느정도 경지에 올랐구나, 뭐 이딴 식의 자기만족감이랄까요?
책 그릿(GRIT)에서도 아이들을 대할 때, 긍정적인 피드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한 번 더 책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 콜먼의 말이 이어졌다. "설상가상을 나는 운동을 아주 잘하지도, 똑똑하지도 못했어요. 처음에 영어는 특별 보충 수업을 받아야 할 정도였습니다. 수학 점수는 잘해야 평균 정도였고요." (중략)
"하루는 저보다 열여덟 살이나 많은 큰형이 집에 왔습니다. (중략) 저를 바라보면서 '대학은 어디로 가고 싶니?'라고 물었어요." 콜먼은 형에게 "모르겠어...... 좋은 학교에 가고 싶어. 프린스턴 같은데."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곧바로 그 말을 취소했다. "프린스턴 같은 학교에서 나를 받아줄 리가 없지."
"왜 프린스턴에서 너를 안 받아줘?" 형이 물었다. "성적은 괜찮잖아. 좀 더 열심히 하면, 좀 더 너를 채찍질하면 그 수준에 이를 수 있어. 노력해서 손해 볼 건 없지."
"그 순간 제 생각이 확 바뀌었죠." 콜먼이 말했다. "그때부터 '뭐하러?'에서 '왜 안 돼?'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정말 좋은 대학에 못 갈 수도 있지만 노력하면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했죠. 노력조차 하지 않으면 가능성이 전혀 없는 거잖아요." p.291
콜먼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프리스턴 갔냐구요? 안타깝게도 못 갔습니다. 대신 MIT에 진학했습니다.(*참고로 모르시는 분들 계실까봐 말씀드리는데, MIT가 훨씬 좋은 대학입니다)
조력자라는게 사실 별거 없습니다. 우연한 칭찬 한마디에 상대는 불타오를 수 있다는 겁니다. 제 지인이 우연히 글 재밌어라고 던진 말이 몇 해가 지난 아직까지도 제 뇌리를 가득 채우고 있듯이 말입니다.
사실 이건 아이에게만 해당되는 내용은 아닌 것 같습니다. 조직에서도 사원 대리급에게 이것 못한다, 저것은 왜 똑바로 안했냐 라고 타박만 할게 아니라, **씨는 이건 정말 최고로 잘 하네요, 라는 한마디가 그들에게 극강의 동기부여가 될지도 모른다는 얘기입니다. 즉 우연한 한마디에 그네들이 움직여 줄 것을 기대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주위 사람들의 장점을 찾아서 칭찬을 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지난 일주일을 한번 돌아볼까요? 주위 사람들에게 칭찬을 건넨 적이 있나요? 여러분이 던진 한마디가 그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수도 있습니다.
ps-1. 최근에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한번 상상해 봤습니다. 만약에 레슨 선생님이 '햐, 정말 대단하시네요. 어쩜 이렇게 한번에 진도가 빠르죠? 재능이 있으세요.' 라고 말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물론 상술일 수 있고, 상술일 확률이 높지만, 간절히 한 번 듣고 싶은 날입니다.
ps-2. 지인에게 칭찬 받은 그림 공개해 봅니다. 욕하셔도 됩니다. 전 이미 그 지인의 말을 확고히 믿게 되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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